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공제회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공제회는 비정형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에 공제회의 일이 많다는 것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플랫폼노동자는 계속 기사의 주제가 되고 있으며, 배달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까지 보도되고 있다.
배달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예견된 일이다.
배달속도는 수익과 직결되기에, 배달노동자는 신호등이 빨간색인 상황에서 빠른 출발을 위해 맨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속도의 경쟁만 사고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노동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사고의 원인이다. 앱을 설치하고 인적사항을 적어 가입한 후 몇 분 정도의 안전교육과 업무에 관한 내용을 온라인으로 잠깐 시청하면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가입 시 진행되는 온라인교육도 문제이다. 배달은 주로 125cc미만의 이륜차를 사용하여 이루어진다. 125cc미만의 이륜차는 자동차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운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에 이륜차면허자격증은 필수가 아니다. 이륜차와 사륜차의 조작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배달노동자는 이륜차 운행에 대한 충분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속도 경쟁에 휘말리고 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전국최초의 배달라이더 특화 안전교육을 만들다.
갓 출범한 공제회가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에 대한 교육사업을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서울시 보조금으로 진행된 배달노동자 안전교육 사업은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제공하는 최초의 교육사업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배달노동자의 안전보건교육도 의무화된 상황에서 공제회의 교육사업은 배달노동자에 대한 교육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플랫폼사가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교육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이륜차의 조작과 운행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고자 이론교육에 실습을 병행했고, 배달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사진] 실습 교육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변화만 제시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사에서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던 실습교육장의 부재는 도로교통공단의 도움을 통해 주말 동안 운영하지 않는 운전면허시험장을 사용해 해결했다. 운전면허시험장은 서울시 4개 권역에 위치한 만큼 서울 대부분의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배달노동자들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이륜차 강사가 부족한 부분은 3년 이상 이륜차 운행경력이 있는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강사양성과정교육을 진행해 현장강사로 육성했다. 이들은 현장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잘 전달해 주었으며, 학문적 용어를 현장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이해도를 높였다. 이러한 점은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의 인프라를 넓히고, 향후 교육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사진] 교통 안전 교육
교육의 만족도와 실습교육에 대한 흥미 또한 높았다. 교육참석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재참여의사는 70%이상이었다. 또한 교육내용에 따라 생각해보겠다는 응답이 28%였다. 이는 교육이 기초적인 내용으로 진행된 것을 고려했을 때 이륜차 운행능력에 따라 세분화된 교육내용을 제공하였을 경우 재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안전교육에 참여하는 배달노동자는 몇 가지 혜택도 받았다. 사은품으로 안전물품이 지급되었으며, 벌점감면을 위한 착한운전마일리지 안내와 참여, 교육 수료를 증명하는 이수증 발급 등이다. 특히 배달노동자들이 교육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실습교육에 대한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제회의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검증하다.
이번 교육으로 공제회의 역할은 재확인되었다.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배달노동자들의 사고를 교통법규 미준수로만 몰아가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공제회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야기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누군가가 했어야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 누구도 생존을 위해서 생명을 버리지 않는다. 이 기본적인 상식을 잊지 않고,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사회가 도래했을 때 그 중심에 공제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안전한 배달문화와 환경조성을 위한 실천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