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은 전체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화의 속도가 유래없이 빠른 한국사회의 노인 돌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지난 9월 8일 장기요양위원회에서는 ‘2021년도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기본수가와 보험료율’을 결정했다. 오늘은 한국노총이 가입자위원의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장기요양위원회의 협상결과를 조합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기본수가와 보험료율 결정, 무엇을 고려했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매해 장기요양위원회라는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기본수가와 보험료율, 기타 제도개선과제, 재정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기본수가는 보통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에서도 특히 인건비가 중요하게 논의된다. 장기요양 대상자에 대한 대인서비스에 기초하여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에 인건비가 적정수준으로 지급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접인력에 해당하는 종사자의 수가는 통상적으로 최저임금보다 10~20% 이상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2008년 제도를 시행하면서 지금까지 형성된 장기요양의 공급체계가 98% 이상 민간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적정한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는지 전반적인 점검을 시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가를 지급해도 개별기관마다 직접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매해 발생했다. 즉, 민간기관은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수령하면서 임금은 과소하게 지급하여 사실상 기관장과 관리인력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게 되는 현상이 되풀이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을 비롯한 가입자단체들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민간기관의 적정한 임금지급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18년부터 시행한 재무회계규칙 도입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함이었으나,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고 현장계도와 점검을 담당해야 할 지자체의 역량이 성숙되지 않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수가를 올리게 되면,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까지 고려할 때 장기요양서비스의 수급자의 수가 함께 늘어나 보험료율도 급격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더불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장기화로 인한 보험료 수입 감소 등 재정안정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입자위원들은 수가를 함부로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요양위원회에서 가입자단체는 공급자들의 ‘수가인상’ 일변도의 주장을 계속해서 비판하였으며, 복지부에 대해서는 안정적 제도운영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가입자의 주장이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작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동일한 0.4%로 관리운영비를 결정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치 중 하나라고 손꼽을 수 있는 1.5%를 기록하면서 인건비 조정 또한 1.5%로 결정하게 되면서 기본수가 인상률은 1.37%로 결정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8일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어, 21년도 장기요양 수가 및 보험료율, 복지용구 품목 고시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더불어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 또한 결정되었다. 매해 수입과 지출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맞추는 단기보험의 특성상,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율 인상이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다. 내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은 기본수가인상률과 수급자 수 확대, 재정당국이 약속한 법정국고지원(20%)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1.52%로 결정했다. 보험료율이 10%를 넘어간다는 부분에 간혹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율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하여 결정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2020년 기준 세대당 평균 보험료가 11,424원으로 실제 납부해야 하는 부담수준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만 보험료율의 ‘인상폭’으로 따지면 20년 대비 1.27%p이기 때문에 그만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상황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수년간 협상과정에서 계속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부대결의문에 담은 주요사안들을 관철하다
가입자위원들은 협상과정에서 기본수가 및 보험료율 결정 이외의 ‘제도개선’과 관련된 사안들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였고, 실무협의를 전후로 하여 가입자단체간 의견교환을 통해 전략적 고민을 계속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입자위원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문제에 관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보험료율만 올려서는 재정안정성 강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였다.
동시에 관련 제도개선 조치를 복지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수립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여기에서도 특히 △최근 몇 년간 이따금씩 터졌던 학대, 방치 등의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할 것, △그동안 회계기준의 불명확성을 악용하거나 노동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던 민간장기요양기관들의 불법적 행태를 해결할 것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실무협의에 참여하는 가입자단체는 공동으로 가입자로서 제안하는 부대의견서를 작성하여 위원회 개최 전날 정부에 전달했다. 장기요양위원회에서는 해당 제안서를 바탕으로 약 2시간 이상의 회의를 하였고, 정부가 대부분을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부대의견 결의문이 도출되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한 사적 돌봄체계의 축소 등으로 인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그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노총은 가입자와 이용자인 국민에게 더욱 큰 혜택이 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관한 더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2021년 장기요양보험제도관련 부대의견 결의문 >
■장기요양위원회는 대상자 확대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 사회보험료에 대한 국민의 기여여력 등을 고려하여 장기요양보험재정의 국고지원수준을 현행(20%)보다 제고하는 법개정을 국회에 요청한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기관운영의 합리성 도모를 위해 2021년 상반기까지 다음의 사항을 이행한다
① ‘시설 생활 노인 인권보호지침’ 이행 관리 및 장기요양기관 대상 인권교육 강화
② 휴게시간보장, 퇴직금 회계처리 등 노동기준관련 지침 이행 관리 강화
③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규칙 및 인건비 지급비율 준수방안 마련
④ 장기요양보험재정, 공급기관 질 관리 등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 강화
⑤ 장기요양수급자 급증을 완화하는 예방적 차원의 정책 마련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장기화로 인한 장기요양보험재정의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보험료 경감액을 국고에서 지원토록 정부에 촉구한다.
■장기요양위원회는 서비스 질 제고 및 부당청구 등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안 등을 올 하반기까지 마련한다.
■장기요양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하여 2022년도 보험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고, 보험재정이 건전화되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