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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평가 ③ : 복지

보수와 진보의 혼합형(hybrid)인가, 혼돈형(chaotic)인가?

등록일 2022년06월03일 16시4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선임차장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복지부문에 대한 분석 결과, 한 편으로는 보수적 입장에서의 개악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지는 내용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반적 복지재정 축소 압력은 계속될 것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재의 복지프로그램을 더 강화하는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둘은 모두 궁극적으로 점진적인 복지확장을 의미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활용분 중 복지에 투입하는 비중을 현재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복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복지재정의 축소를 암시하고 있다.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온 재정준칙을 도입한다고 밝혔는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재정성과관리체계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 체계를 도입하는 이유를 ‘재정이 민간주도성장의 마중물 역할에 충실’하면서 ‘재정성과관리 실효성 강화를 통해 재정절감 및 재정성과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성과관리체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그동안 행정부에서 진행해 온 성과관리에 관한 틀을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청년들을 위한 A복지프로그램을 위해 예산을 1,000억 배정했다고 했을 때, 성과관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수의 청년들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고 해야 하고, 급여이용자들이 취업률 등의 천편일률적인 기준 아래 어땠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그리고 보통 이 평가는 3년 이상의 중기적 성과가 아닌, 1년 단위의 단기평가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A복지프로그램이 누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실제 수요자인 청년 중심의 정책설계보다 공급자 중심의 편의적 행정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발생한다.

 

복지재정을 효율화한다는 미명 아래 오히려 복지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정성과관리체계가 활용된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겨우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빈곤층과 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상존하는 연금개악 가능성

 

OECD 최악의 노인빈곤율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처방은 공적연금을 보다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보수적 시각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 등의 시도는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해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 재정적 부담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현세대의 보험료율을 당장 현행 9%보다 6~9%p까지 더 올려 재정안정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진보적 시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려 가입자인 국민이 적정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하고, 3~4%p정도의 단계적 보험료율 조정과 사각지대 해소방안 마련, 기초연금 보편화 등을 동시에 수행하자고 반론을 펼쳐왔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만 밝히고 있어 두 시각 중 어느 하나가 우세하게 자리잡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든가, ‘제5차 재정계산을 통한 제도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부분은 이미 연금개혁이 그동안 그러한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마나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정말 연금개혁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입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더불어 공적연금 개혁위원회가 어디에 설치될지, 어떤 법적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구체성이 없다는 점에서 과연 연금개혁을 할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그나마 유추해볼 수 있는 부분이 두 가지인데 첫째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그동안 제3의 방안으로 많이 논의되기도 했다. 다만 이 방법은 국민연금의 평균급여액이 대략 55만원가량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에 대한 역인센티브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둘째는 ‘적정부담-적정급여’라는 표현이다. 보수진영에서는 그동안 70년 장기재정추계에 따라 보험료율을 급격하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표현을 많이 빌려왔다. 이 두 가지가 조합된다면 사실상 국민연금은 저급여에 고부담 제도로 남게 되어 (지역가입자를 중심으로) 가입회피가 많이 일어날 것이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린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공적연금을 통한 적정노후소득보장이 달성되기 어렵다. 공적연금이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나머지는 개인이 시장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자도생의 노후가 만들어지게 되는 개악의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연금개혁에 있어서 또 하나의 주제는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통합이다. 대선과정에서도 공무원연금이 마치 죄악인 것처럼 표현하며, 국민연금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후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국정과제에서 이 부분은 언급된 바가 없다.

 

사회서비스 부문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승계?

 

소득보장정책 못지 않게 21세기 복지국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영역은 사회서비스정책분야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 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가족 내 돌봄 부담의 증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등 거시적 트렌드 변화로 인해 보육, 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정신건강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정책이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적 시각에서는 이러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인력기준강화가 뒤따르는 등 보다 확대된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그건 민간에서 충분히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국가의 책임은 줄여야 하고 동시에 잔여적인 수준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선호해 왔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거의 승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기존 보수정부와 차별점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전달체계 내 민간을 많이 활용하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영역에 참여하는 것을 확대시키겠다는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꼽았고,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를 설치해 복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분야에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또한 중앙 및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민관협업 활성화, 사회서비스의 공급주체 다변화(민간이 지배적인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나 장기요양제도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in-place) 강화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한 내용들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공공요양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도 적시해 진보진영이 이야기해 온 ‘공공성 강화’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더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및 돌봄서비스 인력에 대한 보수 적정화와 노동여건 개선 등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확인되어야겠지만, 선언적인 내용들만 두고 보면 사실상 이 분야는 전 정권의 정책들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취약계층 복지정책은 사실상 답보수준

 

앞서 언급된 복지재정의 효율화와 더불어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가 사실상 더 두터워지기는 힘들 것 같다는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은(하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았던) 제도는 바로 상병수당이었다. 법정유급병가제도와 더불어 상병수당제도가 도입된다면, 일하는 사람이 아프면 쉴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는 식의 불확실한 표현을 삽입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상병수당의 도입을 몇 년 미루다가 겨우 시범사업이 추진되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도 아마 시범사업과 연구를 좀 더 해보자는 식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5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아이를 낳은 가구를 위한 소득지원에 대한 부분도 사실상 크게 기대효과를 갖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국정과제에서 ′24년도부터 0~11개월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기 추진한 영아수당제도의 방향을 약간 튼 정도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0~1세 아동에게 원래 지급되던 양육수당제도를 개편해 올해 30만원부터 시작해 ′25년까지 월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영아수당제도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를 아동의 대상연령을 0세로 줄이고, 금액을 ′24년도부터 100만원까지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급여를 높이면 받는 가구의 입장에서는 당장 매우 고맙겠지만, 0세 아동에게만 집중지원될 뿐 아동수당의 연령을 확대한다든가 급여수준을 높이겠다는 내용은 빠져있어 제도의 효과가 매우 한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이 당장 필요하다.

 

혼합 또는 혼돈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국정비전에서도 ‘생산적 맞춤복지’라는, 마치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와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복지’의 혼합형 모델을 선보일 것처럼 표현했는데, 구체적인 내용들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어쩌면 이는 혼합형보다는 혼돈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과제의 복지분야를 살펴본 후 든 느낌은, 향후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 사안마다 적극 대응하는 것이 노동시민사회진영의 역할이 더욱 절실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공적연금개혁이라든가 당장 진행되고 있는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립, 주거 관련 정책 수립 등 여전히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더 톺아보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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