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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실태와 노동조합의 과제

윤정향_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록일 2021년04월29일 13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Ⅰ. 들어가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처럼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동시장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은 일자리 상실 위협과 노동 소득 감소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 장애인, 영유아와 초등학생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 서비스가 제한되고 단절됨으로써 돌봄 공백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학교돌봄과 지역사회 돌봄이 멈추자 자녀나 돌봐야 할 가족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휴직‧퇴사‧이직을 하고 돌봄분담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격해졌다. 코로나19는 사회서비스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출 수 있고 재난을 넘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시켜 주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베이비시터, 사회복지사 등의 돌봄노동자들은 실직, 임금감소, 감염의 위험이라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또한 감염의 위험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산업안전’은 지역사회와 가정의 건강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 대다수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가치가 저평가된 채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노동을 제공해왔다. 정부는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정착시키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며,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시키고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 2019년부터 4개 광역지자체(서울, 경기, 대구, 경남)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글은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정책적 개선방안과 노동조합의 과제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전달체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에 주목하여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살펴보고 노동조합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정의와 실태

 

1.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개념과 규모

 

사회서비스노동자란 사회서비스 노동을 제공하면서 임금 등의 대가를 받는 노동자이다. 사회서비스산업 취업자수는 통계청 2019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로는 470만 명을 넘어선다. 이 중 임금노동자는 86% 수준으로 400만 명에 이른다. 사회서비스산업을 특수분류에 따라 좁은 의미(돌봄서비스업)로 접근했을 때 취업자수는 약 194만 명 수준이며, 임금노동자는 170만 명(91.2%) 수준이다.

 

사회서비스 개념은 국가나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하며 포괄하는 범위도 다양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사회서비스란 협의의 개념으로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서비스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광의의 개념으로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4호에서처럼 개인 또는 사회 전체의 복지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주거, 고용, 환경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사회서비스가 먼저 정의되었는데, 여기에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서비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를 포괄하고 있다. 법에서 정의하는 사회서비스는 ‘노동, 일’ 개념보다 포괄적인 ‘사업’과 ‘제도’로서 설명된다. 만약 통상적으로(협의적으로) 접근하는 사회서비스노동자 틀을 넘어 주거, 문화, 환경까지 들여다보면 ‘사회서비스노동자’에 대한 그간의 접근방식은 재검토해야 할 만큼 범주적 영향력이 파괴적이다(윤정향 외, 2020).

 

‘사회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이목을 끄는 이유는 첫째, 일자리 창출의 여력이 있는 산업이라는 데 있다. 국민건강·안전, 문화·예술·스포츠 등 고부가가치의 미래 산업이나 지역사회 돌봄, 환경개선 등 소위 ‘돈 안 되는’ 산업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서비스 중 국가가 개입·주도해야 하는 분야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돌봄 산업처럼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산업이거나 플랫폼 기반 산업들 중 디지털콘텐츠 산업처럼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 해당된다.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성 문제는 재정을 포함해 사회적 숙의가 필요한 갈등 영역이기도 하다. 돌봄서비스 취업자 규모나 코로나19 시국을 감안할 때 사회서비스 산업을 대표하는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의 현안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윤정향 외, 2020).

 

2.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실태와 보호 필요성

 

협의적 의미의 사회서비스노동자 보호는 최근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대책이 나오기 이전부터,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사회서비스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보호 사각지대’와 ‘저평가된 노동가치’가 문제였다. 특히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간호조무사, 초등돌봄전담사, 방과후교사 등 여성 집중 직종에서 두드러졌다. 여기에서 몇 가지만 짚어보면, 우선, 사회서비스가 정부의 일자리사업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요양보호사가 그러했듯이 생활지원사 등 새로운 직업군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계속 만들어져왔다. 기간제, 시간제, 혹은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거나 사업비의 일부여서 일용직으로 채용되어 수개월에서 수년간 반복 고용되어왔다. 재정지원일자리사업의 경우 기간제법 적용 예외대상이라 2년 근무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거나 다툴 수도 없다. 민간시장도 시간제, 호출형, 야간·주말 전담 등 일자리의 안정성이 취약하다.

