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동자의 현실
공공기관은 전력/수자원, 도로/공항, 토지/주택, 자원/국방, 항만/해양, 문화/체육, 무역/유통, 금융/복지, 연구/교육 등 국민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국민 서비스를 최접점에서 수행하고 있다.
공공노동자들은 정부기관의 손발이 되어 정부의 정책이 바른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결정된 정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민의 곁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노동자에게 ‘신의직장’, ‘철밥통’이라는 굴레를 씌워 마치 공공기관이 사회악인냥 매도시키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실패 책임을 공공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더 나아가 칼자루를 들고 자신들의 수족을 난도질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정부)의 만행
이명박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재정 부분을 통합해 기획재정부라는 거대 조직을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게 해 더욱더 막강한 권력을 기재부는 손에 쥐었다. 현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 지도자들도 기재부의 만행을 막지 못하고, 대통령보다도 위에서 주변의 어떠한 의견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누가 기재부에게 이러한 초헌법적 권한과 기능을 주었단 말인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특정 정부기관에서 예산·재정·평가를 모두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기재부는 탁상행정과 정치적인 잇속에 따라 같은 중앙정부의 합당한 예산 및 인력 요청에도 칼자루를 들고 마구 휘둘러 대고 있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과 피해는 공공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진정 민주주의 국가인지 되묻고 싶다.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 기재부가 아니다. 기재부는 국민의 일을 하는 30만 공공노동자들의 인력과 예산을 움켜쥐고 목을 조이고 있다. 더 나아가 경영평가라는 무기로 공공노동자들의 고혈을 빨고 있다.
공공노동자의 정당한 요구
30만 공공노동자들의 요구가 과연 공공노동자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요구인지 안정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것인지 국민에게 묻고자 한다. 이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지난 8월 18일 국회 정문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6대 요구사항 쟁취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공공노동자가 요구하는 6대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LH에 전가하기 위해 혁신안을 발표했다. 또한 LH를 투기조장 기관으로 마녀사냥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공청회 및 전문가 의견으로 혁신안의 부당함이 밝혀졌다. 1만명의 임직원중 5명만이 투기의혹으로 구속되어 정부의 판단이 틀렸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및 자원외교 실패에 따른 책임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및 한국광물자원공사에게 전가한 사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노동이사제 또한 공공기관의 자율운영을 위해 수년간 논의했던 사항이고, 문제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입법이 안됐다. 심지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서 합의까지 한 사항이다.
사내대출제도 혁신지침도 마찬가지다. 사내대출제도는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각 기관의 여건을 고려해 국가공무원의 복리후생 수준으로 사내복지기금을 활용해 사내대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공공기관 사내대출제도를 부동산투기의 원인으로 발표하고, 또다시 혁신지침이라는 몇 장의 종이를 일방적으로 내렸다. 여기에 더해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경영평가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일방적인 직무급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 요구는 어떠한가? 공공기관은 기관별 업무 특성이 다르고 기관 내에서도 다양한 직군, 직종이 있다. 특히 전국단위 순환근무를 하는 기관들도 많은데, 기재부는 이러한 검토는 없이 ‘직무급제’ 네 글자만 도입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LH혁신안에 포함된 직무급제 도입을 보더라도 기재부가 얼마나 무능한지 알 수 있다. 부동산투기 근절과 직무급제가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기재부에 묻고 싶다.
정부의 강제적인 임금피크제도 도입 또한 문제가 많다. 기관별 특성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단순하게 57세 이상의 임금을 삭감한 제원으로 청년고용을 창출하겠다는 허울뿐인 포장과 경영평가 불이익이라는 무기로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도입시켰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모든 공공기관의 5-10%에 해당하는 임금피크 대상자들은 고려장처럼 부서를 옮기고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의 업무 부담은 커지고 도입된지 6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평가제도 개선이다. 기재부가 경영평가제도를 무기 삼아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공적인 이익을 그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안정적인 대국민 서비스 제공이 그 역할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영평가제도는 기준도 없이 평가군을 묶어 놓고, 그 안에서 서로 성격도 다른 기관 간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이다.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는 분명 다르다. 이윤을 창출하거나 성과를 내는 기관이 아니고, 안정적으로 공공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위한 방책으로 경영평가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공공부문 투쟁현황 및 계획
한공노협(한국노총 공공노련, 금융노조, 공공연맹)은 지난 8월 23일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주간 기재부에서 집중 집회를 진행했다. 9월 9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공공노동자들은 국회 앞 농성장에서 1인 피켓 시위 등을 통해 국회에 6대 요구 관철을 촉구 중이다. 매주 수요일 기재부 앞 투쟁도 병행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비정상적인 거대조직인 기재부가 제1의 권력이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30만 공공노동자가 단결해 기재부 분쇄를 외치며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다. 한국노총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