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을 핑계로 복수의결권을 도입한다면, 이 법안이 재벌 세습의 고속도로만 깔아주게 된다는 것이다. 복수의결권은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벤처에 실익 없고, 재벌에 악용될 수 있는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발언 중인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은 벤처활성화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비상장기업에 필요하다는 명확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선도입 후 규제완화’로 가면 재벌 세습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는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난 4월 산자위 공청회에서는 복수의결권이 벤처투자와 생태계 활성화와 큰 연관성이 없고, 다수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도 아니라는 문제도 지적되었다”며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경련이 적극 찬성하며 도입을 위해 나섰다는 점은 재벌들의 세습에 꼭 필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 산자위는 복수의결권 법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기술탈취로 인해 B2B 중소벤처기업들에게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사라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단체는 “국회 산자위가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가져올 심각한 부작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더 이상 이 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폐기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벤처기업들을 성장시키고,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징벌배상제나 디스커버리제도 등을 도입해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앞서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복수의결권이 있는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어떤 투자자가 섣불리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겠냐”며 “미국은 제도적으로 100%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도록 되어 있어 복수의결권의 오남용 문제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재벌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 및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해결해 공정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가 발언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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