 

둘째, 사회서비스노동자의 임금은 공공기관 정규직이거나 보건의료 전문직이 아닌 이상 임금수준이 높지 않고 상당수 노동자가 최저임금이 기준이 되는 수준이다. 임금체계도 부실하거나 없다. 가장 큰 규모인 보육교사의 경우 표준보육비용체계에, 장기요양기관 노동자들은 보험수가체계에,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바우처수가에 맞춰 급여가 결정된다. 그 외 사회복지사업법 적용을 받는 시설은 사회복지종사자임금가이드라인을 준용한다. 고용조건 개선은 이용자의 비용부담을 높이거나 정부의 재정계획의 변화를 살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이렇게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적정선에서 개선하자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용자(소비자)는 사회서비스 노동자와 가족의 ‘생애’ 어느 시점의 모습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용자는 자신과 가족의 돌봄이 필요한 어느 시점에서 사회서비스노동자의 서비스를 받았거나, 받고 있거나 받을 것이다. 그 시점과 상황은 나의 통제력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 관계적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연대로 사회서비스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산업재해와 예방에 대한 관점도 민간 사회서비스 영역에서는 부재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의 사회보험보다 민간 상해보험이 더 친숙하다. 그런데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면 일을 계속하기 어렵다. 치료비는 해결할 수 있으나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재활훈련과 휴업급여 등의 ‘노동자 자신’에 대한 보호는 뒷전이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산업재해가 특정산업 노동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반경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산업재해와 사회적 재해를 가려내고, 인정하고, 지원하려면 매우 복잡하고 지난한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우니 사법적 절차를 통해 가려내야 할까. 상상만으로도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코로나19는 상병수당과 유급돌봄휴가가 왜 절실한지도 보여줬다. 돌봄실태 조사 결과, 유급병가가 ‘있다’는 응답은 재가요양보호사 9.5%, 시설요양보호사 92%, 장애인활동지원사 68%, 보육교사 52.9%, 기타 55.7%로 직종과 시설유형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윤정향 외, 2020: 86).

 

 

3.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1)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개념에 대한 논쟁만큼이나 공공성2)에 대한 논쟁 또한 뜨겁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논의는 사회서비스 발달과 궤를 같이하는데 핵심 쟁점은 공급주체 및 운영주체, 재정 책임 및 재원조달 방식 등이다. 김진석 외(2015: 68)3)는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현 수단으로 공적 재정책임성의 강화, 운영주체의 공적 지위 강화, 공적 규제장치 강화,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종사자의 신분 강화 및 처우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논의 맥락은 두 시기로 나눌 필요가 있다. 먼저 2000년대 중반, 사회서비스 공급구조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제3 섹터의 사회서비스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이 사회서비스 시장화 방향 속에서 크게 증가했던 시기이다(강혜규 외, 2007; 김혜원 외, 2009; 노대명 외, 2008). 당시 급격한 서비스 시장화를 우려하면서, 돌봄서비스 시장화가 초래하는 총체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확보·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장혜경 외, 2007; 황덕순 외, 2012; 석재은, 2010).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는 공적 재원으로 민간(비영리)이 서비스를 전달하는 공공-민간 혼합 방식이 사회복지 정착 초기부터 구축되어 있었다. 비영리 부문이었기에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았고 ‘사업’으로 접근되었다. 그런데 제3 섹터의 성장과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정책은 사회서비스를 산업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미 보육 영역은 전달체계의 일선 주체인 민간 비영리부문이 ‘영리 시장’으로 옮겨간 지 오래 전이지만(민간어린이집 주도의 보육서비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새롭게 요양·가사·아이돌봄 같은 비공식영역의 돌봄이 후발 산업주자로서 주목받게 된 것이다. 굳이 비교하면 보육 시장이 상대적으로 규제된 시장(managed market)이라고 한다면, 장기요양서비스나 각종 돌봄 바우처 서비스는 ‘시장경쟁을 통한 품질 제고’라는 논리에 따라 시장화가 촉진되도록 장려된 분야이다. 보육이 후발 돌봄서비스보다 ‘관리된 시장’ 성격이 짙은 이유는 공보육의 중요성이 훨씬 오래전부터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육정책의 목표를 ‘보육의 공공성 강화 및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으로 명시적으로 밝힌 시점이 <2005년 보육사업 안내>에서부터이다. 민간시설에 대한 지원 강화를 보육의 공공성 제고의 일환으로 설정하면서 민간부문이 양적으로 팽창한 가운데, 보육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이용자 선택권 담론 속에서 주변화 되었다(윤자영, 2012: 64).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로 인한 결과는 서비스 품질 하락, 돌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간과와 고용의 질 하락,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한 업체 난립, 이용자 빼가기, 부정수령 등의 편법·위법의 혼란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주장되었던 공공성 확보·강화 논리는 돌봄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의 정체성이 시장경쟁 구도와 부정합적이라는 데 있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돌봄을 시장을 통해 활성화한다는 구도와 ‘일자리 창출과 이용자의 사회서비스 요구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시장화의 역설(Ascoli & Ranci, 2002)’, 즉 돌봄 시장화 전략의 실패에 따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돌봄을 주도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주체로 나서라고 주문된 것이다. 보육지원센터의 직접보육 역할 강화, 지자체와 공단 등 산하기관(기관 통합·신설 등을 통해)의 직접고용 비율 최대 50% 확충 등의 방안이 제기되었다(황덕순 외, 2012). 안현미 외(2013)는 “보육교사인력공단”을 토대로 한 인력지원 전담기구 마련을 제안하였다. 연구자마다 강조하는 공공성에 온도 차이가 있지만 1기는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공공적 사회화로 전환하는 데 있어, 기존 기구의 역할 재고를 통한 규제 강화, 서비스 제공인력의 노동기본권 보호, 신설기구 설립 등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2기는 현 정부 출범과 서울시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검토하면서, 공공성 논의가 정책공약으로 구체화 되는 단계에서 두드러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논의를 주도했던 당시의 문제제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으로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확충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으나, 부족한 보육과 요양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을 단기 양성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옴으로써 과도한 경쟁구조와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김연명 외, 2016; 김연명, 2017; 백선희, 2017).

