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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출범 4년에 즈음하여

등록일 2024년07월08일 09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본부 국장

 

2019년 12월, 한국노총은 1946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민주노총에 조합원 수 1위의 자리를 내줬다. 민주노총은 당시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 문제로 인해 법외노조로 분류되어 있던 전교조의 조합원 수를 제외하고도 한국노총을 3만 5,000명 앞질렀다. 제1노총 지위에 부수적이었던 각종 정부위원회의 인적 구성에서부터 대표 노총으로서 누리고 있던 지역조직 지위의 변화가 당장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사회적대화를 보이콧하고 있던 민주노총의 불참 문제가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던 한국노총의 노동계 대표성 문제로 직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노총의 제1노총 지위 회복에 대한 문제는 2020년 1월에 개최될 한국노총 선거인대회의 화두였고, 모든 조직의 시선이 집중되는 지점이었다.

 

한편, 2019년 한국노총의 조직사업, 특히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 사업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2017년 출범한 한국노총 26대 집행부는 비정규담당 상임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을 신규 설치하고 신규노조 조직화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50%에 육박하는 가운데, 10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 0.78%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조직화 사업에 즉각 투입이 가능한 활동가를 양성하고 지역일반노조 활성화를 통해 중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쉽게 가입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조직률을 제고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의견들과 평가 기준이 존재하지만), 결론적으로 양대 노총의 조합원 수는 (2018년도 조합원 수 통계, 2019년 12월 발표 자료) 최초로 역전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1월 선거인대회를 통해 출범한 한국노총 27대 집행부는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위한 조직화 4대 핵심목표」를 내걸고 그 첫 번째 핵심목표로 현장 중심의 기치 아래 ‘노총 중앙이 주체가 되는 전국 단위 한국노총 일반노조 설립’을 공약했다. 노총 중앙이 주체가 된다는 말은 곧 해당 노동조합의 활동과 투쟁이 중심이 곧 한국노총 집행부가 된다는 것이고, 그 노동조합이 전국 단위의 일반노동조합이라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주안점이 여전히 1%대에 머무는 중소규모사업장의 조직화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2020년 10월 14일 한국노총 대회의실(6층)에서 열린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출범식’

 

한국노총 조직화 목표·방향 : 모든 노동자가 노조하자!

 

총연맹 차원에서 직접 노조를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다소 생소한 시도는 여타 노동조합 조직 및 관계 기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주로 정부나 국회 등 중앙단위 기관을 카운터파트로 하는 총연맹이, 직접 노동자를 규합하고 조직을 설립․운영하는 등 단위 기층조직의 사업형태를 직접 구현하는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었다. (이 관심에는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 역시 포함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단위일반노조 사업의 추진은 공약의 이행을 넘어 한국노총 조직사업의 전환을 위한 일종의 결단이었다.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과,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중소규모사업장의 조직률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또한, 비정규 노동에서 비정형 노동으로 확산하는 새로운 노동의 형태를 담아내기 위한 노총 주도의 일반노조 운동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절실히 요구되고 있었다. 기존 산업 구분의 형태로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한국노총의 전통적인 연맹 시스템은 다종다기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정형 노동을 담아내기에 사실상 역부족이었다.

 

특수고용직노동은 점차 온라인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노동으로 확대․변모하기 시작했고, 이에 편승했는지 이를 주도했는지 알 수 없는 자본의 고용 유연화 전략은 기존 근로기준법의 질서를 붕괴시키고 있었다. 진짜 사용자를 알아내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노동자를 애매모호한 법 적용의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비정형 노동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했다.

 

위와 같은 사업 방향과 내외부적 요구에 따라 2020년 한국노총은 조직부서를 개편하여 조직처 아래 조직확대본부 및 조직강화본부를 편성하고 조직확대본부를 담당 부서로 하여 전국단위일반노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했다. 설립 준비 단계에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기존 지역일반노조의 흡수를 통한 지역조직 건설이었다. 노총의 각 지역본부에는 지역본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상담소에서 운영하는 일반노조가 산개해 있었다. 이처럼 회원조합에 가입이 되어있지 않아 조합원 수에 산정되지도 않은 채로 수년간 운영되는 조직들을 양성화하고 지역 조직확대사업의 주체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우선 진행했다.

 

두 번째로 연맹에서 담기 어려운 플랫폼,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업종 조직의 건설이었다. 대표적으로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택배업종이 있었고, 온라인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는 배달, 대리운전 업종이 있었다. 특히 플랫폼 업종노동의 경우 노동형태의 현실상 상급단체의 지원 없이는 노동조합 활동이 불가능했고 조직확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선 지역조직 건설을 선행과제로 하고 플랫폼특고 노동자를 노동조합의 주체로 세우는 작업을 병행했다.

