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말의 힘
리베카 솔닛의 산문집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가 출간되었다. 솔닛이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발표한 칼럼과 에세이 등을 엮은 책으로, 미투 운동, 젠더 문제, 미국 대선과 투표권 억압 문제, 인종·계급 등에 대한 진보적 관점, 임신중지, 기후위기 등 시대의 현안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솔닛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태어날 때의 갈등과 분쟁, 하려는 사람의 입을 막으려 하거나 그들보다 더 크게 말하려는 사람들, 귀를 막거나 눈을 감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싸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부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성추행과 성폭행을 고발했던 용감한 여성들과 그럼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도 없이 침묵하는 ‘노바디’ 취급을 받고 있음과 그로 인한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2부는 익숙한 언어와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사유하는 글들이 수록되었다. 지도 제작 프로젝트 ‘여인들의 도시’를 소개하고, 공간이 여성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이 펼쳐졌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개념을 소개하고 설득하고 설명해야 할 때가 많은 시대에서 우리의 기억을 도와주고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잊지 않도록 하는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솔닛의 글을 읽으며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기를
최근 수십년간 세상은 사소한 변화들과 작은 행동과 발언으로 많은 점들이 변화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앞으로 나갔던 걸음을 멈추거나 뒷걸음질 치게 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진실이라 말하며 수십년간의 변화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거센 백래시가 몰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미니즘, 정의, 기후위기 같은 이야기들을 하면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최근 대통령선거에서는 ‘여성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여성들이 제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찾으며 평등해지고자 하는 노력들을 여성들과 공존하는 것을 손해라고 느끼도록 해석한다.
하지만 솔릿은 미투 운동은 사람들이 드디어 말을 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귀를 열고 듣게 되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희망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들이 우리를 더 너그럽고 희망차고 공감가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말은 꽤나 위로가 된다. 누군가 자명종이 되어 우리를 계속 깨우는 한 우리는 조금 더디어도 깨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