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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성평등 사회를 향해 한걸음 더! 

2018년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총회의 의미와 나아갈 길

등록일 2018년12월05일 16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임은주 한국노총 여성본부 실장

 

2018년 11월 22일, 깊어가는 가을 언저리에서 한국노총 여성위원회의 10회째 총회가 개최됐다. 여성위원회가 1991년에 제정된 점을 상기한다면 조직 안에서 노조간부 여성들이 세력화되어 소통과 공론의 장이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올해는 “지금 우리, 성평등 사회를 향해 한걸음 더!”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규정에 의해 회원조합이나 지역본부에서 추천된 123명의 여성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빈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날 최미영 여성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빈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근본은 빈곤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교육의 빈곤을 시초로 기회의 빈곤, 대우의 빈곤, 노동가치의 빈곤, 생활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고여진 물이 썩고 있는 것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며 여성이 처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에 가입된 여성노동자의 힘 구축과 연대의 필요성 그리고 노동운동 목표의 범주에 성평등이 발현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회의에서는 연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여성사업 계획에 의해 추진된 그 간의 여성활동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총회에서의 중요한 사안은 2019년 정기대의원대회 의안 제출 건으로 여성할당제 30% 이상 목표 이행과 성희롱·성폭력 없는 평등 일터 선언이 주된 의제였다. 논의 끝에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응하기로 했다. 다른 의제인 젠더에 기반한 성폭력과 괴롭힘 없는 평등 일터 선언은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폭력과 괴롭힘 없는 평등 일터 선언이 의안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해인 2019년 ILO 총회에서 “젠더에 기반한 성폭력과 괴롭힘 관련 협약과 권고” 비준에 대한 최종 논의를 다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적 젠더 이슈를 노총이 적극 지지 표명하고 조직적으로 선제적인 실천 활동을 강구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철도·사회산업노조 여성위원회와 경기지역본부 여성위원회의 활동 사례가 발표됐다. 두 조직의 사례를 통해서는 여성위원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를 통한 성장 과정과 이렇게 만들어진 여성위원회의 조직력과 영향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여성위원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여기에는 인력, 예산 등 인적·물적 환경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위원회 총회에서는 ▲최저임금 개악과 탄력근무제 확대 관련 국회와 정부 규탄, ▲저임금 시간제 노동정책 전면 폐기와 안정된 여성일자리 확대,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구축을 위한 국제노동기구의 조약 비준 촉구, ▲노조활동 적극 참여 및 여성조직화를 통한 세력화와 조직적 역량 강화, ▲여성할당제 정착을 위한 단계적 이행조치 강구, ▲미조직 여성조직화 확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2017년 여성대의원 13.5%

 

전반적으로 이번 총회에서 여성할당제에 대한 강력한 현장의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 노조 내 여성의 대표성과 발언권이 제도화된 지 11년째를 맞고 있으나 현재 여성할당제는 퇴보되고 있거나 정체기를 맞고 있다. 나는 이것을 노동운동 내 성평등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표현하고 싶다. 여성할당제가 시행되던 해인 2008년에는 15.7%로 전년도 3.5%보다 5배 이상 여성대의원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2017년에는 13.5%로 제도 시행 초기 수준으로 역행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조합의 기본원칙인 민주성과 다양성의 공존, 성평등 관점에서 보면 분명 걸림돌이 되는 지점이다. 정희선(2007)은 이처럼 여성할당제가 형식적으로 되어가는 원인에는 여성할당제의 대상이 되는 여성이 남성의 이해관계에 의해 발탁되어 여성의 사안을 조직 내에서 주도적으로 주요 요구로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여성할당제는 우리 조직 안에서 완전히 안착하지 못한 상태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능력과 조직 내 여성이 점한 위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각, 그리고 헤게모니적 남성성으로 인해 여성할당제에 대한 불만과 공격이 아직도 불편하게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 스스로도 여러 가지 상황과 이해관계들로 인해 할당제처럼 조직 내 젠더 이슈에 대해 선뜩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우리는 여성들 간 연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필요로 하며 시시때때마다 결의를 통해 한목소리를 내곤 한다. 그러나 연대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대를 경험하려면 공통된 관심과 목표와 신념을 가진 공동체여야 한다. 연대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여성들의 힘을 통해 지속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여성할당제야말로 여성들의 단일된 목소리와 관심사가 필요하다. 현재 노동운동 안에서 여성할당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공론화하고 요구하는데 주저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 내 여성의 주변화에서 중심으로 옮겨가는 일은 여성들 스스로가 목적의식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올해의 총회 슬로건인 “지금 우리, 성평등 사회를 향해 한걸음 더”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음미해보면 어떨까.

임은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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