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3주 동안 약 700여개의 기관 감사로 막을 내렸다. 입법과 정부 예산 그리고 국정 통제를 유효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국정 전반을 돌아보는 제도인 국정감사는, 그러나 불행히도 “이럴거면 뭐하러 돈 써가며 국정감사를 하느냐”는 세간의 비난만을 남긴 채 문을 닫았다. 말 많고 탈 많던 국정감사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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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작되었다. 대선을 앞둔 국정감사는 늘 대선판의 주요 이슈를 놓고 각 정당들의 날선 제기와 비판, 특히 야당의 맹공격이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 역시 모두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선판의 주요 이슈는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민생도 아니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문제도 아니요, OECD 국가 중 4번째를 차지한다는 상대빈곤율도 아닌 ‘대장동’이었고, 여기에 고성방가와 막말 잔치는 덤이었다.
대장동은 국토위는 물론 거의 모든 국회 상임위의 국감장에서 핵심 이슈로 부각되었다. 물론 대장동이 대선에 끼치는 영향도 지대하거니와,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점 등을 볼 때,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올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대장동이 주요 이슈가 된다는 것은 예컨대, 이 사건에서 불거진 민간사업자의 천문학적인 배당금 잔치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향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를 묻고 따지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야당의 날선 비판과 상호 각축장이 벌어지는 것을 문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대장동의 주제는 “네가 도둑놈이다”라는 공방, 즉 의도적인 정쟁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첫날부터 특검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내건 국민의힘과 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충돌로 모든 상임위에서 감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서울시 국정감사에 경기도의 대장동이 등장했고, 여야당이 서로를 ‘도둑놈’으로 밀어붙이는 데 모든 화력이 집중되기도 했다. 새로운 사실과 물증 제시가 아닌 각자의 주관적 해석이 난무했고, 국감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위증’ 고발까지 예고되었다. 그야말로 눈뜨고 보기 힘든 총체적 난장판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역시 대장동의 연장선상이었다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국힘의힘은 특검 수용을 고집했다. 물론 산업재해를 다루는 위원회이다보니 소위 ‘산재위로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으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의 본연에 동떨어진 국정감사였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한국노총이 제기한 국정감사 의제에 대한 수용도로도 나타난다. 당초 한국노총이 제기한 국정감사 의제는 총 57건으로 한국노총 중앙 의제 41건(노사관계 19건, 고용 6건, 임금 5건, 산안 4건, 청년․여성․이주노동자 7건)과 각 산별연맹 현안 16건을 제시했다. 그 중 한국노총 중앙 의제는 환노위․기재위․복지위․국토위․행안위 등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각 산별연맹 현안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여 교육위․국방위․농축수산위․문체위․외통위 등 여러 상임위로 제안되었다.
이와 별도로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협의회> 소속 연맹(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은 ‘기재부 갑질 사례’를 별도로 취합하여 제기했다. 그 중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하림신노조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하여 노조파괴행위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질의를 하고,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하여 삼성화재 평협노조 설립신고증 교부 및 평협노조 전환 문제점 관련 질의가 이루어졌다.
그 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주영 의원(한국노총 전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민간위탁으로 콜센터를 운영 중인 국세청과 관세청이 ‘상담사 집단화 방지방안’ 등을 입찰제안요청서에 명시하여 사실상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음을 지적했다.
※ 사진 : 10월 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기영 섬유·유통노련 하림신노조 위원장(NATV캡쳐)
결과적으로 한국노총이 제기한 국정감사 의제는 단 두 건의 참고인으로, 그리고 일부 내용이 현장질의 및 서면질의로 채택되는 정도에 그쳤다. 물론 한국노총 국정감사 의제가 현장성이 떨어진다거나, 대선을 앞둔 각 정당들의 구미에 당기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 해도 지난해 국정감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 작년 국정감사의 경우, 한국노총이 제기한 국정감사 의제 중 ILO협약 비준, 중대재해기업 책임 강화, 공무직노동자 처우 개선, 사회서비스노동자 환경 개선, 플랫폼 및 특고노동자 관련 사항, 산하 조직 현안(금융안전, 브링스코리아, 삼성화재 등) 등이 다루어졌다. 이에 비해 올해 국정감사는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권, 안전권을 비롯해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 등이 거의 다루어지지 못했다. 분명 노동현장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국정감사 의제는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제 국정감사는 막을 내렸으나, 국회는 12월까지 계속 된다. 문제는 국회 본회의가 국정감사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만일 12월 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여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실적쌓기에, 야당은 문재인 정부 정책과의 차별화를 이루는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정부의 공약이었던 ‘노동존중사회 실현’이 국회 내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판은 대장동과 고발사주에 집중하고 있고, 심지어 ‘개사과’ ‘소시오패스’와 같은 3류 스캔들이 판을 치고 있다. 여기에 ‘노동’이 낄 수 있는 자리가 있을는지, 심히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이미 한국노총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회를 앞두고 사업이전시 고용승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5인미만사업장 근기법 확대 적용,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 산업구조전환에 따른 노동전환지원 등 총 8개의 주요 입법요구안을 제출하고, 이의 실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물론 예상대로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노총의 주요 입법요구안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된 상황이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의 단일한 목소리로 8개 주요 요구안 입법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노총을, 그리고 이천만 노동자를 제외한 채 그 누구도 <제20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똑똑히 알도록 해야 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구태·쓰레기정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판갈이’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