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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대화? 지역에서 답을 찾자!!

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를 중심으로

등록일 2021년08월04일 09시3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직접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는 등 사회적 대화가 진일보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중앙차원의 사회적 대화만이 중시되고 있다. 경사노위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의제별/업종별/계층별 위원회들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현장의 문제를 현장 주체들이 해결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 위원회는 여전히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중앙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 사회적 대화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의 현주소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중심으로 파악하고 현재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법률에 기반한 가장 공식적인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는 노사민정협의회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는 1997년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광주 광산구, 부천시 등에서 지역 노사정이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시작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1999년 ‘노사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활동 근거가 마련되고 2007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법’에 의해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다.

 

2010년에는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협의회 설치, 구성·운영, 예산지원 및 정부포상의 근거가 마련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노사민정협의회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제도적 기반이 확립되고, 지자체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협의회 설치 등 외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례 제정 기준으로 2005년 71개 지역에 있던 노사민정협의회는 2020년 말 기준 158개 지역에 설치되었다.

 

광역은 17개소, 기초는 226개소 중 141개소로 전국 지자체의 65%에 설치되었는데, 농·어촌 등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지자체에 설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무국 설치나 전담인력 등 실질적으로 협의회 운영을 지원하는 인프라도 확충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2020년 말 현재 사무국 설치는 광역 15개소, 기초 32개소이며, 상주 인력은 광역 34명(전담 20, 겸직 14), 기초 66명(전담 49, 겸직 17)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 규모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지원이 늘었으나 2014년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기준 16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정부에서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예산을 고작 16억 원 책정했다는 것은 지역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나마 우수한 성과를 내는 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 내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역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인식, 지역 차원의 추가적인 예산과 지원책에 기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우수사례로 선정된 부산광역시의 경우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지역 내 고질적 문제인 저부가 산업구조의 개선과 노동구조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2019년 노사민정 담당 조직을 국 단위로 개편하고 노동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노사민정 협력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을 운영하고 본 협의회 하부조직으로 노사관계 지원 분과, 노사상생 일자리 경제 분과, 노동권인 분과, 일·생활 균형 분과 등 4개의 분과위원회를 신설하여 해당 의제를 논의했다.

 

이러한 협의회 활동을 통해, 자동차 부품회사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산형 일자리가 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2021년 초 선정되었으며, 국내 최초로 노사합의를 통해 청년 및 공익활동가 지원 등을 위한 부산형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였다. 또한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 건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동네방네노무사 사업 추진, 지역 노사 간 소통 활성화, 이동노동자 쉼터 마련, 감정노동 특화 상담소 개소, 공무원 대상 노동인권 교육 실시, 노동 현안 연구회 운영, 산업안전보건 노사민정 공동캠페인 개최,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부산 워라벨 페어’ 개최 등의 성과를 냈다.

 

부산 사례는 지역 차원에서 노사민정협의회라는 사회적 대화의 공간을 통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상당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산광역시의 사례는 보편적인 사례라기보다는 예외적인 사례다. 여전히 대다수 지역에서는 노사민정협의회 운영에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역 내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역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노사민정협의회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예산 규모를 현재 16억 원에서 최소 몇 배를 더 인상하는 것이 맞다. 광역에 4천만 원, 기초에 2천만 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지역에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둘째, 지역 사회적 대화를 촉발하기 위한 당근책이 필요하다. 00형 일자리로 알려진 중앙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지원 조건으로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한 다양한 주체들이 합의한 협약서를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차원의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협약서가 형식적으로 준비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역 내 산업과 일자리 정책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이 지역 내 사회적 대화 활성화에 주요한 유인책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부 지역일자리 모델 구축과정에서 발견되는 긍정적 신호는 지역 내 사회적 대화기구에 적절한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주도하는 주체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경우, 단기간에도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군산지역의 경우, 현재의 지역일자리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 전까지 지역 내 노사민정협의회는 제 역할을 못 하는 유명무실한 사회적 대화 기구였으나 불과 1~2년 만에 지역 내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 기구로 그 위상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초보적인 지역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정부 주요 공모사업의 전제 조건으로 지역 내 사회적 대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당장 지역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과 같은 굵직한 국가 정책에서부터 이러한 조건을 제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사민정협의회 관계자의 전문성 부족 문제이다. 지방고용노동관서 감독관, 지자체 공무원은 업무 순환으로 인해 협의회에 대한 전문역량을 축적하기 어렵고, 사무국 직원이나 협의회 위원들 역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 정보공유의 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노사발전재단과 새롭게 출범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협업하여 노사민정협의회 관계자들을 주 대상으로 (가칭)‘사회적 대화 아카데미’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사회적 대화에 있어 중앙-지방 간 연계, 광역과 기초 간 네트워킹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사민정협의회 운영과 관련하여 중앙과 지방이 연계를 갖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지원사업뿐으로 공식적인 중앙과 지방 간의 연계는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사노위 내 (가칭)‘지역 사회적 대화 위원회’를 운영하고 고용노동부 등 중앙-지자체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례 회의, 워크숍,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앙(경사노위) 논의 의제의 지역 확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의 실천적 과제 제시 등을 통해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채준호(교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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