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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공기관 혁신, 전면수정이 필요하다

권재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등록일 2022년06월03일 17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행보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력판매 민영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 소식이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공공기관에 관련된 국정목표 15번째는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이다. 주요내용은 ▲공공기관의 효율화 ▲재무건전성 확보 ▲민간혁신·성장지원 ▲자율·책임·역량강화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시장화’와 ‘신자유주의’ 두 키워드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윤 정부는 시장화와 신자유주의라는 기조 아래, 공공부문을 ‘재무건전성’ 혹은 ‘효율성’ 같은 명분으로 축소시키고, 긴축재정으로 공공기관 인력의 구조조정과 고유사업에 대한 기능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강행해 공공서비스에 민간이 진출할 수 있는 지원책을 공식화하고, ‘민간주도 성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전기 민영화 등을 추진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 운영과 관리의 패러다임을 성과와 직무중심으로 전환해 임금체계 개편을 재추진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과거 정권의 공공기관 정책의 결과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선진화를,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합리화·정상화를 추진했다. 이전 정부 행태를 살펴보면, 정권 초기 국민적 지지를 높이는데 ‘공공기관 때리기’를 활용했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임금과 복지에 대한 자료들을 언론에 흘리면, 언론은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마녀사냥에 나서며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악의 축’으로 매도했다.

 

많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해고되는 고통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무원보다 나은 복지혜택은 모두 반납하고 단체협약마저 개정해야 했다.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의거 각 기관의 자율경영과 투명경영을 보장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침과 경영평가 등의 강압적인 수단으로 공공기관을 통제하려고만 한다. 이러한 일방적이고 ‘보여주기’식인 공공부문 정책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지고 있다.

 

일례로 민영화의 전초단계로 한전이 화력 발전부문의 5개의 회사와 원자력 발전부문의 1개 회사로 나눠지면서, 같은 업무를 여러 개의 회사가 나누어 수행하는 등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었다. 에너지 산업의 민간시장 개방으로 대기업이 저렴하게 전기를 구입하고 비싸게 판매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국 민간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전력, 철도, 공항, 도로, 항만 등 국내 주요 사회기반시설(SOC)이 이윤중심의 민간투자 사업이 된다면, 재정운영의 비효율성(운영손실 비용의 국고지원), 사업 불안에 따른 불안정 노동 확산, 이용자 불편 증대(요금 증가 등)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다.

 


 

공공기관 혁신은 국민과 공공기관 종사자가 공감해야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정책은 대국민 서비스를 저하시키는 구태한 방법이다. 국민들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도한 공공부문의 민영화, 민간투자 확대로 인한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장주의 정책으로 대기업과 재벌의 곳간에만 부가 축적됐다. 사내유보금을 1,000조나 쌓아놓은 재벌들은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으로 시장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민영화와 민간투자 확대로 낙수효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강조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 효율화, 출자회사 정리 등을 추진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율혁신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정책이다. 과거 정부는 인센티브와 기관장 평가를 미끼로 공공기관에 맞지 않는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하려 했으나, 저항에 부딪혀 실패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협의회(약칭 한공노협)는 2021년 공공노동자 6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국회 앞에서 약 150일간의 천막투쟁을 진행하고, 기획재정부 해체와 공운법 개정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단체교섭권과 공운법을 무시하는 예산운용지침에 대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ILO에 제소할 예정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혁신(?)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 만들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혁신정책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공공기관을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도구로 삼거나 정치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의 주인은 국민이다. 문재인 정부 때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고용불안에 떨던 많은 계약직 노동자가 직접고용 되거나 자회사에 고용됐다. 그런데 안착하기도 전에 출자회사를 정리한다면, 앞으로의 정부 정책은 불신과 외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공공기관 자회사의 안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이후 공공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지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율경영과 투명경영을 위해 온전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번 국정과제에도 노사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참여협력적 노사관계)을 위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도의 안착을 지원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올 8월부터 공기업·준정부기관 132개곳에서 시행되는 노동이사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선 노동이사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공공기관은 효율성보다는 공공성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선 요금체계를 현실성 있게 개선해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한전은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매각가능 자산을 처분해 재무 개선을 도모하기로 결정했다.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요금의 불공정이다(‘두부보다 콩이 비싸다’라고 할 정도로 원가보다 적은 요금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알고 있으나, 국민적 반발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다.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전기를 사용하는 이용자(기업, 국민)가 최소한 생산원가 만큼의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공론화시키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또한 재무구조 개선을 핑계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민영화 시도로 인해 분할된 발전사들을 다시 통합해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여야만 한다.

 

넷째, 공공기관의 거버넌스 구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간의 노정협상이 법제화되고, 주기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어떤 산업분야보다도 대화와 협상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년도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노·사·공이 함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공공기관 임금(보수)체계, 임금피크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 ′21년도에는 현장조사로 문제를 발굴하고 시사점을 제시하는 등, 공공기관 거버넌스 구조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무시될 때,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투쟁을 선택했다. 새로운 정부는 현실의 노동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과거정책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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