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지성근 노무사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노동자를 해고한 사용자가 해고 노동자에게 고용계약 체결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를 채용하였다면, 우선 재고용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6다1343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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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판결의 요지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노동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의 기간 중에 해고 노동자가 해고 당시에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노동자를 채용하려고 한다면, 해고 노동자가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해고 노동자를 우선 재고용할 의무가 있다. 이때 사용자가 해고 노동자에게 고용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를 채용하였다면, 마찬가지로 해고 노동자가 고용계약 체결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이 정한 우선 재고용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甲복지재단(이하 ‘재단’이라 함)은 2010. 6. 1. 생활부업무담당 재활교사로 근무하던 A와 B를 경영상 이유로 해고(이하 ‘경영상 해고’라 함)1)하였다. 이후 재단은 2011. 10. 1. C를, 2011. 11. 1. D를 각각 생활부업무담당 재활교사로 채용하였는데, 그러한 신규채용이 이루어지기 전 A와 B에게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A는 2016. 3. 재단이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의 우선 재고용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시사점
(1) 사용자는 경영상 해고된 노동자에게 우선 재고용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은 “제24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2)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제24조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상판결 이전에는 ‘근로자가 원하면’이라는 문구의 의미가 문제 될 수 있었다. 즉 사용자가 경영상 해고된 노동자에게 재고용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우선 재고용 의무를 다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 고등법원은 ‘신규채용 절차에 앞서 해고 근로자에게 개별적 통지의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고지하고 이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즉 경영상 해고된 노동자가 먼저 재고용될 의사가 있음을 알리지 않는 한, 사용자가 아무런 통지 없이 해당 업무에 제3자를 채용하더라도 우선 재고용 의무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위와 같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제3자를 채용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 재고용 의무 위반에 해당함을 명확히 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노동자의 귀책사유 없이 이루어지는 경영상 해고의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적극적인 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2) 우선 재고용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한편 대상판결은 ‘해고 근로자는 사용자가 위와 같은 우선 재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자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자와 해고 근로자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하며,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한 때부터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3)
그런데 실제 손해배상액의 산정과 관련해 대상판결은 ‘아무리 늦어도 피고(재단)가 원고(A)와 B를 해고한 이후 원고(A)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생활부업무담당 재활교사 업무에 근로자를 2명째 채용한 2011. 11. 1. 무렵에는 피고(재단)에게 원고(A)에 대한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하여, 2011. 11. 1.부터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았다. C가 재단에 채용된 2011. 10. 1. 당시에는 설령 재단이 우선 재고용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하였더라도 A가 아닌 B가 채용될 수 있었기에 위와 같은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논리에 따르면, 2011. 10. 1. C가 채용된 이후 생활부업무담당 재활교사가 추가 채용되지 않았을 경우(즉 2명의 노동자가 경영상 해고된 후 3년 이내에 1명의 제3자만이 해당 업무에 채용된 경우) 손해배상 산정 시기를 언제부터로 볼 것인지가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설령 손해배상 산정에 관한 위 판단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손해발생 시점과 우선 재고용 의무 발생 시점은 구분해야 한다. 즉 대상판결은 ‘생활부업무담당 재활교사 업무에 근로자를 2명째 채용한 2011. 11. 1. 무렵에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우선 재고용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하였으나, 이는 확정적인 손해발생 시점에 관한 판단이라고 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5조에 따른 사용자의 우선 재고용 의무 자체는 몇 번째 채용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경영상 해고 이후 3년 이내에 해고 노동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수행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기한 바와 같이 일부 판단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상판결은 경영상 해고된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제25조를 근거로 사용자의 고용의무 이행을 구하는 사법상 청구권을 갖는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1) 흔히 ‘정리해고’라고도 한다.
2) 여기에서 말하는 ‘제24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다는 것은 경영상 해고를 말한다.
3) 이는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에 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