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기고]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이 나아가야 할 길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등록일 2022년11월03일 13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고령화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2008년 7월 인구 구조의 변화로 늘어나는 노후 돌봄 욕구와 이에 따른 가족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돌봄의 제도화를 목적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법안의 도입 당시 민간 주도하에 요양기관이 설립·운영되었고 이를 국가가 전혀 관리감독하지 않으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무한경쟁 아래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수익을 목표로 한 민간 기관의 부당청구나 불법·편법 운영이 빈번했고, 현장의 돌봄 노동자들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였다. 이용자들이 받는 서비스의 질은 계속해서 하락했고, 돌봄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노인장기요양기본법 제6조(장기요양기본계획)에는 장기요양급여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5년마다 장기요양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12년에 제1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이, 2018년에는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방향성이 결정되었다. 내년인 2023년에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의 수립이 이루어진다. 이번 기본계획은 현장의 노동자, 수급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의 문제점과 대안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은 지난 4월 진행된 착수회의를 시작으로 몇 차례의 장기요양기본계획 수립 추진단 회의를 진행, 기본계획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논의 중에 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의 목표를 △이용자의 선택권 강화 △재가생활지원 확대 △장기요양 제공체계의 합리적 개선 △장기요양제도 운영의 고도화로 설정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기존의 장기요양기본계획과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을 조금씩 보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보이긴 하나 여전히 통합적인 대응방안이 부재하다.

 

첫째, 장기요양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계획(안)에서 정부는 지역사회돌봄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양서비스를 전문화해서 비급여를 확대하겠다는 내용과 재정을 언급하며 요양병원 이용에 제한을 두는 내용이 포함되어 의료 이용료가 상승하고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정부는 장기요양인력의 보상체계를 개선하고, 승급체계를 도입, 인력 배치 기준도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임금 수준 확대와 수가 체계 개선에 대한 방안이 없고, 지역별로 인력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58.7세로, 고령화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연령대 또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보호사 근로환경 변화 탐색 연구(경승구·박세영·이호용·신예린)’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요양보호사들의 10년 근속률은 34.5%에 불과하고, 20~40대 요양보호사의 이탈률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수급을 위한 획기적인 전략 없이는 임금을 올려도 보상체계가 구축되어도 요양보호사의 자발적인 유입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가속화되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장기요양인력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진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시급 수준에 맞춰진 돌봄 노동자의 수가 체계를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건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보상체계와 승급체계를 마련하고 요양인력 확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 없이 장기요양 질은 향상될 수 없다.

 


△ 지난 4월 15일 개최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착수 회의(사진=보건복지부)

 

둘째, 재정 확보를 위한 대안이 부재하다.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이 있는데도 정부는 장기요양보험료의 인상 이외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 장기요양보험료를 책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매번 장기요양위원회를 개최해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결정한다. 건강보험료 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2021년 11.52%->2022년 12.27%->2023년 12.81%) 회의자료와 결과에 대한 공개 의무가 없다.

 

때문에 보험료를 내는 시민들은 어떤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는 가입자의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또, 현재 장기요양보험재정의 20%는 국가가 지원하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에 명시하고 있으나 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비해서 국가의 지원 비율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장기요양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 수에 맞춰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국고 지원 비율을 30%, 혹은 그 이상 대폭 확대해 장기요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가속화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의 지원 없이는 사회보험의 튼튼한 재정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공공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노인요양시설의 99%를 민간이 운영하고 있어 공공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장기요양서비스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균등한 서비스 품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차지해야 하는 목표비율(국·공립기관 목표비율) 설정을 권고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민간기관의 부당청구 등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악한 노동자 처우와 낮은 서비스 질 문제가 심각하다. 남인순 의원실이 공개한 장기요양기관 현지조사 부당행위 적발 현황(2017~2022.7)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까지 장기요양기관 현지조사기관 689개소 중 부당행위로 적발된 기관이 657개소로 적발률은 95.4%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기관은 10개소에 불과하고, 폐쇄명령 처분은 단 한군데도 내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획(안)에서 공공성 강화에 대한 부분은 민간의 공급이 부족한 대상 및 지역에 한해서 지역별로 공공시설을 확충하고, 공공재가기관을 확대하겠다는 내용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부족한 대상과 지역 뿐만 아니라 전체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량의 1%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공공 인프라를 확대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요양서비스 총량의 30%를 공공이 제공하고, 지자체별로 공급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공공요양기본공급률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계속해서 발생하는 민간 기관의 부당행위를 적발하고 폐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장기요양의 공공 책임성을 강화해야 수준 미달의 요양기관을 퇴출하고 이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장기요양제도 질 개선과 공공인프라 확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5년의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계획이다. 수급자들은 국가가 책임지는 믿음직한 돌봄 체계 구축을 그 무엇보다 절실히 바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사회서비스의 민관협력 강화를 선언한 상황에서 장기요양기본계획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며 이용자들은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시민들이 노후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장기요양제도의 질이 개선되고, 공공인프라가 확대되고 충분한 재정이 지원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이 수립되길 바란다.

조희흔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