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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일하는 국회 만들기, 노동시민사회 사회정책학교 열리다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등록일 2024년07월11일 09시2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5월 30일 제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다. 노동·시민사회계는 사회정책 분야의 쟁점을 짚고 국회가 대응할 사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2대 일하는 국회 만들기, 노동·시민사회 사회정책학교’라는 이름으로 3일간 열린 행사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여연대는 국회 보좌진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연금, 돌봄 분야의 내용 알리고 국회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

 


 

보건의료학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의료민영화

 

사회정책학교의 출발은 보건의료학교였다. 첫 번째 발제로 나선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답보하는 현 상태를 진단하며 결국 모든 정책적 사안들이 맞물려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60%대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는 상황의 핵심은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여전히 큰 점에 있으며, 비급여가 높은 진료과일수록 의사소득이 높아 전공의 지원율도 높은 탓에 의료인력의 필수의료분야 기피 현상이 구조적으로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인 국민의 만족도도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급여부문을 통제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게 되어 가계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건강보험 급여 재정의 비효율 증대, 비급여 수입의 의존성 유지 및 진료 제공 체계의 왜곡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 비급여 허용에 따른 민간의료보험 시장 팽창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료비 지불제도를 원가 중심에서 가치기반 보상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등 공급자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불어 혼합진료 금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필수의료분야처럼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과 질병군 및 호스피스 완화의료 등 묶음 수가가 가능한 부분, 도수치료 및 백내장 등 과잉 비급여행위와 미용·성형 등 질병 치료목적이 아닌 비급여행위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를 단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인 나백주 교수는 지역의 필수의료 위기를 타개하고 병상공급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빈약한 공공병원 및 공공보건체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에 책임성을 갖는 공공병원 및 보건소의 기능이 취약하고 ▲지역보건의료를 책임져야 할 지자체의 기능 및 권한이 약하며 ▲중앙정부의 재정투자 기전과 이를 담보할 보건의료 인력양성 및 질 관리체계가 부재한 점이 결합해 ▲결과적으로는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체계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현 상황을 요약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70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공립병원의 공공병원화 추진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폐업하는 종합병원 매입 및 기부 체납 등을 통해 민간병원의 공공병원화도 추진되어야 하며, 각 병원의 공공의료 기능 탑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차 의료 활성화 지원, 보건소 기능 개편을 통한 찾아가는 건강평가 및 일차 의료 연계, 공공병원의 전문의 진료 지원 등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체계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병원자본의 의료공급 헤게모니를 감안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의료민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이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경로 속에서 의료산업화 세력의 다양한 요구가 곁들여지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압력은 끊임없이 존재해왔으며, 그 결과 실손의료보험이 무차별적 확대로 이어진 점,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민간(테크)기업 중심으로 일차 의료 민영화 시도가 나타난 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가 쉽게 확대된 부분, 디지털헬스케어법으로 개인 건강정보의 제3자 전송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이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정책과 방향성이라는 점을 국회가 인지해야 하며, 나아가 정부의 기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 증가, 공공병원의 확충 등을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금학교: 국민연금중심의 연금개혁이 필요하다

 

연금학교는 국민연금 제도개혁과 기금운용을 다뤘다. 남찬섭 교수(동아대 사회복지학과)는 과거부터 21대 국회까지 연금개혁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연금개혁의 재정안정화와 보장성 강화 사이의 오랜 논쟁에 대해 정리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이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내장되어 있고, 인구구조 고령화가 급속화되며 재정안정 중심의 개혁에 방점을 둔 재정 안정화론과, 본질적 기능인 급여 적절성이 지키며 미래 노인 빈곤의 해결에 우선을 둔 보장성 강화론이라 두 흐름이 그동안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항상 충돌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삭감하는 두 차례 개혁을 단행하면서 국제적으로 공적연금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평균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평균 42.2%에 비해 73.9%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노인들은 노후에 공적연금이 아니라 근로소득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공적연금을 방치하면 노인 빈곤 또한 개선하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미래세대에 또 다른 형태로 부담이 되므로 공적연금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취지는 이미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들이 다수 안으로 선택하였다는 것을 모두가 확인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할 것을 강조했다. 법정소득대체율 50% 인상과 동시에 보험료율의 단계적 상향 조정을 포함해 크레딧 강화와 저소득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 국고지원 추진, 사회투자를 통한 사회적 수익 실현, 정년연장 등 국민연금중심의 연금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연금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에서 다년간 활동한 경력이 있는 김승식 작가는 기금운용에 대해서도 국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시사점을 몇 가지 남겼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23년 말까지 연평균 누적수익률 5.92%로 인해 누적운용 수익금이 609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기금이 일정 정도 규모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 가입자의 부담을 최대한 덜도록 해 연금개혁의 원동력 중 하나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지출이 많아지는 2030년부터는 기금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보험료인상 없이는 적극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연금개혁을 통해 부분 적립식인 현행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운영방식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연금지급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금융시장 충격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주식시장 Value-up 프로그램이 성공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돌봄학교: 공공성 강화를 통한 지역사회 내 통합돌봄체계 구축

 

돌봄학교에서는 ▲현대사회와 돌봄, 공공성 ▲돌봄노동 일자리와 서비스 질 개선방안 ▲고령자 돌봄, 장기요양 현황과 과제 ▲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과 지역복지의 전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섰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공공성에 대해 강조한 김진석 교수(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는 인구구조와 가족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돌봄 분야에 대한 공공성 담론이 다시금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공성의 개념은 형식적 공공성과 내용적 공공성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돌봄의 사회화,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부개입의 근거로서 두 측면의 공공성을 결합해 차용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돌봄 등 사회서비스영역은 대표적으로 시장실패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현금급여 방식의 소극적 개입보다는 돌봄서비스의 공공생산 확대라든가 제3 섹터의 파트너십 강화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성 강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가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기구를 통해 돌봄서비스 직접 제공을 활성화한다든가 공공 주도의 커뮤니티 케어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봄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 돌봄노동 일자리의 개선을 촉구했다. 돌봄노동이 일의 대상이 ‘사람’이고 노동의 결과가 사람을 ‘보호’하는 대인서비스 특성상 돌봄노동의 전반적 조건이 질 높은 일자리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돌봄 노동자의 계약 형태, 임금(소득)의 수준, 노동 시간, 사회보장적용 등의 부가 급여, 노동과정의 통제권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다수의 돌봄노동은 좋은 일자리보다는 나쁜 일자리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돌봄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현재 구조에서 괜찮은 돌봄 서비스 제공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난주 교수(대구대 사회복지학과)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기요양산업화,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제외 문제 등에 대해 국회가 대응해야 함을 지적했고 김보영 교수(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분권화를 통해 당사자 중심의 지역 내 통합돌봄체계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달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2대 국회가 책임져야 할 사회정책, 국민의 삶을 담보해야

 

이 행사를 기획한 실무진으로서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될 보좌진들 상당수가 일정을 제쳐두고 참석해 학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국회가 사회정책 분야에 적극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가 생긴 계기가 됐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보여줄 것을 희망한다. 한국노총은 노동계 및 시민사회 동지들과 함께 앞으로도 사회정책과 제도를 요구하고 국회가 책임지게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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