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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일할 권리, 지역사회의 역할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등록일 2022년04월21일 10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일터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소중하다. 노동자는 자신의 몸과 지식이 가장 큰 생산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의 국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4천500명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소 산재사망자 비율이 감소하긴 했지만 1년에 평균 900여명의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갔다가 차가운 시체로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

5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차기 정부에서 노동안전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발전할 것이란 기대는 난망하다. 윤 당선인자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여러 경제단체 기업인들과 만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이라거나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인식해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야기한 기업에 강력한 처벌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처벌의 우려를 과장하며 유명 로펌에 비용을 들여가며 자문을 받거나 처벌 대상에서 오너가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가 대표이사에서 사퇴하고 ‘총알받이’ 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현실만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전체 산재사고의 75% 이상이 발생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2024년이 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위기에 놓인 사업주를 변호하고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자문을 하는 로펌들만 배를 불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부터 노동안전에 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치의 주요 의제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초 우리 사회는 충격적인 사고를 지켜봐야 했다. 광주 화정동의 어느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붕괴돼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는 건설산업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안전관리 소홀의 과오가 전체 사회로 확대돼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 사례다. 여기에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업을 관리·감독해야 할 국가기관의 미흡한 안전대책이 그대로 드러난 사고였다.

전국 곳곳의 산업현장에 발생하는 산재사고에 대해 중앙행정기관인 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집행하며 대응하기엔 인력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크다. 안전보건공단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을 활용해 촘촘한 산업안전보건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산재예방 활동의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할지역 내에서의 산재예방을 위해 자체 계획의 수립과 산재예방 교육 및 홍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장 지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이러한 지자체의 산재예방 활동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에 기반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산업활동의 특색에 맞는 산업재해예방조례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산업안전과 관련된 행정을 펼쳐야 한다.

경기도나 부산시를 비롯한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재예방에 관한 조례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의 노동단체와 ‘노동안전보건지킴이’ 등을 구성해 산업현장의 노동안전 위험성을 체크하고 산재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산업안전이 중앙행정기관인 노동부의 사무이기 때문에 산업안전 예방활동에 따른 업무분장조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성남시와 경상남도 창원시 정도가 산재예방 및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지원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기초지자체별로 ‘365 안전센터’ 등을 통해 교통사고나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적 재난에 대비하는 체계가 마련됐지만 산업재해는 여기에 낄 자리가 없다.

내가 일하는 부천지역에서는 민주노총 부천김포시흥지부가 부천시에서 수탁해 운영하는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가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동안전보건지킴이를 모집해 건설현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을 돌며 산재예방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그에 필요한 인건비 등은 경기도가 ‘경기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에 근거해 지원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여전히 검찰개혁 등 대통령선거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지난 정권의 의제를 두고 대립 중이다. 윤석열 당선자와 찍은 사진을 합성해 정권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있는가 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연일 지지요청 문자를 보낸다.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활발히 다뤄져야 할 시점이다. 이제 지역에서는 지역의 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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