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공무원·교원 노동운동의 태동은 ‘공무원이 무슨 노동자야’, ‘선생은 선생이지’라는 사회인식적 통념에 저항하며 시작됐다. 1999년 『교원노조법』, 2006년 『공무원노조법』 제정은 ‘공무원도 선생님도 노동자’라는 인식전환의 제도화 계기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2022년 현재에도 공무원과 교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있다.
공직사회와 교육현장은 이러한 인식적 토대 위에 공무원·교원 노사관계를 각각 형성해 왔다. 지금껏 국가(정부)주도의 ‘공복’과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직된 공직구조 속에 공무원, 교사 개개인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노동·정치 기본권 제약이 당연시되는 반쪽 국민처럼 살아왔다. 여기에 공무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의 사명이 있다.
1987년 민주노조운동 이후부터 촛불항쟁 이전까지 공무원·교원 노동운동의 역사적 흐름은 공무원·교원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독자노선’과 공무원·교원의 노동자성을 강조하는 ‘투쟁노선’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1) 그러다 2016년 촛불항쟁의 직·간접적인 경험은 공무원·교원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경로와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모든 시민과 노동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변화시킨 힘, 촛불항쟁의 ‘소통력’과 ‘정치력’의 경험은 공무원·교원 노동운동에서 독자노선의 무력함과 투쟁노선의 피로감이라는 각각의 한계를 벗어나 사회적 대화로의 전략 확장과 정치참여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노선’을 추동했다. 2021년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무원연맹)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연맹)의 한국노총 가맹은 이를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그리고 가맹 1년 동안의 활동은 공무원·교원 노사관계 전체 판을 뒤흔들었다.
한국노총 공무원연맹과 교사연맹은 독자노선으로 분류되었던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의 산하연맹인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광역연맹), 경기지역공무원노동조합연맹(경기연맹) 소속 노동자를 한 축으로, 투쟁노선으로 분류되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각각 분리된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이 다른 한 축으로, 두 축이 결합하여 각각의 연맹체를 구성한 조직이다.
공무원연맹은 가맹 당시(’21.2월) 2만8천여명 규모로 시작하여 현재(’22.5월) 7만4천여명으로 1년 새 약 2.6배 증가하며 공직사회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방공무원, 시간선택제공무원, 교육공무원의 조직화와 경찰공무원 연대 등 조직적 구성도 탄탄해지고 있다. 교사연맹도 가맹 당시(’21.6월) 3만여명 규모로 시작하여 현재에는 5만여명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교사연맹은 광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모두 지역교사 노조형태를 구축한 ‘풀뿌리 분권형 노조체계’를 만들었다. 2030 젊은 조합원(MZ세대)이 과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교육현장 내 반응도 뜨겁다.
두 연맹의 폭발적인 조직 확대는 기존 공무원·교원노조 간 고착화된 구조를 깨고 각 영역에서 제1노조의 위상을 새롭게 작성하는 중이다. 나아가 한국노총의 제1노총 지위를 보다 공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두 연맹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조직을 정비하여 공무원본부(’21.4월)와 공무원·교원위원회(’21.7월)를 신설·편성하고, 체계적인 조직적·정책적 지원과 역량을 집중했다. 대통령직속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 신설(’21.12월)로 공무원·교원의 사회적 대화 참여라는 역사적 성과도 이뤄냈다. 또한 교원노조법(1999)·공무원노조법(2006) 제정 이후 17여년 동안 금기시되었던 공무원·교사노조의 오래된 요구인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을 주도했다.(’22.5.29 국회 본회의 통과)
한국노총 공무원연맹과 교사연맹의 굵직한 조직적·정책적 성과들은 서로 선순환하며 각 연맹 내부사업의 활성화를 불러일으켰다. ‘살아있는 노조’, ‘역동적인 노조’ 활동을 조직 내외적으로 형성하며 노조 주체성을 생동감 있게 드러냈다. 공무원연맹의 ‘공직선거사무 제도개선’과 교사연맹의 ‘국가책임 온종일 돌봄제 공론화’가 대표적이다.
