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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 건전성? 재정정책의 건전성!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등록일 2024년05월27일 08시4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2대 총선이 여소야대의 결과로 막을 내렸다. 여당은 개헌저지선을 지켰지만, 전체 의석의 3분의 1 정도를 확보하는 데 그칠 정도로 참패했다. 단지 ‘대파 쇼’ 하나로 여당을 심판한 것을 아닐 것이다. 

 

2022년 5월에 집권했으니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지 만 2년, 햇수로는 3년 차에 들어섰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동안 어떤 정책을 펼쳐 왔던가? 팬데믹 공식 종식 이후에도 위기가 지속하는 엄중한 상황인데 정부는 민생위기에 대한 대응은 고민하지 않은 채 낙수효과를 거론하며 부자 감세와 대기업 퍼주기에 골몰해 왔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는 2022년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민간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로 집약된다. 재정 정상화란 문재인 정부에서 올라간 조세부담율을 내리겠다는 것이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란 문재인 정부에서 올라간 국채 규모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감세정책과 건전재정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면 재정지출은 늘지 않거나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복지확대는 어렵게 되고 재정정책의 기조는 긴축재정을 띄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이 감세 정책이다. 2022년 말에 종부세,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등 전방위적인 감세를 추진하였고 2023년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투자 및 연구개발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확대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감세 정책으로 줄어든 세수는 20조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나라살림327호, 2023년 7월 27일)에 따르면 5년간 총 89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감세 정책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대기업과 자산가이며 이러한 이유로 윤석열의 감세 정책은 부자 감세라고 불린다.

 

윤석열 정부는 감세와 더불어 재정적자 발생을 억제해서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는 소위 ‘건전재정’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기재부 장관인 추경호이다.

 

추경호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당시 정부가 코로나 위기 대응으로 적자재정 정책을 감수했던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어떤 경우에도 국가채무는 GDP의 4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재정준칙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추경호는 현 정부의 초대 기재부 장관이 되자 국채 상한선을 GDP의 60%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제안했다. 다행히 야당이 반대하여 통과되지 않았는데 현재 OECD 국가들의 평균이 GDP의 110% 가깝다는 점에서 너무나 엄격한 준칙일 수밖에 없다.

 


 

부자 감세와 건전재정... 세수결손과 재정적자 큰 폭 상승

감세와 건전재정의 결합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첫째, 재정지출 축소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윤석열 표 조세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2023년 예산안을 작성하면서 추경호 경제팀은 지출 측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 즉 24조 원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지출을 최대한 졸라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가령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공무원 보수를 반납·동결했고, 재정이 들어가는 위원회 246개 중 48개는 통합하고 33개는 폐지했다. 또한, 정부 재정을 투입하던 사업을 대거 민간으로 돌렸다.

 

민간에게 맡긴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민간은 영리를 추구하는 경제주체이다. 따라서 국가가 하던 일을 민간에 넘기게 되면 민간은 이 일을 이익을 뽑아내는 비즈니스로 만들어 버린다. 재정지출을 효율화한다면서 민간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었다.

 

둘째, 감세 정책의 결과 세수 기반이 크게 위축되었다. 현 정부가 감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세수 감소 규모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 직접적인 세수 감소도 얼마되지 않을 것이고 낙수효과가 발생해서 경제가 활성화되면 세수가 다시 증가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세수 감소 규모는 더욱 작을 것으로 전망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에 56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지난해 이미 적자가 58조 원 정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세수결손이 56조 원 났기 때문에 단순하게 계산하면 적자가 114조 원 정도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지난 4월 11일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GDP 대비 3.9% 적자로 보고되었고 국가채무는 1,126조 7,000억 원(GDP 대비 50.4%)으로 보고되었다.

 

재정적자는 추경호 장관이 재정건전성 기준으로 삼는 GDP 대비 3% 적자를 초과했고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GDP의 50% 돌파했다. 그러나 이것도 기재부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비법을 통해 적자분을 줄인 결과이다.

 

하나는 총수입‧총지출 통계 밖에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을 약 20조 원을 끌어와서 적자 발생분을 줄인 것이다. 이것은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채무인데, 국가 회계에서는 채무로 잡히지 않는 돈으로서, 마치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 것 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결국은 갚아야 할 돈일 뿐이며, 최근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방어에 써야 할 외평기금을 대거 끌어다 쓴 것이어서 문제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계획된 예산을 쓰지 않고 ‘불용’을 확대해서 적자 발생분을 줄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교부세‧교부금 18조 6,000억 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즉 쓸 것으로 계획했던 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적자가 대거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외평기금을 끌어다 쓴 것과 지방교부금 불용 등이 없었다면 적어도 약 38조 6,000억 원의 적자가 더 생겼을 것이고 이 적자 감축분을 더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 원이 아닌 125조 6,000억 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방만 재정'이라고 비판한 지난 2022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117조 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인해 적자재정 정책을 사용했고 그래서 국채가 증가했는데 그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 없이 국채 증가 현상 자체를 비판하면서 국채를 늘리지 않겠다는 소신 소위 ‘건전재정’정책을 공약했으나, 코로나 위기가 끝난 상황에서 그보다 더 못한 결과를 맞이했다.

 

윤 정부, 복합 위기 대응 손 놓는가?

심각한 세수 축소는 이후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올해 세입 예산이 지난해 본예산보다 2.2%(13.6조 원) 더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라면 세수결손을 다시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미 대규모의 적자를 ‘계획’했기 때문에 세수결손과 상관없이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올해 92조 원의 적자, GDP의 3.9%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즉 세수결손이 나지 않아도 이미 심각한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법인세 납부액은 0원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다. 작년에 반도체 불황에 따른 수입 감소 탓도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실시한 감세 정책,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의 혜택 덕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양극화, 4차산업혁명, 기후위기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각각의 위기 앞에 ‘초’자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다. 이러한 위기에 충분한 세수 없이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출산 가정에 1억 원씩 지원하는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세수 기반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놓고, 여전히 수입의 많은 비중을 기업 퍼주며 정부가 이런 설문 조사를 왜 하는지 헛웃음이 난다. 깨어있는 국민과 노동자는 묻고 따지지도 말고 당장 추진해야 할 중요한 경제정책이 증세(물론 정의로운 증세)임을 인식하고 이를 국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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