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에 나선다.
간토학살은 간토대지진이 있었던 1923년 9월 1일부터 3~4주간 일본 전역에서 벌어진 재일조선인에 대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다. 당시 일본군과 관은 흉흉해진 민심 수습을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와 같은 악의적 선동을 조장했고, 최소 6천에서 7만으로 추정되는 재일조선인이 일본인 민병대와 군경에 의해 학살당했다.
추진위원회는 12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발족식을 열고, 피해자 추모 및 학살의 진상규명과 일본의 국가책임을 묻기 위해 남과 북, 재일조선인, 일본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할 것을 선언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발족선언에서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간토학살의 진실을 묻어두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1923년 제국의회에서 당시 총리였던 야마모토 곤노효우에가 ‘지금 조사 중이다’라고 언급한 조사자료를 숨김없이 공개해 얼마나 학살 당했고 어디에 유해가 있는지 낱낱이 공개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이어 “해방 이후 80년이 돼가도록 진실규명을 미룬 채, 학살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단 한 줄의 추도사조차 보내지 않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을 대신해 준엄하게 따져 물을 것”이라며 “흩어진 피해자의 유해를 고향으로 모시고 억울한 누명으로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발족선언문을 낭독하는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허 상임부위원장은 “간토학살의 진상규명은 식민주의 극복과 동아시아 평화 실현이라는 오늘날의 시대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이라며 “남북과 재일동포는 물론 중국, 일본 등 세계 시민과 연대해 일본의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추진위원회는 주요 사업으로 ▲간토대학살진실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간토제노사이드 국제학술회의 개최 ▲99·100주기 한일 공동 추도식 개최 ▲간토 역사 상설전시회 개최 ▲WCC독일 대회 부스 전시를 비롯한 국제사회 홍보활등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발족식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1923제노사이드연구소, 6.15공동선언남측위원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등 46개 단체가 참여하였으며,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북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국가책임을 묻는 모임(일본),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일본) 등에서 연대사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