공무원연맹은 2022년 대선과 지선 국면에서 공직선거사무 제도개선 활동과 투쟁(’21.7월~)으로 공무원노조 전체에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개선 기준점을 확립하며 주도하고 있다. 지선 이후에는 중앙선관위와 함께 민주주의 꽃인 공직선거제도의 선거자치 실현을 위해 국민참여 협의체 구성까지 점차 그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교사연맹은 지자체와 학교현장 간 돌봄 정책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고 교육과 보육의 상생을 위한 ‘국가책임 온종일 돌봄제’(’20.3월~)를 공론화시켰다. 이는 올해 여야 대선 공약집에 모두 반영될 만큼 돌봄 국가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대전·서울·경기·부산·울산·인천·전남·제주 등 지역교사노조는 지역교육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위와 같은 모든 일들이 공무원연맹·교사연맹의 한국노총 가맹 1년 동안 일어났다. 종합해보면 공무원·교원 노사관계 측면에서 향후 20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민주적 토대를 마련했고, 공무원·교원 노동운동 측면에서 독자노선과 투쟁노선 너머의 새로운 활로2)를 개척했다. 가히 공무원·교원 노동운동사에 전례 없는 일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공무원·교원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든 한국노총의 ‘큰 우산’ 역할이 단연코 그 첫 번째 이유이다. 공직사회와 교육현장의 지속가능성과 질적 향상을 위해 반드시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할 과제에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교원노동자의 참여는 늘 배제되어왔던 뼈아픈 역사가 배태되어 있다. 일명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의 공직구조, 노사관계가 없는 노사관계의 비극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결정권자와의 직간접적 소통과 그 정치적 영향력은 공직사회와 교육현장의 민주적 개혁에 대한 희망을 조합원들에게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중심에 한국노총이 있었다.
둘째, 공무원연맹과 교사연맹의 조직 확대와 활성화는 공무원·교원노동조합이 마땅히 가져야 할 존재적 사명에 충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무원·교원 노동운동의 고착화된 구도 속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공직구조라는 구조적 한계에 점차 매몰되어 정체성의 회귀(공무원이니까, 교원이니까)를 일상으로 경험한다. 공무원연맹과 교사연맹은 공무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의 방점을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로 각성하여 다시 형성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며 충실하게 수행했다.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투쟁은 곧 ‘노동자’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투쟁을 의미하며 이를 두 연맹은 각 영역에서 일궈낸 것이다.
셋째, 조직 내적 추동력인 조직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별이 아닌 연맹체 형태에서 △조합원 간 △산하 노조 간 △연맹 간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형성된 점은 수직적 관계망(중앙집권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망(분권적 관계)으로 재편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직 네트워크 활성화는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투명성 없이는 불가하다는 점에서 조합원의 높은 신뢰를 반증하는 하나의 척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연맹사업에 대한 참여율과 반응도 뜨겁고, 두 연맹 간 공동사업 추진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현재 이 두 연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동사업은 한국노총 연금공대위(노인빈곤 해소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21.12월~) 활동을 들 수 있다.
한국사회 모든 공무원·교원 노조 활동들은 그 시대적 요구와 함께 노선을 정립해나갔다는 점에서 존재 의미가 있고, 역사적으로 상생 또는 경쟁관계 속에서 형성과 재형성의 과정을 거쳐 오며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전반을 구성하고 있다.
2022년 현재, 그럼에도 한국사회 공무원·교원노조 활동에 있어 과연 누구를 주목해야 할 것인가 자문한다면, 나는 단연코 한국노총 공무원연맹과 교사연맹을 추천한다. 두 연맹이 펼쳐갈 새로운 활로, 이른바 공무원·교원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 노선’의 영향력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음에도 공직사회와 교육현장의 민주적 희망의 불씨로 계속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
1) ‘독자노선’과 ‘투쟁노선’은 공무원·교원 노동운동 흐름의 전략적 특징을 알기 쉽게 표현하고자 나눈 것임을 밝힌다. 독자노선은 ‘공무원 독자적 조직론(예 공노총)’을 말하며, 투쟁노선은 일반 노동자적 계급성을 바탕으로 한 ‘노동계급적 연대투쟁노선(전교조, 전공노)’을 의미한다.
2) 공무원노동조합 운동사를 정리하며 연도별 형성과정과 구도변화를 주목하며 ‘독자노선’과 ‘투쟁노선’과는 다른 과도기적 상황에서 나타난 ‘사회적 대화노선’이라 이를 명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