 

2기는 1기의 맥락 속에 있지만, ‘불가피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돌봄서비스 시장화는 ‘불가피했던 상황’이 아니라 정부가 십여 년 넘게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전략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돌봄서비스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계기이다. 사회서비스는 제공인력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결정되는 ‘휴먼서비스’이다.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종사자를 직접고용 하는 것이 주요 공약으로 등장한 것도 이전의 복지정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2016)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주장하였고, 김연명 외(2016), 권찬호 외(2018)는 광역 사회서비스재단 설립을 제안하였다. 1기와 2기의 공공성 강화 주장의 공통점은 정부가 종사자 직접 고용을 통한 서비스 직접 제공 및 관리로, 공공성·전문성·투명성 확보가 가능한 사회서비스 체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면서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이용자와 제공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서비스 질 향상과 고용 현장의 안정을 함께 도모하는 책무의 달성(송인주 외, 2019:6)”으로 명시하였다. 이는 돌봄서비스 관계의 주체인 돌봄 제공자, 돌봄 받는 사람, 이를 조달하는 사람 등의 위계적‧불평등적 관계를 깨고 상호존중 하는 돌봄 민주주의(트론토, 2013; 김희강․나성원 역, 2014)로 일보 내딛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서비스원으로 외화된 돌봄은 일자리 관점에서도, 서비스 제공의 관점에서도 혹은 이용자의 선택과 노동자의 노동권 관점에서도 통일된 의미를 찾기 어렵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사회 성원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 혼란스러운 대안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지역 중심의 돌봄은 쉽게 언급하지만, 전달체계의 지역 중심 개편은 기초 지자체와 광역 지자체의 지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논점의 구체화가 더욱 필요하다.

 

 

Ⅲ. 사회서비스 노동자 보호와 노동조합의 과제

 

사회서비스가 비영리 민간영역에서 영리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수 있게 된 측면이 있다. 시기적 차이가 있지만 하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주체로서 노동조합 조직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서비스원으로 대표되는 공공 서비스 전달체계가 등장한 것이다. 전자와 관련하여 노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조합이 양노총의 산별단위에서 빠르게 조직되고 있으며, 이들은 임금과 근무조건 전반의 개선을 강도 높게 요구한다.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보호 해법도 결국은 이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돌봄노동자들이 희망하는 노동조건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다.