 

최초의 직할노조,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출범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약 6개월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0년 10월 14일, 한국노총 전국단위일반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최초의 총연맹 직할 노동조합이자 조합명에 한국노총 이름을 직접 담은 첫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총 위원장이 맡고, 부위원장은 노총 조직처장이, 사무처장은 조직확대본부장이 맡았다. 공약한 대로 노총 중앙이 주체가 되는 조직의 그 시작을 알린 것이다.

 

연대노조는 출범 당시 4개 지부(광주, 광주전남, 대구, 광양)로 시작해서 출범 한 달 만에 1개 본부, 5개 지부로 조직을 확대했으며, 출범이 1년 남짓 지난 2021년 9월에는 3개 본부, 11개 지부로 조직 규모를 대폭 확장했다. 이러한 확장은 총연맹 차원의 전폭적인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과 추진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연대노조는 업종 조직으로 택배산업본부, 플랫폼운전자지부, 플랫폼배달지부 등을 설립했으며, 지역조직을 대구, 전남, 광주, 대전, 전북, 경남 등에 설치하여 전국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확대․강화했다. 특히나 경기권을 기반으로 하여 왕성하게 활동하던 전국노동평등노동조합이 노동평등본부로 결합해 수도권 지역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러던 와중인 2021년 12월, 고용노동부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이 공개됐다. 2020년 기준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을 2만 명가량 앞선 115만 4천 명으로 발표됐다. 2019년 12월 발표 자료에서 민주노총에 역전된 조합원 수가 2년 만에 재역전을 이룬 것이다. 조합원 수 산정 기준 시점을 고려했을 때 전국 단위 일반노조 활동이 2020년 기준 현황변동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다시 조합원 수 1위 자리를 바꾼 2020년 발표 이후로 가장 최근 발표인 2022년 조직현황까지 한국노총은 조합원 수에서 제1노총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연대노조 활동을 위시하여 비정규․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차별화된 조직 활동이 다양한 경로로 전체조직에 기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4년, 곧 연대노조 출범 4년이 된다. 연대노조는 2020년 단 몇 개의 지역조직으로 시작하여, 전국 조직으로 거듭났다. 업종본부에는 저임금,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노동자 조직화에 매진하고 있는 콜센터본부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고, 지역조직으로는 노총 경남본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활동하고 있는 경남본부가 지역 일반노조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조직 규모가 급상승하고 있다. 플랫폼 특고 노동의 대표 네 조직인 택배, 가사, 대리, 배달 조직은 똘똘 뭉쳐서 비정규․비정형 노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경기, 대전, 대구, 충남세종, 광주, 전남, 전북 등 각 지역의 조직들은 지역 기반의 중소규모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쟁취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발에 땀이 나게 뛰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노조하라! 연대하라!”

 

노총은 28대 새 집행부가 출범했고, 위원장이 연대노조 위원장을 겸임하지 않는다. 연대노조 운영을 담당했던 조직확대본부는 조직강화본부와 통합되어 조직본부로 개편됐으며, ‘노총 중앙이 주체가 되는’ 형태에서 벗어나 노총 직가입 조직인 연대노조 활동의 측면 지원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어떤 이는 언젠가 독립시켜야 할 일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아직은 좀 이르지 않느냐고 말한다.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떠나보내기는 아쉽고, 계속 같이 있기에는 쉽지 않은 그런 마음을 서로 모를 리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노총연대노동조합은 백만 조합원이 십시일반 돈과 마음을 모아 정성으로 만든 노동조합이라는 것이다. 한국노총 집행부의 결심과 회원조합의 결의, 그리고 지역본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무총국 간부들이 손발이 되어 땀 흘려 만든 조직이다. 조합비 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냐며 흔쾌히 가입을 허락한 여러 총국 간부들의 마음이 더해졌음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24년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찌는 듯한 폭염에 민원 때문에 시끄럽다고 선풍기도 환풍기도 없이 실내 작업장에서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 택배노동자와 함께 싸우는 것이며, 아직도 가사노동의 구시대적 인식에 갇혀서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가사돌봄노동자들과 함께 법 개정을 외치는 것이다.

 

플랫폼노동라는 허울에 갇혀 나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수수료도 주장하지 못하는 배달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와는 적어도 나의 노동조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함께 외쳐야 한다. 사업장이 작아서, 그래서 용기가 나지 않아서 노동조합을 할 수 없었던 동지들에게 내미는 손길은 1% 조직률의 100인 미만 사업장 1,600만 노동자 노동조건의 개선을 시작하는 뜻깊은 일인 것을 알려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노조하라! 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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