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공공연하게 있어 왔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정치이론을 연구하는 얀-베르너 뮐러는 <민주주의 공부>를 통해서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을 되짚으며,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정당과 언론의 근간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폴란드의 카친스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이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정치를 하고 있지만, 권위주의를 통한 극우 포퓰리스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우익 포퓰리즘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 당선인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대중 동원이나 전 사회의 군사화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 뮐러는 책속에서 가짜 민주주의의 근간인 우익 포퓰리즘이 무엇인지 양극화와 분열을 통한 그들의 통치기술에 대해 서술한 후에 이와 구별되는 진짜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칙으로의 회귀
지난 3월 20대 대통령선거는 0.73%라는 표 차이로 당선자가 나왔으며, 혐오와 분열, 서로를 향한 비방이 선거 내내 난무했다. 그리고 올해 6월에는 또 다른 중요한 선거가 남아있다. 선거는 한 정치 체제에 집단적인 구속력을 가진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정이고 모두가 이길 수는 없다. 누군가는 패배한다는 것을 내포하며, 승자도 결과에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뮐러는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일회성 의견 취합이 아니라 시민들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하나의 종점이며,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패자 역시 집단적인 결론에 기여했다고 느끼게 해주는 제도이기에 선거 패배를 자신이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는 모두 중요하며, 민주주의의 불확실성은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당과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을 통해 누구나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민주주의에 불만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사상으로서 민주주의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의도를 가진 정당들과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민주주의의 이상을 비난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이자, 권위주의자들이 민주주의인 척이라도 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자원을 통원하는 이유다. 뮐러의 말처럼 민주주의에 대해 낙관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길이 존재한다는 희망이 있기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야만 하며,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