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형 한국노총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 차장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노동자는 사회보장체계에 포함되지 못한 채 노동시장내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 중 하나로 플랫폼노동자공제회에 주목하였고, 올해 4월 사무총국 내에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을 설치하였다. 공제회는 플랫폼노동자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러 비정규노동자와 취약계층의 보호와 조직화를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제회의 조직구성과 핵심사업, 이에 요구되는 재원 마련 방안 등 준비계획에 기초해 6월부터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모금운동을 추진하고자 한다.
플랫폼노동을 대표로 하는 비정형 노동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기업의 혁신전략과 맞물려 일자리의 상당부분을 기계와 AI로 대체하고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동의 확산을 야기하였으며, 대부분의 일자리를 초단기·저임금으로 전락시켜 모두의 노동권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플랫폼노동 종사자 수는 약 5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노동법상에서 사용자로서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함과 동시에 이윤의 극대화 및 노동자의 연대를 저하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비정형노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비정형노동의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OECD의 2015년 보고서에 의하면 회원국의 전체 고용 중 3분의 1을 비정형노동이라고 추정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플랫폼노동의 확산은 노동사회에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플랫폼을 통해 얻는 효용과 편의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플랫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플랫폼노동이 확산되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플랫폼노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배달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 음식배달업종사자는 플랫폼이 생기기 이전에는 명확히 노동자로서 존재했다. 이들은 개별식당에 전속성을 가졌으며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으며, 사용자가 노동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음식배달업이 플랫폼화되면서 음식배달노동자들은 전속성이 약해졌다. 알고리즘을 통해 지휘와 통제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없어 프리랜서 또는 개인사업자로 판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기에 노동자 고용시 발생하는 사회적 책임을 부과시킬 대상도 특정할 수 없어, 이로 인해 사회보험의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음식배달종사자는 노동자라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고, 제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게 되었다.
플랫폼노동자가 직면한 현실은 곧 우리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음식배달노동자뿐만 아니라, 플랫폼노동자는 정형노동에 맞춰진 노동법으로 인해 노동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법의 보호체계에 비정형노동을 포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노동조합과 이해관계자의 간극을 줄이기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대표성을 갖기 위해 조직화에 힘쓰고 있지만, 플랫폼노동자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이 약하고, 과업도 파편화되어 있어 그들을 노동조합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플랫폼노동이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존 일자리에 플랫폼이 빠르게 결합함으로써 수많은 일자리가 플랫폼노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은 사회보장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가 증가함과 동시에 향후 정형노동까지도 노동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법·제도가 급변하는 노동시장을 따라가지 못해 플랫폼노동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결국 플랫폼노동자가 직면한 모습은 ‘나’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기 전까지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다.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에 대한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다양한 공제회가 설립되었고, 설립된 단체들은 취약계층에 필요한 사업을 모색하고 제공하여 사회적 안정망에서 소외된 계층을 다시 사회의 보호권 안으로 위치시키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대표적이다. 플랫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했고 고용도 불안정했다. 이러한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공제회가 설립되었고, 공제회는 정부를 대신하여 사회보험에 준하는 보호장치들을 제공하였다. 더 나아가 기업이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복지와 유사한 혜택까지 제공함으로써 건설업의 전체적인 복지 향상에 이바지 했다.
플랫폼노동공제회가 설립되면 건설근로자공제회와 유사한 또는 훨씬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퇴직공제와 적립형 저축사업을 통해 이직 준비나 부상, 질병 등의 실업에서 발생하는 생계문제에 지원할 수도 있으며, 안전보건교육을 제공하고 수강 인증을 제공해 보험료를 경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가능할 것이다. 타 기관과 협약하여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플랫폼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집약하고 제공하는 사업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제회가 플랫폼노동을 포함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형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고용불안정 등과 같은 충격에 대비하는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일자리의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공제회가 단순 공제사업과 복지혜택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들을 조직화함으로써 플랫폼노동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 조합원의 적극적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