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수만 명의 노동자 대오, 단절된 시민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등록일 2023년05월04일 14시5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상담소에서 이번 노동절 집회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우리 조합원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노동개악 막아 내자 하는데 너무 두루뭉술해서.”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 장시간 노동 가능 정책이나 노동조합 통제 강화 정책에 맞서 개최하는 5·1 노동절 집회를 앞두고 단위노조에서 교육을 요청해 왔다. 대부분 조합원이라면 언론에서 접한 윤석열 정부와 노조 사이의 갈등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다. 조합원들도 이러할 진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시민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알기나 할까.

노동절은 133년 전 정부와 자본에 맞서 권리향상을 위해 싸우다 죽어 간 미국노동자들의 숭고한 투쟁을 기리며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 과거의 투쟁을 박제화해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단결해 남아 있는 노동 현안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지난 1일에는 전국적으로 10만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의 장시간·저임금·반노조 노동개악 시도에 맞서 목소리를 냈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는 각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 5만여명 이상이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반 노동정책을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오전 강원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의 간부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맞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채용 강요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유서에서 그는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죽음 앞에 노동절 집회에 참석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도 고조됐다. 이를 반영하듯 현장 발언에 나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산별 차원에서의 파업을 결의하며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대한 전면 투쟁을 끈질기게 전개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노동절 집회에 남는 아쉬움도 크다. 휴일 여의도는 일부 쇼핑몰을 제외하면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공동화 지역이다. 거기에 경찰이 설치한 안전 펜스 안에서 모여 우리의 주장을 외친들 시민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집회 시작 전 조합원들은 집회 장소를 찾아오느라 한참 애먹었다는 이들이 많았다.

뜨거운 날씨 탓인지 집회 시작 후 1시간이 지나면서 참석자들은 조금씩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무대를 배경으로 집회가 진행 중임에도 단체사진을 찍고 뒤풀이하러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역에서 버스를 전세해 올라온 사람들은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귀성을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집회가 마무리되기도 전 군데군데 빈 자리가 휑했다.

노동정책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벌이는 정책대결은 한판 대결이 아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와 연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속에서 마음을 얻는 문제다. 직접 대면에 한계가 있기에 언론에 지면을 빌려 우리의 입장을 알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노조를 적대시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소득을 두텁게 지키는 법제도를 없앤다면 우리 삶도 파괴된다고 시민들을 직접 대면해 설명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물론 한국노총은 노동절 투쟁 이전 각 지역과 단위노조를 대상으로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맞서 싸워야 할 필요성을 홍보하는 지역 순회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장소적 제약으로 대중들에게 한국노총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전달되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노조 차원에서 음악회나 기념식 형식으로 치르는 노동절 행사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내외빈 소개와 대표자 인사말이 행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방식을 지양하고 참가자의 경험과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행사 기획이 절실하다.

몇 년 전까지 한국노총은 노동절에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조합원은 물론 일반시민까지 참가할 수 있는 행사였는데, 함께 참가한 비조합원 지인들은 볕이 좋은 곳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다과를 즐기며 노동현안에 대한 한국노총의 정책 방향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던 자리라고 평가했다.

물론 여기에 드는 예산 문제가 있어 노사정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지금 한국노총이 독자적으로 개최하기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꼭 마라톤대회가 아니더라도 그 마라톤대회를 기획했던 ‘시민참여형 노동운동’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실현할 시점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이동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