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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14기 한국노총 통일선봉대, 분단의 상흔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달린다

이의선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조직차장

등록일 2022년09월02일 13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6.25전쟁이 발발하고 정전협정을 체결한지 69년이 되었다. 전쟁이 잠시 멈췄을 뿐 지금도 남과 북은 전쟁 중이다. 정전 중이라는 것을 잊고 지내다가도 여름이 되면 전쟁을 대비한 훈련을 한다는 기사가 보이고 그럴때면 전쟁 중이라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우리 민족은 아직 전쟁 중이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민족의 과제인 통일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광복이면서 분단이 된 광복절을 전후하여 통일대회가 곳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기도 하지만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날이기에 우리 민족의 진정한 광복을 위한다는 의미이다.

 

 

보수단체에 점령당한 소녀상

 

8월 10일, 한국노총 14기 민족자주 통일선봉대(이하 통일선봉대)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청계광장에 집결해 일본군‘위안부’기림일 세계연대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대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수요집회는 30년 동안 매주 수요집회를 이어가고 있고 이 날은 1556차였다. 행진을 마치고 집회장소에 도착해 이상함을 느꼈다.

 

소녀상 앞(일본대사관) 인도는 보수단체가 차지해 <위안부 사기 그만!>, <위안부 동상철거!>, <반일은 정신병>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소녀상을 모독하고, 수요집회를 음해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수단체에서는 집회신고 선점을 위해 매일 경찰서에서 숙식까지 한다고 했다. 평화를 말하고 전쟁 반대의 상징이었던 소녀상을 지금은 보수단체가 점령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대학생 단체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벌이고 있었는데, 분단 77년이 된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민족적 과제로 인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장면이었다.

 

소녀상 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축소판과 같았다. 전쟁반대,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과 그와는 반대로 친일에 앞장서는 사람들, 위안부‘기림일’은 8월 14일이다. 8월 14일인 이유는 고 김학순 할머님이 처음으로 증언한 날이자 아직 진정한 해방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왜 아직까지 진정한 해방을 보지 못했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8월 11일, 새벽부터 통일선봉대는 분주했다. 통일선봉대는 사드연대집회를 위해 소성리로 이동했다. 소성리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 전쟁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투쟁했지만 결국 미군과 국방부의 주도하에 2017년 처음 사드가 배치됐다. 지금은 추가배치를 해야한다는 논의가 있고 소성리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투쟁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의 핵심은 미사일이 아닌 레이더이고 그 레이더로 인해 주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사드 레이더가 방출하는 전자파의 방향에 있는 노곡리 마을에서는 최근 9명의 암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5명은 이미 사망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와 관련한 조사도 없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평생 농사만 알고 살아가던 마을주민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저항을 하고 투사가 됐다.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통일선봉대의 다음 목적지는 아름다운 능선을 가진 신불산이었다. 신불산에서 통일운동을 하시다 옥살이를 한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아버지께서 탄광노동자로 일했고 그로 인해 일본에 강제이주 되어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일본에서 군함도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자주를 빼앗긴 민족이 어떻게 사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해방이 되어 귀향했지만 여전히 득세하는 친일, 친미세력들을 보며 잘못되었다 느끼고 민족자주를 위해 투쟁의 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이 구호를 외쳤다고 했다. <조국을 위하여. 노동자 농민을 위하여.>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어봤다. <여러분은 진정으로 해방되셨습니까?>

 

 

현장연대 투쟁도 함께

 

8월 12일, 통일선봉대는 투쟁하는 노동조합과 힘찬 연대를 이어갔다. 이날 통일선봉대가 연대투쟁한 곳은 2달째 총파업을 이어가는 <전국노동평등노동조합 아름방송지부> 그리고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투쟁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었다. 아름방송지부는 경영진들은 쪼개기경영, 족벌경영, 그리고 불성실교섭, 불법파견에 맞서 총파업을 시작했다. 금융노조는 와해된 산별교섭체계를 복원하기 위해 사용자단체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임원 3명이 부당해고를 당했고 복직을 위한 투쟁 중이다.

 

현장연대투쟁을 마치고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진행한 민족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한국노총 통일대회에 참석했다. 북측 조선직총에서도 연대사를 보내왔다. 사상과 이념이 다르고 체제가 다르더라도 민족자주와 대단결이라는 기치 아래 평화를 위한 자주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8월 13일, 남북노동자들이 한마음으로 평화통일을 열어가자는 의미에서 열린 ‘민족의 자주, 평화, 대단결을 위한 남북노동자 결의대회’와 전국의 각계각층이 함께 모인 8․15자주통일대회를 끝으로 통일선봉대는 일정을 마쳤다.

 


△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8.15 한국노총 통일대회

 

 

노동조합도 통일도 자주가 핵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는 중요한 조항들이 많다. 그 중에 2조4항 ‘노동조합의 정의’에서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라는 부분, 여기에서도 <자주>가 핵심이라 생각한다.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조직한 자주적인 노동조합처럼 우리 민족의 통일은 외세의 개입 없이 우리 민족이 주체가 되어 자주적 입장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족이 분단될 때도 그러했듯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외세의 개입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하나로 단결한 노동조합은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듯 우리 민족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정신으로 단결한다면, 외세의 개입을 극복하고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 생각한다.

 

초등학생이었을 무렵 급격히 남북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남과 북은 곧 통일이 될거라 느꼈다. 어린 마음에 통일이 되면 금강산도 백두산도 가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곤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었지만, 그 때를 교훈삼아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통일을 열어간다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새시대를 맞이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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