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협의회(한공노협)는 “기재부의 ’22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영지침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0조 1항, 2항에 의거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운영에 관한 일상적 사항과 ‘예산과 자금 운영’에 관한 사항을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침을 만들고 해당 기관의 장에게 통보하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매년 예산운용지침을 의결하고 각 공공기관은 지침에 의거 예산안을 확정한다.
한공노협은 운용지침이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부분으로 총인건비, 복리후생비 및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지적했다. 지침에서 총 인건비는 모든 인건비 항목과 사실상 급여로 볼 수 있는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다고 하면서 ’22년도 총인건비 예산은 ’21년도 총인건비 예산의 1.4% 이내에서 증액 편성하고, 이 범위내에서 집행한다고 규정해 ’22년도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을 실질적으로 확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일방적으로 복지를 후퇴시켰고, 10월에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경영평가편람 수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기존 경영평가편람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내대출 제도 개선 여부를 ‘복지·복리후생 항목’에 평가하기로 했다. 이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으로 정할 사항인 ‘복리후생’ 영역마저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근로복지법에는 복지기금협의회가 협의·의결하는 금액을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재원으로 출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침에서는 직원 1인당 출연 규모, 유사·동종업체 민간기업 출연 수준, 복리후생 사업 소요예산 등을 감안하여 출연토록 출연율 상한기준을 제시하는 등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기재부의 예산운용지침은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3권의 자유권적 성격은 ‘국가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침해를 받지 않고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의미한다. 즉 단체교섭은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단결체의 이름으로 사용주와 자율적으로 교섭할 권리이고, 단결력을 바탕으로 노동조건을 공동 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데 있다. 때문에 감독관청이 ‘지침’을 통해 실질적으로 교섭에 관여하게 된다면, 단체교섭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준정부기관)의 경우 사용자는 사실상 정부의 대리인에 불과해 실질적인 권한이 없고, 노동조합이 주무장관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도 없으므로 ‘교섭구조의 불일치’가 생기게 된다.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있는 관리·감독규정이나 개별설치근거법령은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와의 관계에 관한 법률일 뿐이다. 노동법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별법이 아니므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온전히 ‘노동관계법령의 적용’을 받아야 하지만, 배제되고 있으므로 이 역시 위헌이다.
특히 이미 정부가 예산편성권과 관리·감독권 등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해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과잉금지원칙의 내용상 한계인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 비준된 ILO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 위반이기도 하다.
아울러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CFA)는 공공부문에서 정부의 기준 설정 기능과 교섭과정에서의 개입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아닌 ‘공공서비스 종사자들은 단체교섭권을 완전히 향유해야 된다’고 밝히고 있다. CFA는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을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형식으로 가해지는 정부기구의 재정적 권력 행사와 함께 공공부문에 일방적으로 설정된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정부의 승인을 요구하는 것은 협약 위반이라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