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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2년06월08일 09시5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가난한 노동자에게 편안함이란 없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난에 짓눌러 있어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혼자 산다면 가난해도 적당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라면 가난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가족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서다.

 

특히 가난한 노동자가 가장으로서 가장 힘들 때가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지 못할 때다. 혼자라면 한두끼 정도는 굶을 수 있지만 어린 자녀들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가난한 노동자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일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난한 어부>


1881년,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 소장

 

가난한 노동자인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그림이 샤반의 <가난한 어부>이다. 낡은 옷을 입은 어부가 작은 배에 그물을 걷어 올리기 위해 서 있다. 두 손을 마주 잡은 어부의 시선은 그물에 가 있다. 화면 오른쪽 늪지대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꽃송이를 모으고 있으며, 꽃 무더기 사이에 갓난아이가 이불에 눕혀 있다. 배경의 하늘은 청명하고 강물도 물결의 일렁임조차 없다.

 

어부의 낡은 옷은 그가 가난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가슴이 드러난 웃옷은 여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 손을 마주 잡고 서 있는 모습은 노동에 대한 경건함을 의미하며, 시선이 그물에 있는 것은 물고기를 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늪지대에 있는 어린아이들은 어부의 자녀들이며, 꽃송이를 모으고 있는 여자 어린아이의 옷과 맨발은 가난한 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불에 반쯤 노출된 갓난아이의 벌어진 다리와 손은 아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꽃송이를 모으고 있는 여자 어린아이의 행동을 설명한다. 이는 울고 있는 동생을 달래기 위한 행동을 의미한다.

 

아이들 주변에 음식이 놓여 있지 않은 것은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며, 갓난아이의 벌어진 다리는 배고파서 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아이들 주변에 성인 여자가 없는 것은 어부의 아내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갓난아이가 이불에 싸여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부가 그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것은 빨리 물고기를 잡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싶은 아버지의 다급한 마음을 표현한다. 넓은 강 너머 잔잔한 물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멀리 떠나도 되는 환경을 의미하지만, 작은 배가 늪지대 가까이 있는 것은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먼 곳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에르 퓌비 드 샤반<1824~1898>의 이 작품은 어부의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지만, 늪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통해 어부의 절박함이 담백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샤반은 가난한 어부를 표현하기 위해 색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고 제한된 색조로 불투명하게 풍경을 표현했다. 단조로운 색채는 전체적으로 음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이 1881년 살롱전에 전시되었을 때 비평가들로부터 ‘가슴을 쥐어짜는 빈곤과 치유될 수 없는 비참함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라는 비평과 함께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샤반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사이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으며, 근대 회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북부 행상인>


1872년, 캔버스에 유채, 테라 미국미술 재단 소장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 많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 줄 물건을 마음껏 사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난한 가장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사 주면 생활비가 없어 고통 받기 때문에 하나의 물건을 사도 신중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이의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가난한 농부를 그린 작품이 우드의 <북부 행상인>이다.

 

문이 열려 있는 마당에 모자를 쓴 농부가 바구니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달걀이 가득 들어 있는 바구니가 있다. 농부 앞에 흰색 재킷을 입은 여자아이가 인형을 들고 서 있으며, 뒤에는 젊은 농부의 아내가 붉은색 드레스를 손에 들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푸른색 셔츠와 장화는 남자가 농부라는 것을 보여주며, 옆에 있는 달걀 바구니는 그의 농작물을 의미한다. 달걀이 가득 찬 바구니의 뚜껑을 열어 놓은 것은 그것을 팔고자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내가 손에 들고 있는 붉은색 드레스는 아이의 옷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어린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딸에게 이쁜 옷을 사 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한다.

 

여자아이의 단정한 옷차림과 들고 있는 인형은 젊은 부부가 아이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화면 오른쪽 짐이 가득 찬 마차와 그것을 가리키는 남자는 그가 떠돌이 장사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행상인의 마차를 향한 손은 물건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농부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농작물과 아이의 옷과 교환해도 될 것인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바닥에 있는 물건들은 아이들 물건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젊은 부부가 아이들 물건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마스 워터맨 우드<1823~1903>의 이 작품은 풍속화로 농부와 행상의 시선을 통해 농장 생활과 공정한 거래의 덕목을 표현했다.

 

가장의 책임은 언제나 무겁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있기에 그 무거움도 가벼워진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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