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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휴게시설 설치 의무 신설에 따른 온전한 하위법령 마련이 필요하다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등록일 2022년02월08일 09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노동시간 도중에 주도록 규정되어 있다. 다만, 휴게시설 설치에 관한 별도의 의무 조항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으로 해석되나, 현실은 휴식의 첫 단계인 휴게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휴게시설의 크기, 위치, 온도, 환경 등이 적절치 못하거나, 설비 및 비품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이처럼 노동자가 쉴 시간은 있어도, 쉴 공간이 없는 것이 현 실정이다.

 

’1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사업장 휴게시설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를 발표하고 휴게시설 설치 우선 적용 대상, 휴게시설 면적 및 위치, 관리방법 등 세부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노동부는 ’18년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가이드에 불과하며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는 휴게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노동자의 휴게시설에 관한 일부 조항은 있으나, 이는 단지 사업주에게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권고하는 사항이지 의무 조항이 아니다.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떠한 제재조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1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사업주는 노동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명시했다.

 

사업의 종류 및 사업장의 상시 노동자 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휴게시설의 크기, 위치, 온도, 조명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설치·관리기준을 준수하여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본법은 ‘22년 8월에 시행되며, 그에 따른 세부기준 및 하위법령 마련이 시급해졌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하위법령(안)에 대한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은 법 적용대상 범위로부터 소외되는 계층 없이,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하위법령 요구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 사업장 대상 휴게시설 설치

 

휴게시설 설치 의무 신설에 따른 하위법령 마련 관련 회의에서 노동부는 업종과 관계없이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 규모를 상시 근로자 수 20명 이상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5.9%만 해당된다. 노동부는 상시 노동자 수 20명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와 제재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된 휴게시설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사업장 규모로 휴게시설 설치 의무 대상을 규정한다면, 상시 노동자 수가 적은 영세·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할뿐더러,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차별받게 된다.

 

따라서, 휴게시설 설치는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①운송(배달, 운전, 화물운송 등), 점검·설치·수리 및 학습지 교사 등 이동 작업, ②사업장 임대의 경우(임차인의 휴게시설 설치 반대 명백한 경우), ③휴게시설 설치를 위한 최소한의 면적 확보가 어렵고 사업장 면적이 물리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경우 등은 공용 휴게시설, 간이 휴게시설, 이동식 휴게시설 등을 설치하여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휴게시설 설치에 부담이 있는 영세·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정부 기금으로 일부 지원을 받거나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 또는 안전투자 혁신사업 등 현장개선 사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 확대

 

하위법령 마련 회의에서 노동부는 휴게시설 설치가 필수적인 직종을 ①전화상담원, ②텔레마케터, ③돌봄서비스 종사원, ④배달원, ⑤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⑥아파트·건물 경비원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약조건으로 상시 노동자 수 10명 이상인 사업장이면서 동시에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2명 이상일 경우로 조건을 두었다.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 즉 휴게시설 설치가 필수적인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상시 노동자 수로 제약조건을 둔 것은 모순이며, 법 개정 취지와 목적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휴게시설 설치가 필수적인 직종은 상시 노동자 수와 관계없이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1인당 단위면적 규정 마련

 

하위법령 마련 회의에서 노동부는 휴게시설에 대한 최소면적만 6m2로 규정하고 기존에 논의된 1인당 단위면적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하여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적정한 면적과 개소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규칙 별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협소한 면적이다. 하지만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적정한 휴게시설 면적과 개소를 제공·설치하도록 하면 법 자체가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상시 노동자 수 100인 이상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규정에 따라 휴게시설 면적을 최소 6m2만 확보하면 법 제재대상에서 면피 될 가능성이 있으며 심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휴게시설 동시 사용 인원을 고려하여 1인당 단위면적 기준을 1m2 이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 휴게시설 면적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휴게시설 면적 확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경우에는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대표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정 면적의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기준을 두어 최소면적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건설공사 금액 1억 원 이상일 경우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온열·한랭질환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건설업으로 업무 특성상 옥외작업을 하는 건설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휴게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설노동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설공사 금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화장실, 식당, 탈의실 등 기본적인 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법도 이를 근거로 준용할 필요가 있다. 건설공사 금액 1억 원 이상인 사업장 수는 전체 건설공사 사업장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휴게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 휴게시설 설치비용은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사용하도록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늦게나마 노동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어 고무적이다. 하지만, 하위법령 마련에 있어 사업장 규모, 사업의 종류 등 취약계층을 포용할 수 없는 여러 제약조건들을 두게된다면, 법 개정 취지와 목적이 퇴색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는 산재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와 건강 보호를 위해 본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건강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온전한 하위법령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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