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 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조탄압 4종 세트, 즉, ‘노조 때려잡기’(폭력연행, 압수수색 등 극단적 공권력 남용), ‘노조 꼬투리 잡기’(노조 회계 감시 등 노골적 노조운영 개입), ‘노조 왕따시키기’(각종 정부위원회 및 사회적 대화에서 양노총 배제), ‘노조 갈라치기’(노조 간 분열 조장 및 이간질)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말이다.
2021년 정부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은 무시하면서 ‘노사 법치주의’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노조를 그렇게 먼지 털듯 때려잡고 근로 손실일수(파업으로 일을 못 한 날)와 노사 분규 지속일수를 역대 정부 최저로 줄였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의 반동적(反動的) 행태를 마주하는 게 우리가 처한 현주소이다.
2024년 임단협을 둘러싼 노동 정세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적대적 노조 정책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정부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운영실태 결과를 발표한 직후 현장에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정부가 타임오프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현장에 시정지시를 내려, 사측이 근로시간면제자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무직 휴직 발령을 내는 등 현장 노사교섭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친기업·반노조 정책은 현장의 노사대응에 입각한 자율적 노사관계에 개입해, 노조에 현저히 불리한 요인이 된다.
2024년 임단협은 만성화된 저성장, 가계부채와 물가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 총선 국면에서 노동 의제의 실종, 그리고 정부의 적대적 노조탄압과 노골적 기업 편들기 등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 놓여 있다.
2024년 한국노총 임단협 목표 및 방향
한국노총은 노조 운동의 사회연대전략, 그에 입각한 사회연대교섭을 제기한다. 물론, 각 현장의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린다거나, 사측의 자본과 선의에 기댄다는 운동방식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연대를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현재 정부는 노조 갈라치기, 즉, 우리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세대 간·업종 간 노노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현장을 파편화시키려 하고 있다. 노조의 연대가 절실하다.
이중화를 넘어 거의 분절 상황에 놓여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도 노조의 사회연대에 기반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작년 한국노총이 진행했던 사회연대입법(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 서명운동이나 노조법 제2·3조 개정 투쟁은 차별 없는 노동조건 실현과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사회연대의 맥락에서 진행한 것이다.
2024년 임단협 방향은 사회연대교섭 실현을 위해 넓게는 취약노동자 보호를 위해 초기업별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사업장 수준에서는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자 보호를 위해 연대임금인상분을 요구하도록 하고자 한다. 연대임금인상분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기금을 조성하거나 비정규직 보호 및 차별 해소에 나선다.
2024년 임단협 과제
장시간 노동 근절 및 노동시장 유연화 대응
작년 전국민적 여론의 역풍을 맞고 좌초된 줄만 알았던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 개악 시도가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가 노동시간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업종·직종별 연장 노동 관리 단위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노사정 대화를 거쳐 구체적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노동시간 문제가 노사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뇌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작년 말 연장 노동시간 관련 대법원판결과 이에 따른 정부의 행정해석 변경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에서 1주간 12시간의 연장 노동 한도를 계산하는 산정방법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 있었는데, 1주간 12시간의 연장 노동 한도를 초과하는지는 1주간 노동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노동시간의 합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고용노동부는 관련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현행법상 1일 최대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에서 1일 몰아치기 압축 노동이 우려된다. 그러나 연장 노동에 따른 가산임금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 노동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는 것이 유지된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정년연장 및 연령차별 금지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맞춘 정년연장 법제화 입법청원을 통해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을 골자로 한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해 정년논의를 앞당겼다.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선언에 따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정년 의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정년연장 문제는 법·제도 개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현장의 노사가 공적연금·퇴직연금 등 노동자 노후준비와 함께 교섭 의제로 다루게 되면 도입 논의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정착 및 산업안전보건 현장활동 강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중대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히 경영책임자의 처벌만을 강화하는 법이 아니라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대하여 안전보건에 대한 의무와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산재 예방의 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안전보건에 투자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하는데 입법 취지가 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준수를 통해 노동자의 생명·안전권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노조가 선도적으로 ▲안전보건점검(진단) 및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재해 예방 ▲안전보건교육 강화 ▲작업환경측정을 통한 작업장 개선 ▲유해·위험 기계기구 및 설비 등의 안전 확보 ▲작업중지 및 해지 결정 ▲노동자 건강진단과 역학조사를 통한 질병 예방▲휴게시설의 설치 운영 등에 대해 사전 점검하고 임단협 시 요구사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2024년 한국노총 공동임단투지침 (한국노총 홈페이지 http://inochong.org/ ‘보고서·간행물’ 게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