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벤처기업에게 1주에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정부안을 포함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차등의결권의 한 형태로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게 하여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증대시키는 수단 중 하나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벤처투자 활성화가 아닌 재벌왕국의 공고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노총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일 오전, 국회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중소기업벤처부에 재벌 세습을 제도화시키는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을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복수의결권이 일반인에게 생소하고 다소 어려운 내용임을 악용하여 이처럼 몰염치하고 노골적인 친재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의 정권이 친재벌 정권임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벌세습수단인 복수의결권 법안을 반드시 폐기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류호정 의원은 “2005년 5월 기준 공시대상 55개 기업집단 재벌총수일가들은 평균 3.6%의 지분율로 5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어 복수의결권 허용은 장기적으로 재벌 세습의 제도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적 불평등을 키우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어 청문회가 끝난 뒤, 향후 당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안을 포함해 국회에 발의돼있는 벤처기업법 개정안들은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와 투자활성화를 제안 이유로 들고있지만,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우리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법안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004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허용된 구글의 IPO 등 외국사례에서 복수의결권을 요구한 경우는, 유니콘 기업이 상장 때 경영권 희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벤처 기업의 성장기에는 복수의결권을 적용하고 상장 이후에는 소멸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외국사례와 부합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한 “섣부른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투자 활성화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며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기술탈취로 인해 B2B 중소벤처기업들에게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없어 이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는 법안이 가져올 심각한 부작용을 알고 관련 법안을 폐기해야 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발언중인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
△발언중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