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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노동법과 느슨해지는 최저임금 제도

노동법만큼은 명확하고, 예외조항을 줄여야 한다

등록일 2018년06월11일 16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월급과 휴일 그리고 퇴근. 노동자가 가장 민감해 하는 세 가지다. 혹자는 명예와 보람, 조직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보편적인 걸 꼽는다면 돈과 휴식이 아닐까. 30대 후반인 기자의 지인들은 직장의 크고 작은 노동문제를묻는 경우가 많다. 임금과 휴식과 관련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질문의 끝에 노동법 위반 여부를 확인한다.


A는 3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대체공휴일에 연차를 삭감하겠다며, 직원에게 서명을 받았다. A는 공휴일에 왜 내 연차를 써서 쉬어야 하냐고 따졌다. 기자인 B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을 하는데, 언론사는 예외냐고 묻는다. 완성차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C는 근로계약서의 근무시간은 8시인데, 30분씩 먼저 출근해 조회를 한다고 한다. 30분의 임금은 임금체불이 아니냐는 게 C의 질문이다. D는 포괄근로계약을 회사와 맺었다. 매달 20시간에 달하는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된다. 실제 연장근로 시간은 20시간은커녕 40시간은 넘는다는 게 D의 말이다.


지인의 이야기를 쓴 이유는 현장에서 노동법의 허점을 이용한 사례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을 제외, 공휴일에 연차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면 합법이다. B의 경우 언론사는 대부분 재량근로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52시간이 넘어도 불법이 아니다. C와 D의 경우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A와 B는 서면합의를 누가했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C와 D도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작정을 해야만 가능하다. 사내 노조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노조 조직률은 10.3%에 그친다. 노조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노조가 없어 받기 어렵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노무관리는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그런데 노동법은 단순해지기는커녕 점점 복잡해진다. 노동자와 회사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동법은 명확하고, 예외조항도 점차 없애야 한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의 25%, 복리후생비는 7%를 넘을 경우 최저임금에 넣을 수 있다. 올해 기준 상여금이 39만3442원, 수당이 11만 163원보다 높을 경우 산입이 가능하다. 연봉 2486만원보다 높아야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연봉2486만원 구간을 실수령액으로 보면 월급 180~190만 원을 받는 노동자들이다. 2015년 중위소득 241만 원(평균소득 월 329만 원)이다. 중위소득보다 임금이 최대 61만 원 낮은 저임금 노동자까지 개정안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기본급보다 수당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기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일 것이다. 월급 180만 원 중 기본급은 140만 원 안팎이고, 나머지는 수당을 받지 않을까. 앞으로 몇 년 동안 최저임금이 올라도, 이들의 월급은 조금 오르거나 그대로일 것이다. 설령 이전까지 상여금의 비중이 25%를 넘지 않고, 복리후생비 비중이 7%를 넘지 않아도 임금체계만 고치면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서명만 하면, 임금체계를 바꾸는 게 가능하니까 말이다. 대체공휴일에 연차를 쓰는 것도, 임금항목을 바꾸는 것도 0.1초 정도 걸리는 서명이면 가능해진다.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혼선의 혼선의 혼선이 잇따를 것이다. 당초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법 시행규칙에 명확하게 규정됐다. 앞으로 사용자는 상여금 25%와 수당 7%를 맞추려고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이 법 시행에 맞춰 임금체계를 설계해주는 강좌도 이어질 것 같다. 사용자는 인건비를 줄이고 싶고, 노동자는 임금을 조금도 깎는 걸 원치 않는다. 노동자의 바람보다 사용자의 바람이 더 쉽게 이뤄지는 건 누구든 안다. 적어도 노동법만큼은 명확하고, 예외조항을 줄여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성과에 다급한 국회가 노동자를 볼모로 잡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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