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2022년도 건강보험료율을 현재보다 1.8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6.99%까지 오른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올해 13만 3,087원에서 2,475원이 증가해 13만 612원을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세대당 10만 2,775원에서 10만 4,713원으로 1,938원이 오르게 된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강보험료 인상 결정으로 국민의 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건강보험 환산지수(수가) 협상 과정
지난 6월, 2022년 건강보험 환산지수가 2.09%로 결정되었다. 인상률 수치는 2017년 환산지수인 2.37%보다는 낮았지만, 수가 인상에 따른 추가재정 소요 규모는 역대 최고금액인 1조 666억 원을 기록했다. 건강보험 환산지수는 건강보험료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보험, 의료급여, 자동차보험, 국가보훈 의료지원, 민간보험까지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환산지수의 인상은 결국 가입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 예상보다 높게 환산지수가 인상된 원인은 재정운영위원회(이하 재정위) 거버넌스 구성원 변경 때문이다. 복지부는 재정위를 구성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퇴출하고, 새롭게 선정된 가입자단체의 위원을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소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정했다.
이는 지난해 가입자단체의 전원합의로 정해진 2021년 환산지수 결정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021년 환산지수 협상 당시, 소위원회 위원의 결정에 따라 환산지수는 정부의 시나리오보다 낮은 1.99%로 정해졌다. 때문에 구성원을 변경해 재정위 소위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케어(이하 문케어) 시행단계 중 내년은 비교적 높은 가격의 비급여 항목인 척추 분야 MRI와 근골계 질환 및 혈관, 신경 등 초음파 급여화를 예정하고 있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향후 문케어 이행을 위해서 공급자단체의 협조가 필요했던 만큼 환산지수 인상이 전제되어야 했다.
또한 건정심에서 활동하는 교수가 재정위 위원장으로 추대되었는데, 가입자를 대표하는 재정위 사상 최초로 의사가 위원장이 되면서 복지부는 재정위가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의하고 있는 기구라는 특징마저 퇴색시켰다.
2022년 국민건강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변론
한국노총은 2022년 건강보험료 협상을 앞둔 오전, 건강보험료를 동결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서를 게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과 무급휴가, 영업 중단 등의 상황을 감안해 건강보험료를 동결하고, 국고지원을 확대하라는 내용이었다.
건정심 가입자단체는 보험료 협상을 논의한 건정심 1, 2차 소위를 통해 동결 혹은 보장성 강화대책 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상(0.92%) 의견을 냈다. 건정심 본회의가 열리던 날도 가입자단체는 1, 2차 건정심 소위의 입장을 견지했다. 직장 및 지역가입자의 어려운 상황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 전환, 그리고 가입자단체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한 국고지원이 예년과 같은 수준이라는 복지부의 답변에 따라 건강보험 인상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자단체는 2.97%의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가입자와 공급자단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가입자단체는 동결이 아닌 최소한의 인상 수준으로 보장성 강화대책 인상분인 0.92%를 제시했으나, 공급자는 2.58%의 높은 인상을 고수했다. 인상률을 두고 공익위원들도 각자 다른 입장을 보였다. 1%대의 인상안을 주장하는 공익위원도 있었지만, 다수가 공급자단체와 같은 2.58% 인상에 동의했다. 다수가 2%대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예년처럼 표결로 진행할 경우, 보험료는 2%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컸다. 가입자단체는 논의를 진행해 2% 확정시 퇴장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합의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사실 이번 협상에서 낮은 보험료율 결정으로 직장·지역 가입자의 부담을 덜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가입자들의 부담 최소화와 함께 현재 건강보험료율이 상한인 8%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1000분에 80(8%) 범위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1977년에 보험료의 무분별한 인상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번에 2% 이상으로 건보료가 인상 될 경우, 건강보험료율이 7%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불안이 기저에 있었다. 결국 가입자단체들은 환산지수 인상분과 부과체계 개편금액을 반영한 1.83%를 제시했고, 가입자와 공급자 및 공익이 전체 합의하여 최종 1.89%로 결정됐다.
2023년 건강보험 환산지수와 보험료 협상을 위한 과제
2017년에 시작한 문케어는 3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책 시행 3년째인 2019년 보장률은 2017년보다 1.5% 오른 64.2%에 그쳤다. 재정도 예정된 30조 중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1조만 투입됐고, 지난 4년간 실제 집행률도 90%를 넘어간 해가 없었다. 하물며 제1차 종합계획 보장성 항목 이행 지연과 역대 최대 규모의 밴드 값을 정한 2022년 수가 결정, 건정심에서 공급자단체와 공익, 정부가 2% 이상의 보험료를 제시했던 협상 과정을 돌아봤을 때,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문케어는 국민과 한 약속이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문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입자단체가 주장했던 국고지원 미준수 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지난해 가입자단체는 국고지원 정상화를 위해 연대 활동을 강화하며, 국고지원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이제는 가입자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국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나서야 한다. 아울러 건강보험료율 8% 상한 도달을 앞둔 시점에서 재정 효율화를 위한 의료체계 개선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편, 건강보험료율 8% 상한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OECD 평균인 80%보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상병수당 제도 부재로 실손보험이 공적 영역을 대체하는 지금의 보건의료 환경을 고려하면,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국민에게 이중 부담을 안겨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거버넌스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정부가 건정심과 재정위의 공익위원을 가입자단체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정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단체를 변경하는 권한도 가지고 있어 민주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지금이라도 시민참여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 참여율 상향뿐 아니라 회의록 공개, 정보공개 등 투명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입자단체인 한국노총은 앞으로도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