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으로 유지되어야 우리 사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 업종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보육이나 요양, 장애인 등 돌봄서비스는 아마 대표적인 필수노동이라고 모두가 인정할만하다. 이러한 사회서비스는 그동안 민간 중심의 전달체계로 인해 공공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문재인정부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사회서비스원법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진단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치들이 같이 취해져야 한다. 장기요양을 예로 들어보자. 당장 국공립요양기관이 2%대에 머무르는 상황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 및 지방정부가 나서서 거점형 국공립요양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서 과당경쟁만 부추기는 지역 내 민간(특히 개인)시설들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 더불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내 인력배치기준을 강화한다든가 인력의 자격조건 및 재교육기능 강화, 이용자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제재, 지자체의 관리감독권한 강화 등 다양한 개선사항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전달체계의 공공성 강화이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서비스 제공체계는 압도적으로 민간, 그리고 그 중 특히 개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시설장이 서비스 제공을 대가로 받는 수가 중 인건비나 시설투자비 등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부분에는 최소한으로 지출하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민간개인시설의 이윤추구행위가 고착화 되어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얼마 되지 않는 국공립기관의 전체 파이를 확충하는 동시에 이를 공공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모범사례를 축적, 서비스 질의 표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국공립기관이 적어도 2~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이를 공공이 표준화하여 운영한다면 공공성 강화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출발한 것이 사회서비스원이었다. 국공립 사회서비스기관을 확충하고 이를 광역자치단체마다 설치된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공공수탁의 형태로 운영하게 하는, 표준적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그곳에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지금보다 개선시키는, 그리고 종국에는 이용자들의 만족도 뿐만 아니라 실제 가계지출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가처분소득의 증대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논의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로 계속 발전되어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표되며 공식화되었다.
야당의 발목잡기식 입법, 여당의 무책임한 의사결정
사회서비스원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담당하는 국회는 꽤 오랜 기간동안 이를 논의하였으나 결국 결론을 짓지 못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는 되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고, 다시 21대 국회 출발부터 입법논의가 진행된 사회서비스원법은 드디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거대 여당이 출범하게 되면서 오랜 시간동안 논의된 법이 하나둘씩 통과되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법 또한 곧 통과되리라는 노동시민사회진영의 기대는 높아져 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야당의 발목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일종의 맞불작전으로 민간기관들의 강력한 요구(?)을 담아 본래의 사회서비스원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법률안을 내놓으면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법안에서는 공공성이라든가 종사자 고용안정, 서비스 질 표준화, 지방자치분권 등 주요취지를 담은 조항들이 모두 삭제되었고, 심지어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할 수 있는 사업 범위도 긴급돌봄체계에 한정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당시 이에 대해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는 성명,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논의과정에서 여당 상임위 의원들이 이를 대충 수용하고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법안심사소위에서 문제 있는 조항들이 포함된 채로 합의가 되었다는 점이다. 법안심사소위 과정을 살펴보면 야당이 제기한 의미 있는 부분들을 적절히 수용하는 듯이 보이긴 했지만, 소위 취지를 훼손하는 내용들도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국공립기관의 경우 무조건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해야 한다는 조항을 ‘할 수 있다’로 표현한다거나 지자체장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리하려는 부분이라던가, 위탁사업의 범위 자체를 최대한 좁게 하려는 시도, 그리고 계속해서 심지어 민간기관과 똑같은 수준으로 사회서비스원 종사자의 고용조건을 유지(혹은 후퇴)해야 한다는 등 사실상 사회서비스원의 애초 의도를 무색케하려는 시도를 여당이 적극 끌어안는 형태가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내 5월 21일(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통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으로 여야 모두 책임감 없는 의사결정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남아있는 과정
지금 글을 마무리하는 5월말을 기준으로는 정해진 일정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추측해볼 수 있는 나머지 과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되어 해당 법안이 한번 더 논의된 후 통과될 것이며,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문구 조정 등이 이루어지면 그 이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다.
수년간 끌어온 사회서비스원 입법은 곧 결론이 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민사회진영은 끝까지 사회서비스원법 원안 그대로를 지킬 수 있도록 국회를 압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이 통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어 우리 사회의 돌봄서비스 공공성이 강화되는 단초가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