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이하 ‘산재재심사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이하 ‘산재심사위원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병판정위원회’)의 세 가지 합의제 운영기구를 두고 있다. 2008년 7월 1일 산재보험법령이 개정되기 이전에 산재 심사 청구 사건에 대해서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 단독으로 사건을 결정했지만, 위원회 체제로 합의제 방식을 도입하면서 과거에 비해 공정성의 하자를 개선하여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하지만, 법 개정 당시 강조되었던 산재사건의 심리 및 결정의 객관성, 전문성, 공정성, 신속성 등이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여러 비판적인 지적이 가해지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산재보험 합의제 운영기구에서의 주요 위원회인 산재심사위원회와 질병판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상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산재심사위원회 제도 및 운영상의 문제점
산재심사위원회는 공단의 보험급여 결정에 불복하는 사람이 공단에 심사청구를 하는 경우 이를 심의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구이다. 하지만 산재심사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위원의 자격 조건에 대한 문제, 전임자 위촉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문제, 상임위원의 업무부담의 문제, 인력부족 및 판정 소요기간 문제 등 산재심사위원회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재심사위원회 위원의 자격 조건에 대한 문제이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99조 제2항에서 고시하고 있는 산재심사위원회 구성 및 위원 위촉 자격조건에서 형식적인 위원 자격조건 충족 여부와는 별도로 복잡하고 특수한 산재처리 업무의 특성상 위원의 전문성 부족과 규정의 타당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산재심사위원회 위원은 산재보험법 및 관련 판례, 공단의 지침과 실무적 관행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력이 없는 변호사들이 위촉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의학 전문의 위촉 요건은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 또는 재직하였던 사람에 해당되는데 이는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위원 위촉에 어려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대체로 공단 재직 경험이 있는 자로, 과거 재직 시절 수행했던 재해조사 경험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과거에 얽매여 판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 밖에 사회보험이나 산업의학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규정도 정확한 기준과 근거가 없어, 전문성과 위촉에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 역시 전문분야에 등록되어 있거나, 산재사건을 다수 수행한 경험이 있는 자를 위원 위촉 자격 조건으로 개정하여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의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의학 전문의의 경우 위원 위촉 규정을 조교수로만 한정하지 말고 전문병원 전문의 등 다양한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련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사회보험이나 산업의학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규정 역시 정확한 기준과 근거가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질병판정위원회 제도 및 운영상의 문제점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구이다.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와는 달리 업무와의 인과관계에 대한 객관화가 어려워 판정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가 빈번했는데, 이를 수정·보완하기 위하여 질병판정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질병판정위원회의 제도와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질병판정위원회의 주치의 및 지사 자문의사 소견 무시에 대한 문제이다.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주치의의 소견과 지사 자문의사의 업무 관련성 평가 등의 소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치의와 지사 자문의사의 업무 관련성 평가에서 ‘높음’으로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수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문가 2인의 업무 관련성 평가 결과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며, 질병 판정 처리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주요 원인이다. 연도별 질병 판정 처리기간을 살펴보면, 16년에는 125.3일, 17년에는 149.2일, 18년에는 166.8일, 19년 8월에는 191.5일로 질병 판정 처리기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건의 신속한 판정 및 재해자의 치료에 오히려 장해가 되고 있으며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진료와 판단을 반복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간 지연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주치의와 지사 자문의사의 소견이 업무 관련성으로 의견이 일치할 경우, 상병에 대해서는 질병판정위원회에서 별도로 논의하지 않고, 회의에 일괄 상정하여 질병 발생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질병판정위원회 임상의의 과도한 판단 개입 문제이다. 현행 질병판정위원회의 운영 규정상 임상의 2인을 반드시 회의에 참석시켜야 한다. 하지만, 임상의는 판정에 있어 의학적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의학적 원인주의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산재보험법의 규범적 판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위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동관련 질병과 유발원인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질병판정위원회 심의회의에서 임상의의 참여를 제외시키거나, 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본 회의에서 의학적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산재보험법의 규범적·법률적 판단으로 사건을 심의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임상의의 의견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임상의의 진단 확인은 질병판정위원회가 개최되기 이전에 소위원회 또는 별도의 지사 자문의사와의 상병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진단을 분명히 하여 본 회의에서는 신속하게 질병과 업무 관련성의 상당인과관계만을 논의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산재보험 합의제 운영기구 제도에 대한 구성 및 운영상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언급한 내용 외에도 심의인력의 전문성 부족 문제, 단독심사결정제도에 대한 문제, 전임자 위촉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문제, 상임위원의 업무부담의 문제, 인력부족 및 판정 소요기간 문제 등 합의제 운영기구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산재보험제도는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 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제도이다. 노동자의 복지 증진과 보호에 목적을 둔 제도가 공정한 심의회의로 개최되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