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지난 1월 9인의 전문가들에게 총선에서 다루어야 할 사회정책과 관련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사회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총선에 대한 기대와 전망, 반드시 총선에서 다루어야 할 사회정책의 방향과 과제, 한국노총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질문했고, 다채롭지만 매우 중요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본고에서 전문가들의 답변을 정리하여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주시해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 낙제점에 가까워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대부분 제시하였다. 정부가 새로이 제시한 ‘약자복지’라는 개념은 전반적 복지 축소를 의미하며, 결국 복지확대의 경로를 이어온 우리나라가 앞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매우 소수에게 집중된 복지만 다루겠다는 점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고통받는 다수의 민생을 외면한다는 측면에서 철학적 부재에 근간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정책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내용을 면면히 살펴보면 결국 민간 중심의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시장화’와 일치해, 시민들이 요구해 온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이 매우 훼손된다고 보았다. 또한, 부자 감세 등으로 세수를 줄이면서 저출산 대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복지재정의 수입-지출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어 정책적 혼란이 가중하는 점을 지적했다. 연금개혁과 같이 정치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국회로, 국회는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기고 있어 상당한 문제라고 보았다.
총선에 대한 기대와 전망
22대 총선에서 정부심판론과 선거제도 개혁, 여야 내부의 공천잡음 등 정책보다는 정치개혁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 사회정책영역이 핵심의제로 부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거대 양당은 정책적 차별점을 가지려 크게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양당 모두 사회정책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여당은 현재 정책 기조를 변화할 동인이 전혀 없고 사회정책 관련 논쟁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은 전반적 선거전략으로 정권심판론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에서 양당 모두 사회정책에 대한 제기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회의원이 바뀌어 입법 권력 구조가 변화해도 사회정책 분야에 대해서는 여야 간 정책적 비전이나 내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총선 이후 연금정책의 변화는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공론장을 운영할 계획이기에 다소간의 변동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코로나19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는 동시에 초고령사회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아 돌봄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돌봄 복지국가, 가능할까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과제로 제시된 여러 의견 가운데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손꼽은 부분은 바로 ‘돌봄’이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내실 있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고 돌봄의 전반적 체계 확장, 강화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돌봄 의제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지역소멸 등 지역사회의 위기에 관한 문제 인식이 매우 커지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공공분야의 돌봄 노동 확대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 등 경제적 효과도 점쳐진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포함하는 돌봄기본법 제정 등 중앙 및 지방정부의 돌봄에 대한 책무성 강화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를 위해 돌봄체계 내 공공의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구조적 변화를 위해 사회서비스원의 역할 확대 및 공공인프라 확충, 정부 재정투입 확대 등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인력양성 및 훈련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도 더해졌다.
의료분야에 대해서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및 공공보건의료원 혹은 공공의료청과 같은 컨트롤타워 설치 및 유럽 수준의 주치의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동시에 지역의사제 등과 같은 관련 제반 조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합진료 금지’와 같이 지불제도 개편 등 비급여통제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료에 대해 산업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의료 영리화와 관련하여 저지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들이 적절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연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강화와 보충적 노후소득보장제도 도입,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 및 국고지원 확대와 같은 핵심적 과제들이 연금개혁에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재정 안정화 차원에서 사용자 책임 확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하여서 사회보장제도 내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특고노동자의 사업장 가입 전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 대표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독립성 논란을 벗어날 수 있도록 위원 구성에 있어 정부위원 축소 및 노사위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기금운용위원회 및 산하 위원회 운영의 내실화와 안정적 수익 확보, 운영상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 등이 과제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
▲2월 1일 오전 10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공공의대법 제정방해 국민의힘 규탄 및 법사위 통과 촉구 공동기자회견’
복지국가 견인을 위해 노동조합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주문은 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수의 전문가는 한국노총이 조합원만의 협소한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일반적 ‘이해’를 대변하는 활동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운동이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릴 운동 방향 수립 ▲가족 친화 정책에 참여하도록 기업 압박 ▲국가와 자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사회보장 전반의 확대 도모 ▲돌봄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복지국가 모델 제기 ▲연대와 조직화 강화를 위해 노동·시민사회의 공동 캠페인 추진 ▲대언론 사업 강화 ▲양대노총의 사회정책 분야 공동 의제 마련으로 총선 개입 등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과제를 제시했다.
노동조합이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정책의 전반적 후퇴 양상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해 여론을 주도하고 시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 마련 △각종 거버넌스에 대표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위원 참여 보장 △노동자 이해뿐 아니라 전반적 복지확대에 대해 일반적 ‘이해’ 반영 등 다양한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총선을 경유하며 한국노총에 사회정책에 대한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내외의 의견을 우리 스스로 기억하고 현장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때이다.
* 사회정책분야 의견 제시 :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교수),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이사장),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교수),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교수),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정책위원장),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상임연구위원),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교수), 이은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실행위원),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