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의무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 올해 8월 18일부터 시행된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제재 대상이 되는 사업주의 범위는 시행령에서 정하고,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인 휴게시설의 크기, 위치, 온도, 조명 등은 시행규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했다.
상시 노동자수 20명 이상 조건 삭제돼야
4월 25일 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주 휴게시설 설치 의무 하위법령은 사업장 규모와 사업의 종류에 따라 엄격한 제약조건을 두면서 정작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법 개정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우선 시행령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상시 노동자 수 20명 이상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20억 원 이상인 사업장) ▲상시 노동자 수 10명 이상 사업장으로써 휴게시설 설치 필수 6개 직종 노동자1)를 2명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을 제재 대상 사업주 범위로 규정했다. 시행령대로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 규모를 상시 노동자 수 20명 이상으로 규정하면, 전체 사업장 중 휴게시설 설치 의무 대상 사업장은 5.9%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상시 노동자 수 2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는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무방함을 법적 근거로 마련한 것과 같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노동부는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는 산안법 제128조의2제1항2)에 따라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어떠한 제재조치도 없어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나 강제성이 없는 사문화된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부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으나, 규칙 역시 사업주에게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권고하는 사항일 뿐 의무 조항이 아니며,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제공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 상시 노동자 수 20명 이상 등의 제약조건이 삭제·개정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사업장 규모를 축소·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업장 규모를 완화하는 방안과 더불어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에 대한 제약조건도 삭제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는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크고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6개 직종을 선정하여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을 시행령에 규정했다. 하지만 휴게시설 필수 직종이라도 상시 노동자 수 10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에 해당하는 노동자를 2명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일 경우에만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은 말 그대로 상시 노동자 수와 관계없이 휴게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는 상당히 모순적인 개정이다.
또한, 노동부는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에 대해 상시 노동자 수 10명 이상으로 제약조건을 설정한 명확한 이유나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2021년 시행령 개정안 제정을 위해 진행된 휴게시설 설치 하위법령 마련 연구용역3)에서도 상시 노동자 수 10명 이상으로 제약조건을 마련한 이유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에 대해 상시 노동자 수 등으로 엄격한 제약조건을 둔 것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포괄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모순적 개정이므로 휴게시설 설치 필수 직종에 해당할 경우 사업주는 반드시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1인당 휴게면적 기준 필요
다음으로 시행규칙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휴게시설에 대한 최소면적(6㎡ 이상)만 규정, 노동자 1인당 단위면적 기준 제외 ▲적정한 면적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규정 ▲전용면적 300㎡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 시행규칙 [별표 21의2] 제1호(휴게시설의 크기 및 위치) 적용 제외 등을 규정했다.
시행규칙대로 휴게시설에 대한 최소면적만 규정하고, 기존에 논의된 노동자 1인당 휴게 면적 기준을 제외하면 사업주는 규정에 따라 휴게시설에 대한 최소면적만을 확보하는 면피성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휴게시설 동시 사용 인원 등을 고려하여 1인당 휴게시설 단위면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사가 자율적으로 휴게시설에 대한 적정한 면적을 정하도록 규정했는데, 이는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 이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도 없어 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적정한 휴게 면적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매개체가 될 소지가 매우 다분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노동부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 또는 산안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의 협의체를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휴게시설의 적정 면적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노사협의회는 상시 노동자 수 30인 이상인 사업장일 경우에 구성할 의무가 있어, 상시 노동자 수 2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법령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상시 노동자 수 50인 이상인 사업장일 경우에 구성할 의무가 있어, 상시 노동자 수 2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역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휴게시설의 적정한 면적 확보를 위해 노사간 협의 시 어떠한 협의체가 아닌 노동조합, 노동자대표 또는 이에 준하는 노동자로 협의 주체를 명확히 규정해 노동자 대표와 사업주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면적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전용면적 300㎡ 미만인 사업장에 대한 휴게시설의 크기 및 위치 등의 규정이 적용 제외되면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휴게시설 크기, 위치 등이 확보되지 못한 낙후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전국 시도지역별 서비스업4) 사업장의 건물면적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전체 전국 서비스업 사업장 1,814,029개소의 평균 건물연면적은 185.7㎡로 대부분의 서비스업 사업장은 시행규칙 [별표 21의2] 제1호 규정에서 적용 제외된다. 따라서 업종간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없애고, 사업장 면적과 관계 없이 휴게시설의 최소면적 확보 및 위치·편리성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재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사업주 휴게시설 설치 의무 하위법령은 일하는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와 건강을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와 건강 보호를 위해 본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주>
1) 전화 상담원, 돌봄 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및 건물 경비원
2) 제128조의2(휴게시설의 설치) ① 사업주는 근로자(관계수급인의 근로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3)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의무 신설에 따른 하위법령 마련(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2021)
4) 도매 및 소매업(노점 및 유사 이동 소매업, 그 외 기타 무점포 소매업 제외) 및 숙박 및 음식점업(이동 음식점업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