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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현황과 도전과제

공적연금으로서의 목적에 충실한 기금운용 필요

등록일 2021년04월01일 13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원종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경제, 자본시장, 사회정책 등 사회 전반의 영역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특히 기금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게 되어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된지도 오래다. 하지만 이러한 연관성의 최종 수렴점에는 ‘노후소득보장’이 있음을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800조가 넘는 거대기금을 운용하는 것도,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수탁자책임 활동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노후소득 안정을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20년 말 기준 833.7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의 외형을 갖추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9.58%의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하였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총1,068.5조원이 조성되었으며, 233.8조원이 연금지급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아직까지는 보험료 등의 수입이 연금급여의 지출보다 많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이렇게 크게 성장하였기 때문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한 역할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실을 충실하게 다져놓아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다행히 기금이 적립되어 성장해나가는 향후 20년은 그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제약이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은 금융투자와 유입되는 보험료 수입으로 비교적 안정되게 규모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기금의 소진문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들과 제도지속성에 대한 의문들도 제기될 것이다. 정책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제쳐두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들도 산적해 있다. 본고에서는 202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있어 많은 도전들 중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국민연금 철학과 ESG 투자 원칙

 

2021년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있어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투자 원년이라 할 정도로 많은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가 2018년 7월 도입된 이후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사항 등 기반을 준비하였으며, 2020년 ESG 통합전략 가이드라인 및 ESG 중대성 평가 대상 선정 기준 등 세부 방안이 마련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해외투자 부문에 대한 ESG 대상 확대, 위탁운용사 선정시 책임투자 자산군 확대 반영, 전체 투자 대상의 50%까지 ESG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주로 G(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였다면, 향후 환경(E)과 사회(S) 요소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위하여 중점관리사항, 기업과의 대화 추진 등 세부기준을 마련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는 10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 건전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마련하여 안정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ESG 투자 확대에 따라 기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게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ESG에 대한 접근은 지극히 당연한 사항이지만, 이에 더하여 가입자의 이익과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하는 본질적 역할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국민연금이 ESG에 집중하면서 그 본연의 역할을 경시하고, 더 나아가 ESG 관련 외형적 실적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민연금이 전 국민이 가입자인 제도로서 가지는 사회적 책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ESG보다는 수탁자책임에 더욱 가까운 의미일 것이다. 다른 일반 펀드에서 중시되는 ESG와는 다른 점이다. 물론 환경과 사회적 역할에 충실할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혜택이 되기 위한 ‘양의 외부효과’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ESG에 충실하다는 것 그 자체가 공적연금 의무에 충실하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인구증가를 위한 투자 노력이나 국내 중소벤처 부문 투자를 통한 소득의 개선효과를 추구하는 등 많은 부문이 공적연금의 기본의무이나, ESG에서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최근 한 예로 ‘일산대교’를 보자. 국민연금의 투자로 그 일대 주민들의 교통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ESG 영역과는 별개로 국민연금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ESG가 투자의 기본 태도나 장기지속성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테마 펀드 혹은 SRI의 한 유형으로 간주될 위험도 높아졌다. 이는 공적연금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지속성 확보: 연금개혁

 

기금만 언급하다 보면 자칫 연금자체를 재무적 대상으로 파악하고, 그 자체의 효율성을 최대로 하는 것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국민연금에서 중요한 것은 제도의 지속가능성 그 자체이지,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금이 지속가능하다면 연금제도의 유지에 수월하겠지만, 이 자체가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기금운용에 있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기금수익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강하는 것이다. 만일 기금투자가 수익률을 우선함에 따라 출산율을 낮춘다던가, 일자리의 감소 혹은 퇴직자들의 지출 확대 내지는 가입자의 소득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소위 ESG와 영역을 달리하는 문제다.

 

기금이 소진된다는 사실 만으로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문제는 제도가 부담-혜택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각 세대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우리가, 그리고 먼 미래 세대까지 포함하여 그들이 받게 되는 부담과 수혜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세대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연금개혁 논의는 세대간 형평성을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형평성을 논의하는 이유는 후세대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세대간 공평성이 곧 지속가능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연금제도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마련되어야 한다. 향후 넘겨주지도 못할 현재의 쌈짓돈을 아낀다고 하다가 빚만 넘겨주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바꿀 때가 되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달려 있는 국민연금

 

완숙기에 들어서고 있는 국민연금은 ‘사회적 지속가능성’ 개념이 절실하다. 공적연금의 존립은 연기금 규모보다는 사회의 존립과 경제사회적 발전에 달려있다는 논리에 기반하여야 한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논리는 재무적 투자수익을 중심으로 하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논리와 기반을 달리한다. 공적연기금에 있어 기금의 운용수익률보다 인구 균형과 관련된 출산률, 고용률, 보험료 수입 등을 중시하는 것이며, 앞으로 국민연금기금운용의 핵심 도전과제는 이러한 변수들을 보다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적연금의 사회투자 또한 사회적 비용을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주요 매개변수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안정화 방안은 궁극적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기금으로든 조세로든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연금지출의 총 규모를 합의하고, 이 범위 내에서 세대간의 공평한 부담이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Covid-19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재정계산이 새로이 준비되어야 하는 이 시기에 조금 더 국민연금 기금의 본질적 의미와 우리나라 경제사회적인 영향, 그리고 국민연금제도가 추구하는 기본 철학에 충실한 기금운용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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