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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특고’ 어찌 할꼬

등록일 2018년11월09일 13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올해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경제 용어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국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토론회가 수십 번 열렸다. 전문가들도 현실화하기 위해 한마디씩 보탰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여전히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이전부터 제조업 생산현장은 혁신을 추진 중이다. 특정 산업을 제외하면 생산현장의 자동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정치적 유행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냉소지만 수긍할 만하다. 우리사회가 4차 산업혁명을 유행처럼 소비했지만 실체는 여전히 멀다. 산업혁명이라는 어감 때문인지 장밋빛 미래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하지만 노동에 있어 4차 산업혁명은 잿빛 미래다. 


얼마 전 IT 업종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실감했다. 그는 경비·시설관리(청소) 용역을 전문으로 하는 IT회사에서 근무한다. 시설관리와 IT는 묶일 듯 묶이지 않는 단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인력파견업체다. 이 업체는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노동력을 중개한다. 구매자는 앱에 등록된 경비·청소노동자를 적당한 가격에 구매한다. 결제까지 앱에서 가능하다. 번거롭게 입찰공고를 올릴 필요가 없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이 업체는 4차 산업혁명을 구현했다고 불릴 만하다. 4차 산업혁명의 사전적 의미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인력파견업체의 경비·청소노동자를 앱에 한 데 묶은 점도 인상적이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이 업체에 등록된 노동자들이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점이다. 특수고용직은 택배기사, 대리기사, 퀵서비스기사, 보험판매원, 학습지 교사 등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노동자성이 확실한 경비·청소노동자들까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다니 놀랍다. 업체는 중개수수료를 받지만, 노동법상 책임에선 자유롭다. 반면 업체의 경비·청소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권리’는 남의 일이다. 4대 보험도 없이 고객이 부르면 달려가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실체도 분명하다. 플랫폼 노동은 앱과 소셜네트워크(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력을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고객이 앱 등에 서비스를 요청하면, 노동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이들을 일컬어 ‘디지털 특고’라고 한다. 


플랫폼 노동, 디지털 특고 모두 생소하지만, 이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배달 전문 앱인 ‘배달의 민족’이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가 한 예다. 우버의 ‘우버 잇츠’, ‘바로고’ 등 배달대행 업체의 배달기사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업체의 경비·청소노동자가 디지털 특고다. 배달 대행업체의 기사만 100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디지털 특고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다쳐도 산재 보상을 받을 길이 요원하다.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정부도 플랫폼 노동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산재 보험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배달기사가 특정업체에서 전체 소득의 과반 이상을 받거나,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해당 업체에 일할 경우 업체에 소속된 것으로 판단토록 했다. 대책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IT 기술 발전에 따라 노동력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걸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노동 방식과 형태가 다양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디지털 특고에 대한 보호장치는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서비스 제공 중 발생할 노동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특수고용직에 대한 통계도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5년 통계(230만 명)가 주로 인용된다. 실제 규모가 230만 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수고용직의 특성상 전국에 흩어져 있고, 어떤 직군이 특수고용직 형태로 노동력을 제공하는지 정부도 노동계도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특고를 어떻게 보호하고, 조직할지 노동계의 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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