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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5.1% 최저임금 인상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차장

등록일 2021년07월29일 13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2021년 시급인 8,720원 대비 5.1% 상승한 시급 9,160원, 월 환산금액(209시간 기준)으로는 1,914,440원이다. 인상액으로는 시급 440원, 월 급여액 91,960원이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은 통상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 이후 90일 이내 결정돼야 하지만, 올해도 노사의 팽팽한 견해차로 심의기한을 14일이나 초과한 104일째 결정됐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의 대선공약을 내걸었던 현 정부의 마지막 심의해인 만큼 노동계는 공약 이행 촉구와 지난 2년간 역대 최저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저임금노동자 삶을 개선하는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아쉬운 결과다.

 

협상에 끝까지 남아 표결에 참여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 상황에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역대 최저수준의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 사태에서 조금이나마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익위원들 안에 찬성을 던지게 되었다”고 올해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밝혔다.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최저임금 인상

 

올해 초 해외 주요국들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최저임금 인상에 관심을 두었다. 봉쇄조치로 인한 수출 감소 및 여행 제한, 원자재 값 상승으로 답답해진 경제성장 동력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활성화 정책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37%(시간당 10.95달러 →15달러(17,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독일은 2022년 7월까지 10.45유로(14,100원)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도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일본 역시 197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최대 인상을 통해 국가 평균 최저임금을 930엔(9,630원)까지 인상했다.

 

이처럼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에 대한 국가적인 논쟁에 휘말려 인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코로나 상황을 예측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정된 2021년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수준인 1.5%였다.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방역 조치 덕분에 세계의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제 관리 능력을 홍보하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와 물가상승률을 각각 4%, 1.8%로 전망했다. 따라서, 올해 노동계는 최소한 정부의 거시경제지표가 반영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현재가 아닌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사회 양극화 및 소득불균형을 예방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1만원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 ‘노동자 가구 생계비’

 

정부가 전망한 우리나라 경제지표의 청신호 속에서도 노동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최저임금 협상에 참여했다. 정부의 전망대로 우리나라 경제가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저임금노동자의 소득분배 악화, 임시 일용직 등의 취업자 수 감소 등 사회 양극화와 소득불균형의 적신호가 켜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영세자영업자 반발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역대 최저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미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인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대원칙에 어긋난 상황에서 그동안 대표적인 최저임금 인상기준으로 활용했던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는 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올해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대신할 수 있는 인상근거로 내세운 것은 노동자 가구 생계비다. ILO의 최저임금 설정 권고안에서도 노동자 가구 생계비는 최저임금 수준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여섯 가지 지표 중 하나로 절대적, 상대적 생계비를 모두 언급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시행한 제도개선 TF에서도 가구 생계비 반영을 권고했다. 또한, 올해 6월 발표한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서도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구원수는 다(多)인 가구로 구성되어 여러명의 생계를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결정기준에는 가구 생계비 대신 비혼 단신 생계비를 사용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보듯이 최저임금노동자는 평균 3인의 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주 소득원으로 기능하는 비율은 46%에 이르러 앞으로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노동자 가구 생계비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

 

약자들의 성토대회가 된 최저임금위원회

 

매년 그렇듯 최저임금 협상 테이블에서는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간 소위 약자들의 하소연과 성토대회가 이어진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앞세운 사용자단체들은 지불능력을 강조하며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시라. 최저임금위원회 추천단체인 경총의 회원사 중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및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지난해 부활한 투자세액공제와 같은 세제 혜택 선물까지 받았다. 올해 2분기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단 두 개 기업이 13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최저임금 182만 원을 받는 노동자 약 740만 명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야말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납품단가 인하,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 경제민주화에 관해선 말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대기업들이 상생을 주장하며 내세우고 있는 ESG경영 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코로나 시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대기업들이 조금이나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편, 사용자위원들은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했다. 이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11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사용자단체들은 사업의 종류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어떤 업종을 어떻게 적용해달라는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특정업종을 선정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 할 경우, 자칫 특정업종 기피 현상 등의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 또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채 업종별 구분적용이 논의되면 불필요한 사회갈등만 야기될 것이다.

 

성급한 제도개선 논의, 최저임금제도 목적에 충실했는지 먼저 살펴봐야

 

노사의 최초요구안 제출 이후 좀처럼 진전이 없는 노사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심의 마지막 날인 7월 12일 저녁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3.6% 하한선과 6.7% 상한선을 제안했지만 노사 모두 공익이 제시한 구간의 수준에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공익위원 단일안을 제시해달라고 재요청했다. 결국, 4% 경제성장률과 1.8%의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수치에 0.7% 취업자 증가율을 감(-)한 수치인 5.1% 공익위원 단일 안이 최종 제출됐다.

 

공익위원들의 단일안에 대해 양대노총 노동자위원들은 온도 차를 보였고, 민주노총 노동자위원들이 퇴장했다. 한국노총만이 끝까지 협상에 남아 참여하게 되었는데, 연대와 공조라는 말이 참으로 어렵게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이후 사용자위원까지 전원 기권하며 표결이 진행된 결과, 최종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단골처럼 등장하는 논쟁이긴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체계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렇지만, 단순한 학문적인 이론과 통계에 의해 결정체계 변화를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설사 결정체계가 변화된다 한들 각종 통계와 외부 전문가들이 개입해 제시하는 최저임금 결정안을 노사 양측이 만족하는 일도 담보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노사대표가 최저임금제도 및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한다는 ILO 협약에 대한 위반소지도 존재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저임금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줄 수 있는 안전망일 뿐이며, 그 목적에 맞도록 충실해야 한다. 2019년에도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공 위원들과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최저임금제도 변경을 강행하다 당시 류장수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며 내홍만 겪지 않았는가. 오히려, 제도개선안을 언급하기 이전에 과연 지금까지 최저임금제도가 법이 규정하는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저임금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가 끝났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모든 대선 후보가 공약한 최저임금 1만 원에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합의와 공감을 했고,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완화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랐을 것이다. 모든 국가의 정책에는 과오가 있을 수 있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최저임금제도는 정부의 경제 계획에도 크게 어긋나며,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정부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일관되지 못한 정책 결정으로 저임금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갈등만 유발하며 모두에게 최저임금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통한 국가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다는 본래 최저임금 제도 목적처럼 앞으로 최저임금이 ‘백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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