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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강사 성공신화, 청년에게 어떤 의미일까?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등록일 2023년05월12일 17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일타강사들이 각종 SNS, 유튜브, 예능까지 장악했다. 일타강사는 ‘일등 스타 강사’의 줄임말이다. 일타강사들의 이야기는 ‘동기부여’, ‘성공하는 법’ 등의 제목을 달고 퍼져나간다. 그러나, 영상의 발언을 볼 때면 과연 일타강사들의 이야기가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물질주의와 능력주의로 점철된 이들의 발언이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과 시민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수억의 연봉, 명품 옷, 슈퍼카

영상 속 일타강사들은 ‘내가 시험을 가장 잘 보고, 공부를 가장 잘했는데도 내가 가장 열심히 하더라’라며 자신보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 뿐만이 아니다.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씹어먹으며 공부를 한 일화’, ‘가난한 가정환경을 스스로 노력으로 극복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공부와 일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건강이 상했다면서도 이 정도로 독하게 노력해야 성공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강사들은 노력의 정당한 결과로 얻어낸 트로피라며 자신의 부를 과시한다. 명품 옷을 입고 나와 연봉은 물론이고 자신 소유의 건물이 몇 채가 있는지, 슈퍼카가 몇 대인지를 자랑하고, 학생들은 이를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여 자신도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세뇌된다.

물론 일타강사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할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독하게 공부할 것을 독려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학생이 그들의 말에 영향을 받고, 또 이제는 학생뿐 아니라 미디어와 SNS를 통해 영상에 노출되는 수많은 이들이 이를 수용한다. 사교육 강사라지만, 교육자로서의 일타강사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타강사의 성공신화는 능력주의 사회의 단면

최근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고, 이를 방증하듯 아동, 청소년의 삶 만족도는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8년간 부동의 자살률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 최고의 학업 시간과 학업 스트레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사회가 대입 시험에 매몰되어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신격화하는 것도 문제다. 일타강사의 성공신화는 승자독식 사회, 그리고 능력주의 사회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능력주의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수많은 학원 강사 중 인터넷 강의라는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을 온전히 강사의 노력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터넷 강의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 그리고 수많은 인터넷 강의 중에 학생들의 선택을 받은 것. 이러한 것들이 과연 노력으로만 성취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타가 되지 못한 이들은 일타강사들보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수많은 학원 강사 중 일타강사로 선택받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개인의 노력으로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우리 사회에서 수저계급론과 같은 불평등 담론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듯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노력이 성공을, 특히 부의 축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2022)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가 일반대에 진학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희재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Y로 일컬어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의 절반이 상위 20% 가구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청년기에 이룬 성취는 많은 부분이 부모 세대로부터 대물림된 것들이다. 어떤 주거 환경에서 살아갈지, 생활비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기계발 또는 여행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따라 성취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타강사들은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을 가린 채 노력으로 그 모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만들어낸다. 100%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공이기에 이에 따른 보상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과시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누군가 그들의 물질주의적, 능력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면, 강사들은 이러한 비판을 자신처럼 되지 못한 사람의 질투로 치부해 버린다.

노력은 중요한 가치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력만이 현재 가진 능력을 설명하는 유일한 지표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노력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지가 박약한 사람들로 묘사하며 불평등의 원인을 노력하지 않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린다.

 

인생의 가치가 학벌과 돈으로만 매겨지는 사회

과도한 경쟁과 채찍질에 지친 이들은 경쟁의 대열에 오르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과감히 지출하는 욜로족(YOLO: You Only Live Once)이 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이 되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한편, 소득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워라밸이 지켜지는 직장을 찾고, 직장에서 업무 범위 내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조용한 퇴사’를 택하기도 한다.

학생들과 청년들이 노력에 따라 보상받고, 자신의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 가학적인 방식으로 성공을 쟁취하고 그 노력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며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것은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성공 여부를 학벌, 돈을 기준으로 삼을 때 사랑, 우정, 배려, 연대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지워지곤 한다. 친구와의 관계는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미래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일 뿐이니 친구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된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물질주의와 능력주의를 넘어

근본적으로는 단 한 번의 시험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될 것이며, 패자부활의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시험 성적, 소득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지금의 사교육 산업과 일타강사 팬덤은 능력주의 사회, 불평등이 세습되는 사회의 단면이다. 자신의 영향력을 물질주의와 능력주의 신화를 공고히 하는 데 사용하기보다 물질적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교육이 있길 바란다. 이것이 영향력을 가진 어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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