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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을 동경했던 나, 지금은 노동조합 맨 앞에 있다

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공동위원장

등록일 2020년04월08일 09시3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내가 중학교 3학년 되던 해에 누나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누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이었던 나와 외조부모님을 모두 돌봐야 했기에 성적이 우수했지만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누나의 도움이 없이 나는 옷 한 벌도 살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이 그렇게 그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나에게 ‘누나=삼성’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내 인생의 목표는 삼성 입사가 되었다. 어린 시절 내 머릿속에는 온통 ‘삼성’뿐이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했다. 나는 삼성이 임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성장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회사이고, 그에 맞는 충분한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노동조합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최선봉에 서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하기 전 내가 생각했던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기업이었다. 하지만 그에 맞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왜 노동조합이 없겠냐? 그만큼 대우해주니깐 안 생기는 거지”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절대 아니다.

 


 

소통의 부재 - 불통에 지치고 화난다

항상 회사는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다. 답을 정해놓고 나서, 통보가 아니라 소통이니 잘 따르라 한다. 회사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결정과정 속에서 직원들의 실무 의견이 반영되거나 어느 정도 고려만 되었어도 우리들의 분노가 이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사는 독단적인 결정을 계속했고, 지시가 이어졌다. 그런 지시는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결국 비효율과 의욕 저하로 이어졌다.

회사 분위기 또한 폐쇄적이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회사의 미래도 암울하다.

 

노조를 만들기 전에 이런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무시와 경시만 되돌아왔다. 결국 우리는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

 

회사의 슬로건, 환경안전이 경영의 제1원칙이다?

회사는 환경안전이 가장 중요하니 위험하면 작업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표준작업서라는 매뉴얼이 있다. 관리자들은 이 매뉴얼에 따라 현장노동자들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한다. 사내 보행 중에 핸드폰이라도 사용하면 규칙 위반으로 사진을 찍어 갈 정도이다. 하지만 정작 회사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보호구와 보호장치는 비용이 더 든다며 확충하지 않아 문서상에만 존재한다. 상시 3인의 작업자를 배치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호구 및 보호장치 미착용, 3인 1조 원칙 위반 등으로 현장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사고가 현장 작업자의 문제로 변질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내 대부분의 사고는 현장 노동자의 책임이 되어버린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모습, 직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모습이 나를 노동조합의 최선봉에 나서게 했다. ‘지금이 아니면 죽을 때까지 노동조합은 못 만들겠구나’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딸아이가 있다. 아내의 뱃속에는 둘째 아이가 오늘도 발차기를 하며 쑥쑥 자라고 있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사내부부다. 가족의 생계가 걸릴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확신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면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는 아내가 함께 해주었기에 가능했다. 아내 또한 여성으로서 회사생활을 하는 데에 많은 고충을 겪고 있었다. 연차사용 여부를 평가지표로 삼고, 보건연차 사용하는 것까지도 제한하는 분위기, 임산부도 교대근무를 돌리고 공장의 생산라인으로 들어가야 하는 현실, 사내 성희롱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 그것이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절감했고, 노조를 통해 바꾸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

 

더 많은 동지들이 우리 노조와 함께 했으면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은 모든 노조가 그렇듯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만을 하거나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면서 만든 조직이 아니다. 우리 노조가 역할을 잘해서 모든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그 몫은 온전히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이익이 노동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순기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니 더 많은 동지들이 우리 노조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내 이름 석자를 빌려서라도 우리 모두가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와 뜻을 함께하고 기꺼이 앞장서 준 공동위원장과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우리 노동조합은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단체다. 조합원이 곧 삼성디스플레이노조라는 것이다. 우리 노조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자 여러분께 드리는 우리의 각오

 

  초심 잃지 않고 뚝심 있게,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믿고 함께해주십시오.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그 목소리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때
  그때 회사와 우리는 서로 대등하게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삼성디스플레이 #삼디노조 #삼성 #노조하자 #소통의부재 #노조 #이창완

 

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노조 공동위원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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