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과 6일, 끝장 토론을 제안했어요, 밤샘도 불사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죠. 교섭은 결렬됐고, 이후 광양시청 앞에서 시작한 천막농성이 두 달여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어요.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교섭을 끌어서는 않되겠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단이었죠”
노조는 파업도 불사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노동부 여수지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일언지하에 끝장 교섭을 거절했다. 노조는 결심했다. 그래 가보자, 한번 해보자. 3월 7일 야간근무자를 대상으로 부분파업을 조직해보자.
“부분파업을 통해 노조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사측을 최대한 압박해 서둘러 올해 교섭을 끝내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었어요.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일감이 많지 않았거든요.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행정관청에 쟁의행위 신고서를 다시 접수하여 사측에 쟁의행위에 관한 노조의 입장을 에둘러 통보했다. 그리고 3월8일(일) 2시40분부터 7시까지 야간근무자들은 합법적으로 일손을 놓았다. 성암산업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부분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포스코 본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벌이고 있는 성암산업노조 조합원들
사측은 2019년 단체교섭에서도 불성실했고 막가파였다
성암산업 노사는 2019년 11월, 임금인상률과 근무형태 변경안에 관한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첫 쟁점은, 포스코가 상생협의회에서 밝힌 직접노무비 인상률 총액대비 7%를 적용이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상생협의회를 통해 밝힌 직접노무비 총액대비 7% 인상안을 수용하고, 기본급 7.9%를 인상해달라는 게 노조의 요구였어요, 2018년에는 상생협의회가 8%를 제시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성암산업은 포스코로부터 12.6%를 받았더라구요. 비밀로 하다가 노조에 딱 걸린거죠.”
반면, 사측은 5.7% 인상안을 제시했다. 총액 10억4백 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광양제철소에서 성암산업과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는 A사는 기본급 7.5% 인상, 일시금 150% 지급에 합의했어요, B사는 기본급 7.8% 인상, 일시금 150% 지급에 합의했거든요, 10억4백이라는 금액이 어디서 나왔는지, 사측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두번째는 2018년 단체협약에서 합의한 2020년 1/4분기 내에 근무형태를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제로 변경키로 한 문제였다.
“사측은 근무형태 변경시기가 다가오자, 근무형태 변경 시 추가비용이 20억이 들어간다며 시행 불가 입장을 밝혔어요. 이해할 수 없었어요. 2019년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C사는 추가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거든요. 1개월 시범실시를 해보자, 추가비용 발생여부를 확인해보자고 노조에서 역제안을 했지만, 역시 사측은 거절했어요”
노조는 사측의 이해할 수 없는 막가파식 교섭,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 12월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처 쟁의행위의 요건을 확보했다. 그러나 쟁의행위 보다는 천막농성을 선택했다. 포스코 협력사 노조가 바로 쟁의행위를 선택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측 교섭때마다 매각 주장으로 고용불안 조장, 노사갈등 핵심 원인
성암산업(대표이사 유재각)은 광양제철소에서 구내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의 협력사다. 광양제철소의 부산물과 반제품, 완제품을 운송하는 공정부분에 있어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성암산업 노사 갈등은 2017년 부터 시작된다. 성암산업은 2017년 11월, 임단협 교섭 중에 회사지분 매각을 노조에 통보하고, 2018년 1월 24일 포스코에 작업권 반납 공문을 보냈다. 성암산업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회사 매각과 작업권 반납을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노사 신뢰의 근간을 흔들었다. 유재각 대표는 일방적 경영으로 32년된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섭 때마다 반복되는 매각 주장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포스코 원청이 나선 이유는?
3월 9일부터 성암산업 노조는 파업 아닌 파업을 하고 있다. 3월8일 부분파업이후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성암산업 노동자의 출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부분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하려는 노동자의 출입을 막은 것은 포스코다. 원청이 협력사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한 것이며 노동권과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갑질이다. 포스코는 고용노동부의 지적에도 성암산업 노동자의 출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때맞춰 성암산업도 또다시 작업권 반납 카드를 들고 나왔다. 3월23일부터 4월5일까지 전적동의서를 징구해, 4월13일 포스코에 공식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작업권 반납 이후 반납절차, 분사여부 및 규모, 작업권 범위 조정 등은 포스코의 결정사항이며 포스코의 입장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공문을 발송해 왔다.
포스코는 몇차례 성암산업의 작업권을 회수, 매각하려 했지만. 성암산업의 규모가 커서 매각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성암산업 노조는 2017년과 2018년, 사측의 지분매각 및 작업권 반납 통보에도 굴하지 않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로부터 공식적으로 성암산업을 분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성암산업 노조가 한시적인 부분파업에 들어가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출입을 봉쇄했다. 또한 성암산업 노조뿐만 아니라 광양지역 내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행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종합해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성암산업 노조와 약속을 깨고 분할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약속을 깨야할 명분이 있어야 했고 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었던 듯 싶다.
성암산업 노조는 포스코와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 노조의 생명은 단결과 연대다. 성암산업 노조의 투쟁에 한국노총의 저력이 절실하다.
#포스코 #성암산업노조 #작업권반납 #직장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