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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위로해 주는 술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2년05월09일 15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가장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장의 책임을 회피 할 수도 없다. 가장으로서의 두려움이 크지만 가족에게는 삶이 주는 고통을 나누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인 것이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일이기에 가장으로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밖에 없다. 가장으로서 하루의 고단함을 친구나 동료에게 위로 받고 싶어 한다. 퇴근 후, 동료와 함께 하는 한 잔의 술은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일의 원동력이 되어 주는 힘이 된다.

 

<멕솔리의 선술집>


1912년, 캔버스에 유채, 디트로이트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퇴근 후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노동자들을 그린 작품이 존 슬론의 <맥솔리의 선술집>이다. 밝은 불빛 아래 흰색의 셔츠를 입은 웨이터가 바 안에 고개를 숙이고 있고 앞치마를 입은 웨이터는 뒤돌아 서 있다.

 

화면 왼쪽에는 술잔을 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가 의자 앉아 있으며, 그 옆에는 흰색의 중절모를 쓴 남자가 술잔을 손에 잡고 바 너머에 있는 웨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화면 오른쪽의 조끼를 입은 남자는 서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벽에 창문이 있지만 어두운 것은 저녁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10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화면 오른쪽 조끼를 입은 남자 뒤에 있는 물건은 생맥주 기계이며, 선술집이 생맥주를 파는 곳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 위에 있는 잔은 생맥주 잔이며, 앞치마를 입은 웨이터는 손님들에게 맥주를 나르기 위해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흰색 중절모를 쓴 남자가 바 안에 있는 웨이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생맥주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화면 오른쪽 조끼 입은 남자가 팔을 벌리고 있는 자세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 옆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남자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술집 천장에 매달려 있는 두 개의 전구 중 중앙에 있는 웨이터를 비추는 전구만 환하다. 이는 시설이 고급스럽지 않은 술집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벽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과 작은 액자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거울 역시 싸구려 선술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중앙 후면 벽을 장식하고 있는 두 개의 가면은 술 취한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왼쪽은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술집을 찾는 사람을, 오른쪽은 술에 취해 기분 좋은 사람들을 암시한다. 바 위에 안주 하나 없는 것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퇴근 후에 즐겨 찾는 선술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존 슬론<1871~1951>은 이 작품에서 미국의 선술집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생맥주 한잔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노동자들의 삶을 선술집이라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웨이터를 밝게 묘사한 것은 술집에서 유일하게 술에 취해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따라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치가 된다.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1908년, 나무에 유채, 개인 소장

 

퇴근 후 술은 여러 사람과 어울려 마셔야 즐겁다. 술은 굉장한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인데, 오늘 처음 만난 사람도 술을 함께 마시면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된다. 하지만 술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모두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하면 자만심과 아집이 강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술집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한다.

 

술자리에 같이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장 베로의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이다. 레이스와 꽃으로 장식한 모자를 쓴 여자가 탁자에 기댄 채 오른손으로 턱을 받치고 앞을 바라보고 있다.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입에 담배를 문 채 자신의 잔에 물을 따르고 있다.

 

탁자에 놓여 있는 커다란 쟁반에는 녹색의 술이 조금 남아 있는 술병과 접시에는 피클 몇 조각이 놓여 있으며, 그 옆에는 반쯤 탄 초가 불을 밝히고 있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술병의 녹색 술은 압생트라는 것을 나타낸다. 19세기 유럽의 애주가들을 사로잡은 술이 압생트다.

 

쑥의 고미소가 주성분인 압생트는 녹색의 독주로서 압생트 한잔에 물을 희석해서 마시면 오랫동안 마실 수 있기에 애주가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압생트는 계속 마시면 환각과 중추 신경에 장애가 나타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 유럽에서 판매금지 되었다.

 

여자가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자세는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오른손으로 팔을 받치고 있는 것은 남자에게 방어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남자가 자신의 잔에 물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압생트를 물에 희석해서 마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탁자 위에 반쯤 탄 초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는 것을 나타내며, 술이 반 정도 담겨 있는 술병은 두 사람이 취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장 베로<1849~1935>는 이 작품에서 남자의 좁혀진 미간과 붉은색의 얼굴로 취한 상태라는 것을 표현했다. 접시에 담겨 있는 몇 조각의 피클은 남자가 가난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술은 때로는 인생의 고단함을 위로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인생을 더 외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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