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한국의 임금체불액은 작년 1조 7845억 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였다. 체불임금은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에게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매월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동자는 체불임금 때문에 생계비를 빌려 다중 채무자로 전락하거나 가족관계에 금이 생기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경영자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근로 의욕이 떨어져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본인 회사에 체불임금이 없다고 하더라고 사회적으로 체불임금이 많이 발생한다는 보도를 접하면 나도 체불임금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여 정신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일한 만큼 받는다는 사회정의에도 반해 사회의 정의실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과 일본의 임금체불 상황 비교
임금체불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게 되는데, ①연장·야간 근로 수당 미지급, ②최저임금미지급(최임법 위반), ③직원을 특고종사자로 잘못 분류하고 법정 수당을 미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④급여의 불법 공제, ⑤도산 등으로 임금지급일에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한국의 임금체불 해결 방법은 크게 고용노동부의 행정처분을 통한 해결, 임금채권보장법에 근거해서 대지급금을 지급해서 해결하는 방법, 법원의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로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①금품 반환으로서 노동자의 사망이나 퇴직 시 노동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 7일 이내에 반환하지 않은 것(노동기준법 제 23조), ②임금지불 원칙(통화 지급, 직접 지급, 전액 지급, 그리고 매월 1회 이상 정기지급 원칙) 위반한 것(노동기준법 제24조), ③휴업수당 미지급(노동기준법 제 26조), ④초과, 휴일, 심야 할증 임금의 지급 위반(노동기준법 제37조)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노동감독관이 신고를 받거나 정기감독 등을 통하여 명확히 파악한 경우이다.
한일 양국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약 10년간의 체불임금 상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표]참조). 우리나라는 임금체불 당한 노동자 수는 2018년까지 증가하여 351,531명에 달하였고 그 이후 감소추세이나, 2023년 약 275,432명으로 피크 시의 약 78%로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체불액은 2011년 이후 증감하다 2023년 1조7845억 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하였는데, 2011년의 1조 874억 원에 비해 약 64% 증가하였다.
한편, 일본의 경우, 임금체불 당한 노동자 수는 2011년 5만 5000명에서 지속 감소하여 2022년 2만 1000명으로, 피크 시의 약 38%에 불과하고, 임금체불액도 2011년 226억 4000만 엔에서 2022년 64억 2000만 엔으로 피크 시의 약 28%에 불과하다.
한국이 일본 임금체불액의 약 59배... 그 이유는?
2022년 기준으로 노동자 1인당 임금체불액을 한일 비교하면 한국이 일본의 약 59배이다.왜 이러한 격차가 나타날까? 임금체불에 대한 규제, 벌칙은 일본이 한국보다 약해 그것으로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한데, 일본 상황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임금체불 대상 노동자 수 및 체불액을 보면 2011년 이후 점차 줄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2012부터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경기회복이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경영자의 준법의식 및 책임의식도 크지 않나 생각한다. 일본에는 중소기업가동우회(이하 동우회)라고 하는 경영자단체가 있는데,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정책을 시정 하고 중소기업의 존립과 발전,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꾀하고, 종업원의 인격 존중, 노사협력에 의한 생산성과 생활 향상을 추구하기 위해 결성됐다.
그 후 각 지역에서 동우회가 결성되어 현재는 47개 도도부현 전 지역에 걸쳐 약 5만 개의 회원 기업이 있다. 동우회는 노사관계 견해를 통해 경영자 책임으로서 ‘무엇보다 실제 일하는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함과 동시에 높은 사기를 갖고 노동자의 자발성이 발휘되는 상태를 확립하는 노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노사관계 대등성 원칙과 함께 임금도 사회적인 수준, 기업의 지불 능력, 물가동향을 고려하여 성의를 갖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
필자가 조사한 동우회 회원 기업은 임금체불은 일절 없었고, 기업 경영 사정이 어려우면 경영자의 보수를 스스로 대폭 감액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을 지불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경우, 경영자의 높은 준법의식 및 책임의식이 임금체불을 억제하고 있어, 경기 악화 등 상황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국 임금체불 개선방안
우리나라 경영자의 준법의식 및 책임의식이 어느 정도 높은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을 높일 수 있는 형태로 임금체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임금체불은 법을 위반한 것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준법의식을 경영자가 갖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
둘째,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자주 방문하면서 임금체불에 대한 벌칙 규정 등으로 상세히 알리는 것이다.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제도는 실제 신용제재를 받은 사업주에게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줌으로써 제재 효과가 커., 사업주에게 주지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근참법 적용을 3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2011년에서 2020년까지의 집계에 의하면 30인 미만 기업이 전체 임금체불 대상 노동자의 77.3%, 체불액의 68.9%를 차지하고 있다. 30인 이상 기업은 근참법에 따라 분기별로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기업의 재정상태 등을 보고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계기로 임금을 제대로 지불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 30인 미만은 근참법 적용대상이 아니라 경영자에게 그러한 기회가 없다.
그 외에 근로감독관의 임금체불 해결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프로그램의 강화, 권리구제지원팀의 역할 강화,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위한 근로기준법의 개정 등의 정책으로 임금체불 문제가 개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