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플랫폼노동을 경험하다.

임성형 한국노총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 차장

등록일 2021년05월21일 09시0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5월 1일 노동절은 노동을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여긴 자본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분노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공감과 연대행동으로 만들어진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하지만 현재는 비정형노동의 증가와 개인의 생존권이 더 중요해짐과 동시에 합리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연대하기 어려워졌고, 노동절의 의미도 퇴색되어 단순히 유급휴일로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나 또한 노동절을 유급휴일로만 생각했던 부끄러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게 맞이할 것이다. 비정형노동을 대표하는 플랫폼노동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연대행동 방안을 모색하고, 노동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기로 결심했다.

 

경험을 통해 답을 찾고자 했다.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신문기사와 책을 읽는 이론적 학습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연대를 위한 공감대 형성까지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 플랫폼노동의 특성상 노동의 파편성과 개별적으로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연대를 위한 단체를 형성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설사 단체를 설립하더라도 이들을 하나로 만들 매개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고 연대행동으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플랫폼노동을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답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플랫폼노동의 대표격인 음식배달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했고 이동수단도 필요했다. 때마침(?) 배달의민족에서 누구나 걸어서 배달할 수 있는 배민커넥터를 모집하고 있어, 바로 등록을 시작했다. 등록하는 절차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배민커넥트 홈페이지에 이름, 연락처를 접수하면 계약체결을 위한 링크주소가 있는 문자가 내 핸드폰에 전송되었다. 링크주소를 누르면 계약서가 화면에 표시되고, 계약서 확인 후 서명을 하면 계약이 체결된다. 계약서를 작성 후 PC를 통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른 의무교육을 듣고 나면, 배달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 절차가 완료되었다.

 

드디어 첫 배달을 하다.

 

간단했지만 지루했던 절차가 지나고, 저녁 8시30분경 드디어 첫 배달을 위해 집근처 서대문역에서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했던 앱을 실행했다. 저녁시간이 막 지나서였을까? 주문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혹여 주문을 놓칠까 봐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켰다. 기다림은 계속되고, 아무런 연락 없이 시간은 흘렀다. 하지만 주문은 여전히 들어오지 않았다. 일을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나를 감쌌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배달주문을 찾아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흘러간 시간을 만회하려면 빠르게 판단을 해야 했다. 주문이 많을 것 같은 곳을 생각해 보았다. 회사도 많고, 음식점도 많고, 1인 가구도 많은 종로와 광화문이 생각이 났다. 바로 그 지역으로 이동했다.

 

지역을 이동하고 드디어 첫 배달주문이 들어왔다. 종로 탑골공원 건너편에 있는 B마트에서 물품수령 후 안국역 근처 경찰지구대까지 배달하는 경로였다. 바로 주문수락을 눌렀다. 물품수령지가 지도에 표시되며 경로안내가 시작되었다. 지도에 표시된 경로안내를 따라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건물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직선거리로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다. 당황했지만 주문앱과 연동된 다른 지도 앱을 실행하였고, 그제서야 정확한 경로와 도착시간을 알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물품수령지에서 미리 포장되어있던 배달물품을 픽업했다. 그리고 앱에서 물품수령을 누르고 최종배달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직선거리 경로는 이제 당황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도착예정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측정되었다. 횡단보도를 2번이나 건너야 했지만 신호를 대기하는 시간은 반영되지 않았다. 도착예정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결국 늦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마스크 때문인지 숨이 더 차올랐다. 가파른 숨을 내쉬며 예정된 시간에 겨우 도착했다. 앱 화면에 배달완료를 눌러 첫 배달을 완료했다. 그리고 허무함이 찾아왔다. 이 한 건을 위해 주문을 기다린 시간과 실제 배달한 시간을 합하면 40분 정도였다. 배달 한 건에 대한 수익은 명목상 3,300원이었다. 하지만 소득세 3.3%와 주단위로 정산되는 고정비인 산재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질소득은 고작 몇백원에 불과했다.

 

※ 매일 수신되는 안내문자는 압박감을 줬다.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나는 3건의 배달을 더 했고, 며칠 뒤 7건의 배달을 한 후 경험을 끝맺었다. 배달을 할 수록 처음 배달할 때 경험했던 문제들은 기본이고, 불합리한 요소들이 계속 느껴졌다. 배달이 많은 시간대에 평소보다 더 높은 배달운임을 책정하여 노동시간을 지정해주는 듯 했고, 시도때도 없이 안내된 배달이 많은 지역은 그 장소로 이동해 배달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졌다. 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 정책은 배달노동자를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했다. 도착예정시간보다 5분 이내의 지연이 발생할 경우 고객에게 지연통보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배달노동자에게 배달지연의 귀책을 떠넘기는 듯 했다. 식당에서 음식이 늦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기다림과 기다리는 동안 나가 있으라는 식당주인의 눈치 또한 배달노동자들이 겪는 씁쓸한 모습이었다.

 

개인적 공감들이 모여 큰 힘이 되길 바라며...

 

고작 10건의 배달만으로는 배달노동자들의 고충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문제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계속적으로 이슈 되고 있는 사회보험문제를 비롯해 소득과 재직증명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여 신용카드와 통장 발급이 어려운 문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업종코드 분류 차이로 인해 유류비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새로운 제도적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근본적으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야기하는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나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얻은 공감만으로는 음식배달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를 타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공감이 한국노총 조합원 동지들의 지지와 연대로 힘을 받고, 더 나아가 한국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노동공제회가 성공적으로 설립된다면, 플랫폼노동자들도 노동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임성형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