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매일노동뉴스 기자
6월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 세계총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초청을 받았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는 6월, 약속 이행을 성과로 들고 스위스를 방문하는 게 목표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간이 태어나 성장할 때 몸집만 커졌다고 무조건 성인이 아니다”며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가정 등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의 책임의식과 역할에 이르기까지 걸맞은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가입한 만큼 그게 맞는 국제적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3050클럽에 가입한 나라 중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고 이 의원은 목소리 높인다.
우리 정부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에도,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출마하면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하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ILO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에 맞춰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그러나 ILO 회원국인 한국은 여전히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한국이 2009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ILO 협약 비준 조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EU는 분쟁 해결절차인 전문가패널 회부를 경고하며 무역제재를 경고한 상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해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를 펼쳐왔다. 지난해 노동자 단결권을 중심으로 한 공익위원 합의안이 나온 뒤 재계가 요구한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형사처벌) 폐지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기간 확대(최대 4년) △쟁의행위 찬반투표 제도개선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재계의 5대 요구사항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고 헌법에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사회적 대화라는 협의와 협상의 장을 빌미로 ILO 핵심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요구들을 주장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국회는 어떨까. 급한 건 여당뿐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부정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계가 제시한 5대 요구사항 중 하나인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안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단결권에 관한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반영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맞불이다.
그러나 하나 잊은 것이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야당은 EU의 무역제재 경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2009년 당시 한-EU FTA를 맺으며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바로 이명박 정부다. 마치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가 급진적으로 없던 얘길 꺼내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EU의 경고 역시 예측 가능했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단 얘기다.
노동기본권은 각 나라의 사정이나 노사관계 특성에 따라 보장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권리이자 우리사회가 보장해야 할 의무다. 우리는 ‘3050클럽’ 가입을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몸집만 커졌다고 선진국이니 경제대국이니 치켜세울 수 있을까. 이용득 의원의 말대로 그에 걸맞은 태도와 품격을 가져야 진짜 선진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