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부장
경제민주화, 소득주도성장, 양극화 해소 정책의 실종
2018년 말부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후퇴는 직감되었다. 한국노총이 제기한 노동존중 및 소득주도성장 전략 이행에 여러 우려점이 발생하였다.
최저임금인상을 필두로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던 정부와 국회는 재원마련 방안은 외면했다. 최저임금노동자-중소상공인, 청년층-장년층 등 을과 을의 갈등이 부각되었다. 경제 활력 제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대비 투자 및 준비,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를 빌미로 규제완화 및 노동조건개선 악화 정책 등을 추진, 소수 재벌대기업의 불공정과 횡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결국 지난 7월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2.87% 인상(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은 삭감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좌초되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초기부터 대기업과 경영계, 보수 언론의 방패였다. 기어이 최저임금 인상은 좌초되었으나 정작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은 뒤를 잇지 못했다.
최저임금 논란을 통해 ‘을과 을’, 심지어는 ‘을과 병, 정’으로 파생되는 갈등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갑’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과도한 임대료 등 불공정한 시장질서는 변함이 없었다. 을과 을의 패배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갈등 구도’에서 ‘경제민주화 상생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에 한국노총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은 지난 6월 공동 주관으로 ‘최저임금 바로보자’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어 ‘제로페이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 ‘노동자와 소상공인, 일하는 국민들의 최저소득보장 방안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주제로 국회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서로에 대한 이해, 연대의 시작
7월 24일 국회에서 ‘99% 상생을 위한 사회연대 방안모색’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와 중소상인이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가 함께 하였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중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지불능력을 강화”하고 “재벌대기업의 책임”을 높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타파하자는 문제의식으로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99% 연대”를 제안하였다.
한상총련은 “그 동안 노동자와 함께 싸웠던 과정을 복기해보니 이번에는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연대를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회 양극화라는 것이 노동자와 중소상공인이 아닌 과당 경쟁 속 수익을 착취하고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대자본과의 싸움이 공통의 과제라고 봤다”고 하였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대는 시작되었다.
문제는 재벌이야!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재벌의 내부거래, 전속거래, 세습 등이 기술혁신과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기술탈취가 만연, 단가후려기지 등 약자의 재산권 보호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재벌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과 중소기업과의 격차 심화가 청년실업, 자영업몰락, 노인빈곤을 유발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치하거나 용인하고 있는 실정을 비판하였다. 경제구조 개혁 없이는 혁신 성장도 소득주도성장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납품거래 구조 하에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결정에 대기업 본사가 미치는 영향과 가맹·대리점주들에 고용되어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결정에 대기업 본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며 불공정한 거래조건의 개선과 대기업의 최저임금 책임분담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참석자들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심화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하여, 경제 및 산업양극화, 대중소기업 격차심화, 중소·골목상권의 생존을 어렵게 하여, 한국경제에 매우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노동자, 중소상인,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1% 재벌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99%상생을 위한 연대를 만들고 공동의 실천을 벌이기로 하였다.
경제민주화, 양극화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 발족
이에 지난 9월 국회 정론관에서 ‘재벌 특권을 내리고(재벌 등 황제경영 방지, 재벌 등 소유지배구조 개선, 재벌 등 부동산 투기 감시 금융회사를 통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유통재벌의 복합쇼핑몰 골목상권잠식 방지법), 시민권리 올리고(노동회의소 설치 및 운영, 서민 주거 안정과 세입자 보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확산), 공정사회 만들기(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공정거래를 위한 가맹점주들의 권리강화,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 예방과 단체구성권 및 협상권 도입)를 위한 법안 제/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공동의 요구를 하였다.
기자회견 후 99% 상생연대 발족 준비를 선포하였고, 한국노총, 한상총련, 경실련, 참여연대, YMCA,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뜻을 함께 하여 ‘경제민주화, 양극화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가칭)’를 12월 발족하기로 하였다.
(가)99%상생연대는 재벌개혁, 노동존중, 민생희망을 중심으로 현 상황을 진단하고 평가하여, 이를 해결할 주요 개혁과제를 모아 공동 실천을 벌일 예정이다. ‘경제민주화, 양극화해소’ 의제를 다시 회생시키고, 이에 대한 통합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경제대개혁, 민생 연속 좌담회>를 개최하고, 범국민선언을 진행하며 21대 국회에 바라는 99%의 공동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벌 대기업 감시 ‘불공정신고센터’ 운영 기획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은 대·중소기업 원하청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교육 및 감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인증부품 활성화, 주거 복지 등 민생살리기 사업에 연대할 예정이다. 99% 상생연대의 닻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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