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회(이하 건정심)를 통해 2021년 건강보험료율을 현재보다 2.89% 인상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가 인상됨에 따라 직장가입자가 부담하는 평균 보험료는 올해 월 119,328원에서 내년 122,727원으로 3,399원가량이 오르고, 지역가입자들은 세대당 평균 94,666원에서 97,422원으로 2,756원 인상된다. 코로나19 재난사태 속에서도 건강보험료율 인상이 결정되면서 국민들의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예정이다.
2021년 건강보험 환산지수 협상 내용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면서 건강보험 환산지수와 환산지수는 ‘유형별 점수당 단가’를 이야기한다. 요양기관 유형은 총 7개(병원, 의원, 치과, 한방, 약국, 조산원, 보건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보험료율 결정은 어느 해보다 어려웠다. 환산지수 협상을 진행했던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이하 재정위)에서는 2021년 건강보험료율에 영향을 주는 수가 수가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총액이다. 수가금액= 상대가치점수(의료행위에 드는 점수)*유형별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를 두고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 정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재정위에서는 수가 결정을 위해 환산지수를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환산지수 값이 ‘-2.12%’가 확인되었다. 이는 목표한 진료비보다 실제 진료비가 많이 들었다는 것으로, 요양기관이 더욱 많은 이익을 가져갔다는 의미다.
환산지수 결과를 낮춰야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문재인케어 완수를 위해 2.37%의 인상을 요구했다. 가입자단체는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국민이 늘고 있어 과도한 환산지수 인상에 반대했다. 반면, 공급자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며 환산지수를 대폭 인상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가입자단체는 재정위 협상을 통해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고려해 2021년 환산지수 인상안으로 1.99%를 제시했다. 아울러 가입자단체는 ‘수가 인상으로 인한 재정 소요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를 통해 마련해줄 것을 건의한다’라는 부대조건을 제시하며, 정부에 국고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이에 불복하여 결렬을 선언하고, 3개 요양기관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으로 최종결정을 이관했다. 건정심 결정 회의도 난항을 겪었다. 공급자단체는 가입자단체의 결정이 존중되는 재정위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했고, 가입자단체들은 재정위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건정심에서 결렬된 요양기관 3개 단체의 환산지수는 재정위에서 제시한 수준에서 결정되었다.
가입자단체의 숙원인 ‘국고지원 정상화’
지난 6월에 열린 건정심에서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을 8월에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진단과 치료(1,150억), 재난지역 및 전국 취약계층의 건강보험료를 경감조치(9,115억) 실시, 각종 의료기관 재정지원을 하고 있어 건강보험료율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보험 국고지원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최대 15%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모호한 말에 가입자단체들은 최종 협상 전까지 국고지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행동을 전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고지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 공급자단체와 함께한 공동성명을 기재부에 전달하고, 가입자단체의 공동 입장문 발표 및 국고지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 등 국고지원 20% 준수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2021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건정심 회의에서 가입자단체는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2.89% 인상에 동의했다. 가입자단체 간 입장이 각기 달랐지만, 2.89%에 합의를 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확보와 안정적인 국고지원 마련을 위한 법 개정을 부대조건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부대조건은 아래와 같다.
1. 건정심은 2020년 코로나19에 보험료 경감액을 국고에서 지원토록 정부에 촉구한다.
2. 건정심은 안정적인 국고지원 확보를 위해 일몰제 규정 삭제 등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한다.
부대결의문에 두 가지 사안이 들어가게 된 이유는 결국 건강보험의 중장기적 재정안정과 연결된다. 첫 번째 부대조건은 2020년 코로나19 보험료 경감액을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것으로,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료 경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에 대한 예산은 추가로 지원하지 않고 건강보험 적립금을 사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립금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에도 정부는 국고지원을 확대하려는 노력 없이 건강보험 적립금까지 소진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복지부는 현행법상 20% 수준의 국고지원에 미달하는 14.3%를 확보하는데 그친 상황에서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가입자단체는 국고지원 20% 준수가 어렵다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코로나 검사비용과 치료비, 취약계층 및 재난지역 건강보험료 경감조치를 추가적인 국고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부대조건은 한국노총을 비롯한 가입자단체가 회의를 참여하며 지속해서 요구했던 사항으로, 안정적인 국고지원 확보를 위한 법 개정 및 일몰제 규정 삭제를 담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기금법은 국고지원에 대해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이를 연장하려면 반드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당장 내후년에 국고지원이 중단될 수 있는 터라 조속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국고지원 관련 부대조건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상정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국고지원 관련 개정안은 총 3건이 진행되었는데 20대 국회 임기 동안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기동민 의원이 국고지원의 규정 명확화와 사후정산제를 발의했고, 이정문 의원이 규정 명확화와 함께 국고지원 지원율을 상향하고, 차액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복지부는 올해 국고지원 확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건정심을 통해 밝혔기에 가입자단체는 복지부의 의지를 믿고 부대조건 사항에 동의하며 건강보험료율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건강보험료 경감금액과 건보재정 사용 금액 등을 국고로 정산하기로 한 만큼, 차후 복지부가 부대조건 이행을 위한 노력해 나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노총은 가입자단체 대표 중 하나로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입자단체와 노동시민단체와 함께 공동행동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