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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존엄리더십으로 직장 내 괴롭힘 법 실효화하자”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 1년,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

등록일 2020년09월14일 16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

 

코로나19 이후 전환기 노동의 고통,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에 의한 노동의 대체가능성과 원격근로와 같은 새로운 노동상황이 예견되어 왔지만,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는 ‘미래 노동’을 현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은 수요자인 기업에 무게가 더욱 실리게 되고, 공급자인 노동자는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압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질 수 있다. 우리 노동 현장은 불확실성과 경제위기 환경 속에서 ‘갑질’, ‘태움’, ‘갈굼’과 같은 일상의 폭력과 괴롭힘에 노출된 채 ‘자살’까지 내몰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산업안전 강화와 같은 노동존중 정책은 현장 차원에서는 노사분쟁과 노노간 갈등 그리고 법적 분쟁으로 증폭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은 조직 내 구성원 간의 ‘관계’ 속에서 ‘고통’을 겪게 되는 사회 심리적 요인을 집중하는 아젠다로서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경제적 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전통적 노동조합 활동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분야이다. 조직 내 성별과 세대 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괴롭힘을 넘어 존중노동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노르웨이 노동운동가 Jon Sjøtveit는 개인주의 심화로 노동자의 연대가 상실되는 시대에 단결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 뿐 아니라 동료 간에 발생하는 수평적 괴롭힘 상황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핵심과제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시점, 노동자의 고통에 희망을 줄 노동운동은 어떻게 가능할까?

 

ⓒ클립아트코리아

 

존엄하게 일할 권리, 보편적 인권으로 선언하다


지난 2019년 6월 21일 100주년을 맞은 국제노동기구(ILO)는 제190호 협약을 채택하면서 세부적 기술적 접근을 통해 ‘근로조건 중심주의’를 취해오던 입장으로부터 산업안전과 기본적 인권을 재구성하면서 보편적 산업안전권이라 할 수 있는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 근절’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직장에서 폭력과 괴롭힘이 사람의 심리적, 신체적, 성적 건강, 존엄성, 가족 및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 하에서 채택한 이 협약은 노동자뿐 아니라 인턴, 자원봉사자, 구직자 및 사용자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까지 일하는 세계의 모든 구성원을 포괄 하고 있으며, 사회적 대화와 삼자주의(tripartism)의 지속적인 가치와 힘을 강조하고, 이들을 국가 차원에서 실행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직장 폭력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법제화, 정책의 실현과 모니터링 등 종합적인 노력을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동 협약을 실현하기 위해 제정한 제206호 권고에서는 직장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 차별적, 성별 고정관념 및 불평등한 성적 기반 권력관계와 같은 근본적인 원인을 다룰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제 국가와 노동조합의 역할이 개별 ‘근로조건’을 향상하거나 개선하는 데 머물지 아니하고 기본적 인권으로서 폭력과 괴롭힘 없이 존엄하게 일할 권리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최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주년을 맞다
 

이러한 ILO 협약에 부응하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에 대한 법률은 우리나라에서 2020.1.15.부터 발효되어 2020.7.16. 실시 중이며 벌써 시행 1주년을 지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북유럽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북미, 호주 등에서 법제화가 되었을 뿐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입법화하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 제시한 100대 과제 중 노동존중 정책의 핵심아젠다로 ‘직장 내 괴롭힘’이 공식 문서에 등장한 이후 만 2년 만에 법시행까지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입법화는 20대 국회에서 노동계 국회의원이 주축이 되어 다양하게 발의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안을 여야가 함께 통합대안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산업안전법 등 주요 노동3법의 개정을 통해 통합적으로 규율을 시도한 입법으로서 ILO가 제시하고 있는 협약의 취지에 상당 정도 부합하는 입법이며, 우리나라 법제의 특성을 반영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BBC 등 주요 외신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대한항공의 땅콩회황사건을 계기로 고유명사로 불리는 ‘갑질’ 국가 한국이 이루어낸 놀라운 성과로 평가한 바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실효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개정법은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괴롭힘 피해의 사내 구제를 가능하게 하고, 사용자의 조사의무와 행위자에 대한 조치의무 나아가 피해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금지를 형사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으로 규율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하여 요양이 필요하다면 산재보상이 주어지며, 국가가 괴롭힘의 예방과 조치에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도록 산업안전법에 명시하였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일하는 세계의 특성에 기초함을 감안하여 취업규칙 상 필수 기재사항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사후 처리에 대한 상세한 규율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 단위의 구체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규범이 실행될 수 있는 현장의 리더십을 촉진할 수 있는지 여부가 효과성 제고의 관건이라는 경험 연구를 반영한 입법이다.
 

개정법에 따라 ‘괴롭힘’에 대한 기본체계는 구축되었으나, 현장 단위에서 ‘괴로움’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리더십을 중시하는 금번 입법의 특성 때문에 사용자의 실천이 따르지 않고 사업장 내에서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고, 공정하게 조사가 이루어져,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갖추기 어렵다.

 

노조리더십으로 존중일터 구축하자
 

ILO가 190호 협약을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롭고 존엄하게 일할 권리는 일하는 자에게 확보된 인권이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일하는 자의 인권을 확보하여야 할 핵심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노동조합의 단위 별로 적합한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노조대표 조직은 존중일터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주요 당사자로서, 국가와 사용자의 임무를 독려하고, 경제적 여건 등을 이유로 사용자가 ‘괴롭힘 근절’에 소홀하지 않도록 사용자의 의무를 상기시키는 한편 3자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주체로서 역할을 하여야 한다.

 

고충처리시스템 구축 등 현장에 적합한 제도화를 이끌어내고, 존중일터 구축에 대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으로 구체화하는 노조의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괴롭힘연구소는 노동조합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전문가팀을 만들고, 이들이 주체가 되어 조합원의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교육을 추진함으로써 사업장 단위 노조의 존중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구체적 지침을 개발하고 제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수동적으로 ‘괴롭힘 사건’이 접수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진단 등을 통해 구성원의 심리·사회적 건강을 체크하고,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사업장 내 설문조사와 같은 진단을 통해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상황을 선제적으로 확인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도록 사용자를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조합원간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특히 간부가 행위자로 문제되는 경우 노조가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노동존중 차원에서 예외없이 철저한 조사와 공정한 처리가 되도록 노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단위 노동조합은 취업규칙의 제·개정 시 참여가 예정되어 있으며,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노동자측 위원이자 현장 단위에서 고충처리 활동의 주체이기도 하다. 고충처리는 노사협의회의 협의 및 의결사항으로 부의될 수 있으며, 결국 노동위원회의 중재제도 활용까지 연계되어있는 주요 영역이다.
 

단위 노조의 활동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맹, 산별 단위에서 해당 부문의 특성을 반영하는 고충처리시스템 등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캠페인이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며, 교섭전략을 제시하는 등 존중 일터를 위한 인프라는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국제협약과 입법을 통해 확보한 노동존엄권을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실행할지,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사용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의 존엄리더십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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