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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무덤 된 우정사업본부 “우리는 내일이 두렵다”

우정노조 공주우체국지부 故이은장 조합원 산재사고 인정하라!

등록일 2019년06월13일 17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과로와 함께 죽음으로 나아가는 정부기업’ 우정사업본부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본부 부장

 

지난 5월 13일, 우정노조 공주우체국지부 이은장 조합원이 심장마비로 순직했다. 격무를 견뎌내며 성실히 일하던 서른 넷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으로 13일 아침,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12일에도 의정부와 보령우체국 소속 집배원 두 분이 심장마비와 백혈병으로 순직했다. 2010년 이후 331명의 우정노동자들이 과로사를 포함한 여러 사유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다. 사실상 우체국은 집배원들의 무덤이나 다를 바 없다.

 


2010~2018 우정사업본부 사망자 소속별 현황(출처 : 신창현 의원실)


지난 2017년, 우정노동자들은 잇달아 발생하는 집배원 과로사에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는 구호와 함께 우정노동자의 살인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2018년 무려 스물다섯 분, 2019년 현재까지 여덟 분의 집배원이 과로사와 교통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집배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을 상회하며, 연평균 2,745시간의 혹독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이어지는 ‘집배원 죽음의 행렬’에 대해 청와대가 응답해야 할 이유이다.


2018년, 노동자의 투쟁으로 과로사를 막아낼 주 52시간 노동을 쟁취해냈다. 우편업도 기존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주 52시간 노동이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과로사를 방지하고자 쟁취해낸 주 52시간 노동은 우정노동자들에게는 독으로 돌아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신규인력은 충원하지 않으면서 주 52시간 노동을 준수하라며 시간외노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우정사업본부가 수당 없이 공짜노동, 무료노동을 노동자에게 강요한 것이다.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과로에 시달리다 설상가상으로 자다가 죽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이미 예견되어 있는 사고였던 것이다.


‘믿음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정부기업’, 우정사업본부의 캐치프레이즈이다. 하지만 사실상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을 죽음으로 내몰고 우체국을 무덤으로 만들면서 ‘과로와 함께 죽음으로 나아가는 정부기업’이다. 10년 새 35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과로로, 교통사고로 죽어나가도 여전히 우정사업본부는 시간외노동의 하중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2,000명의 인력증원을 권고 받았지만 아직도 예산부족만을 이유로 집배인력 증원에 전혀 나서고 있지 않다. 우정노동자들은 예산 확보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인원부터라도 증원하자고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 경제부처 수장은 오히려 민간업체였다면 증원은커녕 문 닫을 우체국도 많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해대고 있다.


이제 우정사업본부는 인력증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말뿐인 공염불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더구나 신도시 개발 및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집배원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더욱 세지고 있다. 더 이상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본은 인력증원 약속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 집배인력의 충원과 그에 따른 예산 증액만이 이 사태를 막아낼 수 최선의 방법이다. 이것이 더 이상 과로로 죽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투쟁에 우정노조가 나설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이은장 조합원이 생전에 근무했던 공주우체국지부 권오건 지부장을 만나보았다.

 


 

故이은장 조합원을 잃고 상심이 크실 것 같다

 

“내 새끼를 잃었잖아요. 은장이는 술, 담배도 안하는 친구에요. 해병대 나왔고. 혼자 자전거 타고 제주도까지 전국일주를 할 정도로 강한 체력을 가졌던 앤데, 단지 말이 없었어요. 제가 지금도 아쉬운 게 사실 지부장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계약직 상시직원들이거든요. 상시집배원인데. 밥이라도 한 끼, 사주면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니들 어려운거 있으면 얘기해.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라. 이렇게 말해도 은장이는 말 한마디를 안 해. 내가 한 번 더 가서 물어봤으면, 은장이한테 그걸 못한 게 한이 되는 거에요. 사고가 난 후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너무 힘들어합니다. 누가 생각했던 일이 생긴 게 아니잖아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지. 젊은 청년이 갑자기 이렇게 됐는데. 나도 사실은 우울증 같은 거 느낄 정도로 힘든데, 옆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은 어떨까.”

 

공주우체국 노동자들의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떠한가

 

“사측은 우리의 업무를 총 물량가지고만 판단하려고 하는데, 각 국별로 근무환경이라던가 물량이 다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직원들이 고생을 무지하게 합니다. 최근에 안산에서 직원이 하나 왔는데, 거기는 어떤 식으로 하느냐 물어봤더니, 고향이라 여기서 살라고 와이프 데리고 왔는데 잡무가 너무 많다는 거야, 잡무가. 대도시는 어느 정도 틀이 딱 짜여 있잖아요. 그런데 공주는 도농합 복합도시잖아요. 인구는 세종으로 자꾸 빠져 나가지, 집은 그대로 있고 아파트는 짓는데 사람은 빠져나가고 있어요. 우리 직원들은 물량은 줄지만 갈 데는 더 많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그런 거 전혀 고려를 안 하고서 인력배치를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토바이 타야 해요. 우리 조합원들을 지키지 못한 게 너무 힘들어서 살이 계속 빠지고 수면제 안 먹으면 잠을 못 잘 정도에요.
 

주 52시간의 문제가 무엇이냐면, 똑같은 일을 하면서 근무시간만 줄이니까 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에요. 쉬는 시간 없이 일하니까 강도가 세지죠. 우정사업본부는 시간만 지키려고 하지 사람을 더 주지 않아요. 사업 적자 난다고 시간외업무 줄이라고 하고.”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던 공주우체국지부 서근원 총무부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노조 전임자가 없는 지부의 상황상, 고된 집배업무를 마치고 노조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지부 간부들에게는 1시간의 인터뷰 시간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동료를 과로사로 보낸 슬픔과 격무의 스트레스가 뒤범벅되어 권오건 지부장의 어깨가 많이 무거워 보였다. 또한 복수노조와의 싸움이 시작된 공주우체국지부는 지역노조의 연대와 상급단체의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 
 

권오건 지부장은 “우리도 바뀌고 상급단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 변화는 단지 다수노조를 확보하는 것, 원래 있었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은장이와 같은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준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故이은장 조합원 영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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