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도 당연한 소방·경찰·우정집배?”

현업공무원 노동업무 고찰

등록일 2023년09월13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기산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부장

 

현업직 공무원은 소방·경찰·우정집배로 일상세계(현장)에서 ‘제복근무’를 하는 공무원을 뜻한다. 사회 통념상 우리 일상의 안전과 치안을 유지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임하여 어린이에게 슈퍼히어로 같은 우상이 되는 존재이다. 시민에게 일상이라는 최일선 현장에서 ‘공무원’이란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직군인 현업공무원들, 그래서 우리는 사회 통념상 현업공무원(제복공무원)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동안 너무도 쉽게 대하여 왔다.

 

현업(제복)공무원 노동환경 실태

그렇다면 현업공무원의 노동환경은 어떠할까? 현업직 공무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인사혁신처의 보도자료(2018.1.16.)에 따르면 2,738시간으로 비현업직(일반직) 공무원의 2,271시간보다 467시간 더 일하고 있으며,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현업직 70.4시간, 비현업직 31.5시간에 이른다. 당시 OECD 평균(1,763시간)에 비해 약 1,000시간(비현업직 약 500시간) 더 일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평균 807명(소방청 통계연보 2022), 경찰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평균 411명(경찰청 통계연보 2022)이며, 집배공무원의 경우 집배 물량의 산출식에 근거한 집배원 1인당 부하량을 책정하고 초 단위까지 측정하여 일한다. 즉 현업공무원은 한국사회의 과로사 및 장시간 노동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핵심 직군이라는 그늘진 이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9월 4일(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제복공무원 노동시간 실태 파악 및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는 이렇듯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소방·경찰·집배 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이들의 노동시간 실태를 파악하여 제반 법령 및 정책 개선을 마련해 공무원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국민적 공감대를 재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된 현업공무원 노동시간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2023.9.4.)에 따르면, 현업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종별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경찰직 55.3시간, 소방직 56.7시간으로 민간 주 52시간에 비해 2.4시간 초과하고 있었으며,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응답자 비율이 경찰직 56.8%, 소방직 61.2%, 우정직 26.7%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복공무원 업무특성으로 나타나는 업무 집중시기(토·일 근무, 특별경계근무, 특별소통기간 등)의 노동시간은 주 평균 70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방·경찰직 중 교대제를 운영하는 외근직일 경우 문제는 더 심각했다. 교대제 운영상 야간근무는 필수적이다. 소방직 8.9회, 경찰직 7.9회로 월평균 7회는 무조건 야간근무를 한다. 그러나 야간근무 휴게시간 부여는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교대제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을 위한 휴일과 비번을 준수해야 하지만 휴무일 근무가 월평균 1.9일로 조사됐다. 사실상 소방·경찰의 교대제로 인한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현업공무원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인력 부족’을 1순위, ‘업무량 과다’, ‘낮은 임금’의 응답이 각각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즉 이 각각의 요인은 상관관계로 “인력 부족 ↔ 업무량 과다”, “인력 부족 ↔ 낮은 임금”들이 상호작용하며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일까? 현업공무원 모두는 정신질환의 고위험 직군에 속한다. 높은 직무스트레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위험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다. 소방공무원은 특히 PTSD 발병률이 전체 직장 가입자 대비 약 6~8배나 높고, 경찰공무원은 감정노동 1순위 직군으로 자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할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 집배공무원 역시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할당된 하루 물량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정신적·신체적 압박감이 매우 심하다. 또한, 현업공무원은 한국 사회 업무사(순직) 및 과로사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매년 많게는 40~50명의 순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공무상 재해로 인한 공상자는 평균 2,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업(제복)공무원 노동환경 개선방안

현업공무원의 직무 특성으로 인한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적정한 통제와 적정인력 충원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관련 법령에는 명시조차 없다. 「공무원복무규정」에는 주당 40시간 근무 및 토요일 휴무만 규정함으로써 상한선 없는 장시간 노동(초과노동)을 방치하고 있고,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는 시간외근무에 대해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니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무급(공짜)노동이 발생하거나, 그 단가가 민간 대비 매우 낮아 “싼 맛에 이일 저일 부려 먹는다”는 속언이 있을 정도다. 즉 법령적 경로 자체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뿌리 깊은 관행의 명문화로 사실상 정부 부처인 소방청·경찰청·우정사업본부가 방치하고,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가 방관하여 개선의 의지조차 없다.

 

최근 현업공무원 현장에서는 현장대응력(치안력, 소방력, 집배력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악성 민원인의 갑질 문제는 해가 갈수록 높이지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또한, 현업공무원의 장시간 노동인 초과근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소방·경찰·집배 공무원 모두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조직문화의 정착을 희망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ILO 제47호 「주 40시간으로의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협약(1935년)」을 2012년 비준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일상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건강을 보호하고 가정 및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야간근로의 속성상 요청되는 특별대책을 야간근로자들에 대하여 행하여야 한다.’는 ILO 제171호 「야간근로협약(1990년)」을 준수하고 즉시 비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존경하고 존중을 표하고 있는 제복공무원에 대해 사용자인 윤정부는 무책임하게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받아야 할 경의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를 즉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복공무원 노동시간 실태 파악 국회토론회’가 이를 위한 첫 단초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박기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