 

보육교직원의 경우, 1위는 ‘급여수준 상향조정(31.8%)’, 2위는 ‘보조교사 및 행정사무인력 등 인력지원 확대(20.4%)’, 3위는 ‘주 40시간 근로시간 보장(16.6%)’으로 나타났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 공동 1위로 ‘직업안정성 보장’과 ‘급여수준의 상향 조정’이 각각 27.1%로, 3위는 ‘활동지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개선(14.6%)’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1위는 ‘고용안정 보장(36.9%)’, 2위는 ‘월급제 도입(26.3%)’, 3위는 ‘고충처리 제도의 현실화(14.4%)’ 순으로 응답되었다. 1위와 2위는 요양보호 노동자들의 오랜 숙원과제였고, 그 일부를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해소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다. 3위는 집약된 의견으로 모아졌어도 순위가 높지 않았다. 고충처리가 원만하지 못해 좌절감을 갖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후자와 관련하여 사회서비스원이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개원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의 경험은 소속기관이 아니더라도 일부 기초지자체가 직접 서비스를 전달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을 설립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노동자이사를 두면서 사회서비스노동자가 이사로 선출되어 경영전반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아직은 예외적인 사례이고 노동이사제 1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회서비스원은 지자체 조례에 의거하여 설립되었지만 광역단위에 공공서비스 전달기관을 설립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법령이 부재하고 지자체 재정투자도 적어 위상과 역할에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집합적 주체로서 노동조합에 기대는 바가 적지 않다.

 

노동조합의 과제와 관련하여, 기업별노조의 실리적 이해관계를 과감히 지양하고, 사회서비스 수급과 양질의 서비스 구축을 위한 토양을 다지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간 서비스기관이 노동자교육을 보장하고 있는지,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과 휴게시간을 보상하고 있는지, 노동자 산업안전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등 지역 돌봄 노동시장의 심각한 실태를 개선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산별 교섭, 초기업단위 조직화 전략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 노동자 조직화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기본 전략이다. 조합원의 일터를 감시·견제·고발할 수 있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 노동자 조직화는 노동조합이 보편복지 담론의 전면에 서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직화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실시한 돌봄노동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가입 의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37.7%나 되었다. 직군별로 재가요양보호사 38.2%, 장애인활동지원사 20%, 보육교사 38.8%, 지원업무인력 40%, 기타 직군 38.5%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도덕적인 직업윤리관과 높은 업무 피로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앙의 조직본부가 주체가 되어 정책본부, 지역본부가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조직화 전략을 짜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내 미조직된 사회서비스 노동자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단체협약 효력확장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사회 돌봄의 허브가 되려면 중심에 있으되 우위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소통과 신뢰가 구축된 통합서비스가 되려면 최소한의 고용과 임금 조건은 유사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공공성 내실화와 확대를 동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수가체계에 돌봄노동 가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안에서 숙련 정도, 고강도 노동 등의 보상이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조건에서는 동시에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체계를 총체적으로 검토·재설계하도록 총연맹 수준에서 노정 간 정책협의나 노사정 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과감한 지원, 지역 차원의 사회적기금 마련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이 돌봄서비스와 돌봄노동자의 표준모델을 만들고(혹은 표준모델이 되고) 민간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은 공공도 민간도 여의치 않다. 포기가 아니라 인내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미주>

1) 이하의 내용은 윤정향․안현미․이은주(2020)의 『사회서비스분야 노동자 현황과 과제』(한국노총중앙연구원 발행) 보고서를 요약한 것입니다. 인용 시, 보고서 원문의 출처를 표기해야 합니다.

2) 공공성에 대한 정의는 학문 영역에 따라 상이하고, 그 깊이가 달라 합의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 김종해(2004:11)는 공공성 의미를 Wilensky & Lebeaux의 산업사회에서 사회복지의 특성으로 제시한, 사회적 후원과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서비스 제공 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사회적 책임으로 정의하고 있다. 백완기(2008:23-27)는 공공성의 개념을 다의적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공공성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적(governmental), 둘째, 정치적(political), 셋째, 공익성(public interest), 넷째, 공유성(publicly shared), 다섯째, 공정성(fairness), 여섯째, 공개성(open), 일곱째, 인권(human right), 여덟째, 사영역에서 공영역으로의 치환성 등이다. 이러한 공공성 논의와 함께 서비스 영역별 “공공성” 적절성 논쟁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3) 공공성을 크게 형식적 공공성과 내용적 공공성의 결합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형식적 공공성은 운영 및 행위주체, 재원조달방식을 통해 드러나며, 내용적 공공성은 투명성, 민주성, 공개성, 책임성, 효율성, 효과성, 공익성, 공정성 등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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