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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재정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등록일 2023년05월15일 09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정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시기에 따라 정해진 일들이 진행되는 국가 재정 과정이 그것이다. 국가 재정 과정은 3개년의 일들이 한 해에 함께 진행된다. 2023년인 올해에는 2022년에 대한 결산이 진행 중이며 동시에 2023년 예산이 집행되고 있고 또한 2024년 예산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년의 재정 과정은 동일한 주기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통상 5월에 개최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재정 과정에서 꽤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자리이다. 왜냐하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다음 해의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과 전략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실무적으로는 정부 각 부처에게 흔히 ‘실링(ceiling)’이라 불리는 부처별 예산 한도액을 통보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위기 극복의 소방수 역할을 한다

흔히들 알고 있듯 국가 재정에 대한 시각은 정치 세력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국가의 역할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는지에 따라 국가 재정에 대한 접근이 달라진다. 1980년대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념이 주도적인 것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국가 재정은 최소한의 역할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는 더 세부적으로는 재정 적자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활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최종 대부자’로서 위기 극복의 소방수 역할을 한 것은 결국 국가였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은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는 정치적 입장을 가진 쪽이라 하더라도 국가 재정을 필요한 상황에 적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집권 세력의 정치적 지향과 무관하게 현재 집권 세력이 국가 재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것인지를 널리 알리는 자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그러한 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출처: 이미지투데이

 
건전재정과 약자 복지는 모순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2024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확인되는 윤석열 정부의 주된 재정 전략은 ‘건전재정’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통제하면서도 미래와 혁신을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하지만, 건전재정은 세입 규모 내에서 지출을 통제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논리적으로 건전재정 아래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작년에 큰 폭의 감세 정책을 추진한 상황이다. 정부 출범과 함께 감세 정책을 추진했으면서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갑자기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기존 재정 지출을 줄여서 이른바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실현 가능한 것일까? 참고로 2023년 총지출 중에서 의무지출이 53.3%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재정 지출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특히 정부가 중점 투자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약자 복지’는 대상이 누구인지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정부가 제시한 내용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고립은둔청년과 한부모가족 등 새롭게 나타나는 복지 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재정 투자의 주된 방향인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정책은 나타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해당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돈의 규모도 추정할 수 없다는 것과 동일하다. 게다가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얼마나 줄일지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2024년 예산안의 모습이 구체화 되기까지 아직 몇 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과감한 투자’의 첫 번째 항목인 ‘약자 복지’가 무엇일지 흔히들 이야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브랜드’ 사업 무엇이 될지 솔직히 말해 필자는 모르겠다.

 

혹시 그저 단순하게 국가의 재정 총량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므로 감세 정책을 통해 스스로 세입을 줄인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러하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재정이 소득재분배를 개선하는 것에 있어 OECD 국가 중 하위를 차지하고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도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우리나라 재정의 규모가 적으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악화의 상황에서 필요한 적극적 재정 지출

경제와 재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기 악화의 상황에서 경기 안정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는 재정의 역할을 ‘건전재정’이라는 이름 하에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출은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적자를 보이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경기 흐름은 좋지 않다. 정부는 내년에는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기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보인다. 현재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경제 심리를 감안해 대외적으로는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재정 운영을 포함한 정책 방향은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하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국가는 적극적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한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취약계층인 것을 감안하면 국가 재정 정책은 단순한 거시 경제 안정화를 넘어 경제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처한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고 계속 그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건전재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거부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재정을 통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약자 복지’가 추구하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 정부의 민생 악화에 대한 대응 의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

사실 경기 안정화를 위한 국가 재정의 역할은 집권한 정치 세력의 성향과는 무관하다. 2007년 이후 총지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대폭 증가한 경우는 코로나19 대응 시기였던 2020년(16.7%), 2022년(12.3%) 외에도 세계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던 2008년(10.8%)과 2009년(14.8%)이다. 민생 악화 대응에는 정치적 지향의 구분이 없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2024년 예산안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는 현재 좋지 않으며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경기 상황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과연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민생의 악화를 막아내는 국가 재정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게 될까? 지금의 ‘건전재정’이라는 단어에서 필자가 느끼는 불안함을 지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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